[하담플러스]에서는 하담을 퇴소한 하담인들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뷰, 모임 후기 등을 통해 하담 이후의 삶을 살피며 유대와 연대의 끈을 이어가는 한편, 쉼터 너머를 고민하는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하담을 떠난 후 다른 지역의 쉼터를 거쳐 독립도 해보고, 지금은 다시 쉼터에 거주하고 있는 베라님.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안부를 묻고 건강을 빌어주는 그녀. 좋은 일에는 함께 기뻐할 기회를 주고, 걱정거리가 생기면 의견을 물어봐 주는 그녀가 최근에는 검정고시에 최종 합격했다는 가슴 벅찬 소식을 알려주었습니다. 짧은 독립생활 후 현재는 청소년쉼터에 거주하고 있는 그녀와 독립생활과 쉼터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수감 중인 아버지와 소식을 주고받으며 지낸다는 그녀에게 아버지와의 연락이 어떤 의미인지도 함께 나눠보았습니다.
Q. 검정고시 합격 축하 드려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A. 저는 생활비나 그런 게 부족해서 롯데리아에서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꿈드림이라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가고요, 저녁에는 알바를 가요. 한 달에 50만 원 정도 버는데 쉼터에서는 자꾸 적금을 하라고 해요. 적금은 못 하지만 쓰지도 않아요. (웃음)
현재 단기 쉼터에서 지내고 있고 다음 달에 중단기 쉼터로 옮기려고 해요.
Q. 중장기 쉼터에서는 얼마 동안 지낼 계획인가요?
A. 최대 4년 있을 수 있는데, 저는 1년 아니면 2년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1년 아니면 2년으로 생각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너무 오래 살면 힘들어요. 쉼터 생활은 힘들잖아요.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게 진짜...
Q. 쉼터 생활이 힘든데도 다시 쉼터로 옮기려고 결심하셨네요. 이유가 뭔가요?
A. 돈이 없어서요. 쉼터에서 지내며 독립에 필요한 돈을 모으려고요.
Q. 독립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A. 보증금 200에서 300만 원 정도만 있으면... 보증금은 100만 원만 있어도 돼요!
보증금 100만 있으면 되고, 그래도 한 200~300만 원 정도가 있어야지 다른 필요한 생활용품이나 그런 거 살 수 있어요.
Q. 현재 쉼터에 오기 전 독립생활을 *개월 정도 해보셨잖아요. 당시 어려움이 많으셨던 것으로 알아요.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A. 월세 내는 거요! 몇 달 동안 월세를 못 냈어요.
나중에 센터 가서 긴급 주거 신청해서 매달마다 그걸로 빠져나갔어요. 그래서 이제 끝났어요.
Q. 경제적인 면 외에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진짜 외로웠어요. 그래서 맨날 친구를 데리고 왔어요.
불안감도 있었는데 진짜 마음이 불안하거나 막 그러면... 그런 사람들은 혼자 살면 안 된다고 느꼈어요. 제가 그랬었거든요. 그냥 혼자 있으면 우울하고 하니까... 더 불안하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자해를 한번 했었어요. 혼자 있을 때. 근데 피가 너무 많이 나서 응급실에 갔어요.
이게 안타까운 상황이에요. 보호자가 없으니까 미성년자고... 못 꿰맸어요.
(흉터를 보여주며) 그래서 이게 빨개져서 이렇게 된 거거든요.
중장기 쉼터에 전화했었는데 지금 못 나간다고. 근데 단기 쉼터에 전화하면 무조건 오실 텐데 생각을 못 했어요. 제가 생각이 너무 짧아서...
맨날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있었는데 걔가 나는 술을 마셔서 못 간다고 해서... 응급실에 갔었는데 다시 돌아왔어요. 그래서 애들이 다 그래요. 너는 혼자 살면 안 되겠다고.
Q. 외로움이나 불안감이 크다면 혼자 사는 것보다는 쉼터에서 지내기를 권하나요?
A. 네. 혼자 지내는 건 진짜 위험할 거예요.
그래도 혼자 사는 상황이라면 상담이나 약물치료가 도움이 될까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근데 정신과 상담을 하거나 약 먹는 사람이라도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 많아요. 주변에 보면.
저는 같이 지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혼자 지내면서 상담을 가고 그런 도움 받는 것보다는 좀 여러 사람이랑 같이 지내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이 든 거예요.
근데 또 여러 사람이 같이 지내는 것도 뭔가 위험해. 그냥 다 위험해. 맨날 정신적으로 우울하고 그러면요. 전파 감염처럼 좀 더 우울해질 수도 있잖아...
같이 사는 것도 성격이 안 맞거나 분노 조절 장애가 있으면 사람 때리고 하잖아요. 단기 쉼터에 (그런 사람이) 있었어요.
Q. 많은 쉼터가 자해문제로 고민이 커요. 자해를 하는 분이 계시다면 쉼터에서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A. 그냥 지나야 해요. 그 사람은 혼자 있게 내버려 두지 마요. 단기 쉼터에서는 커터 칼이나 그런 거 다 뺏어요. 물론 다시 사는 사람도 있죠. 제가 옛날에 그랬어요. 근데 나중에 나이 먹고 하면 진짜 안 좋은 게 느껴져요. 제 몸에 상처 주는 건 진짜 안 좋아요, 그때는 그런 생각이 안 들어요. 주변에서 많이 얘기해주지만 안 들려요.
Q. 1~2년 후에 혼자 지낼 계획인데 다시 힘들어질까 봐 걱정되지는 않나요?
A. 혼자 안 살 거예요. 저랑 마음이 맞는 친구와 살 거예요. 그런 친구가 있어요. 동생이긴 한데 성격이 잘 맞아요. 말 맞을 때도 있고 동시에 말할 때도 있고, 음식 스타일도 이제 다 맞고 안 맞는 게 없어요.
Q. 퇴소 후 독립하신 분 중에는 베라님이 경험하신 것과 같은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분이 많아요. 이런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지원정책을 마련한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A. 답은 정해져 있죠. 생활비 지원이요. 생활비만 지원되면 진짜 잘 살 것 같아요.
금액과 지원 기간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요? 적으면 30만 원인데 많으면 50만 원이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내가 추가로 더 벌면서 하더라도. 평생은 아니에요. 평생 도움만 받고 살 수 없잖아요. 혼자 알아서 해야지. 한 6개월? 너무 길면 그렇잖아요. 6개월 정도
Q. 쉼터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하담 외에도 쉼터 생활을 해 보셨고 현재도 하고 있으신데요. 쉼터별로 차이가 있었나요?
A. 비슷하죠. 규칙이 있다는 면에서. 제일 좋았던 게 하담이랑 OO예요. 핸드폰 안 내서요.
지금은 (밤에) 핸드폰을 내요. 그리고 (시간제한이 있는) 외출이요. 외박은 절대 안 되고.
*사회복지시설인 쉼터는 코로나 이후 정부 방역지침으로 인해 외출과 외박의 제한이 한층 강화되었다.
Q. 보통 방을 함께 사용하게 되는 데 이 점은 어떤가요?
괜찮아요. 저는 어느 순간부터 제 룸메가 없어요. 진짜 맨날 싸웠어요. 제가 냄새에 엄청 예민해서...
이제는 쉼터에서 나이가 많은 축이겠네요.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언니답게 행동하라고. 그리고 또 네가 지금 제일 언니인데 좋은 모습 보여야지 이렇게 외박하고 일찍 들어와서 동생들도 이렇게 외박한다고. 그런 말을 들으면 화나요. 저 때문인 거잖아요. 제가 외박하니까 애들도 외박한다고. 싫어요. 제가 언니가 되고 싶어서 언니인 거 아니잖아요.
Q. 쉼터가 어땠으면 좋겠나요?
규칙이 없고 좀 자유로운 형태? 근데 그러면 망해요(웃음). 규칙이 있어야지 그거에 맞게 지켜서 사고 안 치고 하는 것 같아요.
근데 힘들어서 오는 건데요, 더 힘들어요. 심적으로 불안하고 우울해서 들어온 거잖아요. 단기는 잠깐 들어갔다가 몇 시간 만에 퇴소한 사람도 있어요. 못 견디겠다 해서...
그래서 한 일주일 안으로 신입 여러 명 들어와요. 그럼 물어봐요. 애들이 하나는 공통적인 거예요. 외출 시간도 그렇고 핸드폰 내는 게 제일 진짜 힘들다. 그거 이제 핸드폰 내는 거랑 외출 시간이랑 변경이 되면... 그거 두 개만 조금 자유로워지면 진짜 애들 스트레스 안 받고 잘 지낼 거예요. 어제 하루 종일 쉼터 있을 때 애들이 하는 말... 진짜 *같다, 나가고 싶다, 이 말만 계속 반복했어요.
만약에 직접 쉼터를 운영한다면? 일단 핸드폰은 안 내죠! 핸드폰을 내는 이유가 일상생활이 안 될까 봐 그러잖아요. 왜냐하면, 대부분 10대 애들인데 새벽까지 핸드폰하고 아침 늦게 일어나잖아요. 핸드폰 안 내는 대신 일찍 일어나게. 원래 규칙에 맞게 일어날 수 있으면 그 규칙 바꿨으면 좋겠고...
외출은... 외출은 하는데 술은 안 돼. 그렇게 할 거예요. 만약에 외박한다고 하며 외박은 안전한 곳에서... 모텔 같은 데 말고... 성인은 뭐 그렇다 치고 미성년자는 모텔 안 되고. 외출은 이제 어디 가는지 누구 만나는지만 말해주면 허용할 것 같아요.
(“어? 하담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나요?? 근데 베라씨가 ......”라는 말에 “하담에서 너무 철이 없었어요” 라며 웃는 그녀. 함께 웃으며 주제를 바꿔봅니다.)
Q. 지난번에 원동기 면허증 따셨다고 그랬는데 어떤 계기로 취득하셨나요?
A. 배달하자는 마음으로 한 2월쯤에 취득했습니다. 학원도 다니지 않고 혼자 했어요. 어플로 필기시험 공부하고, 유튜브 영상보고 실기 시험 준비했어요. 딱 한 번 떨어졌어요. 오토바이를 처음 타잖아요. 제가 1단 2단 그런 걸 안 바꾸고 해서 처음에는 탈선했어요. 근데 유튜브 영상 보니까 2단으로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해서 2단으로 하고 했는데 부드럽게 가더라고요.
그때 딱 보는데 제가 첫 번째 사람이었어요. 저만 여자였고 다 남자였어요. 또래 남자는 떨어지던데 예~
왜 배달을 하고 싶나요? 수익이 있어요. 적성보다는 돈만 생각했을 때... 안전운행해야죠. 근데 쉼터에서 (위험하다고) 막아요.
Q. 다음 계획이 있으세요?
A. 저는요 이제... 중요해요. 저 내년에 대학가요, 대학 생각하고 있어요! 대학을 가면 취업이 더 잘 되잖아요. 단기 쉼터 소장님이랑도 얘기했어요. 네가 중장기 가도 대학이랑 연결해 주겠다고 하셨어요. 솔직히 검정고시 합격을 안 했으면 이런 얘기를 안 했대요. 합격했으니까 이런 얘기를 하는 거지 해서 제가 말했어요. 대학 생각 있다고 대학 갈 거라고.
가고 싶은 학과가 있나요? 아직은 없어요. 근데 거기 과가 너무 많아서요. 예체능과도 있고, 태권도과도 있어요.
Q. (수감 중인) 아버지와 면회를 하려다 코로나로 인해 통화로 대신하셨잖아요. 그 이후로도 연락 중이신데 통화하기 전과 달라진 게 있나요?
A. 안 불안해요. 연락도 안 된 상태에서 아빠가 그냥 나와버리면 저 막 찾고 하실 거 아니에요. 차라리 그냥 연락되고 그냥 여기 있다!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만나고 싶지는 않아요. 만나도 다른 아는 선생님 두세 명이랑 같이 만나고 싶지 혼자서는 안 만나고 싶더라고요.
근데 아빠가 막 여행 가자고 하는데... 저는요... 한 가지 생각을 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 상상하게 돼요. 아빠랑 단둘이 여행을 가면 당일치기가 아니라 1박 2일이면 싫어요. 그런 거 싫어요. 그리고 밀폐된 공간도 싫어요. 그냥 이런 데... 시내에서 트여 있는 곳은 괜찮은데...
자꾸 미안하대요.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서 미안하고...
근데 나중에 아빠 출소하시고 만나는 거는 제 친구들 사이에서는 비밀로 해야 할 것 같아요. 친구들은 왜 만나냐고... 친한 동생이 아까 아빠랑 도대체 왜 연락을 하는 거냐, 연락하지 말라고 해요.
왜 연락을 하는 것 같아요? 아빠한테 용돈 받으려고요. 꼭 받아야 해요.
얼마를 받고 싶어요? 모르겠어요. 지금은 나이를 많이 먹어서요. 초등학교 때는 5천 원에서 1만 원 받았는데. 5천 원으로 진짜 행복했어요. 지금 5천 원 주면 진짜 부족하죠. 옛날에는 다 했는데 1만 원으로 다...
Q.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 중에서도 출소 전에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만나고자 하는 이유가 다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먼저 경험한 입장에서 해 주실 이야기가 있을까요?
A. 근데 그 사람이 어떠냐에 따라서 다 다른 것 같아요. 연락되면 더 불안해할 수도 있잖아요. 혹시 아빠가 그 애한테 무슨 말을 할지 어떻게 알아요. 저희 아빠는 안 그러는데...
근데 최근에 막 계속 연락하다가 갑자기 이 생각이 든 거예요. 아빠가 이렇게 잘해줬는데 옛날에 했던 행동들이 다 생각나요. 다시. 그런데 그게 너무 싫은 거예요. 자꾸자꾸 막 생각이 나요. 진짜 생각하면 안 되는데... 잊어버릴 수가 없는 기억이잖아요.
너무 싫어요. 이렇게 착하게 대하는 데 꼼수가 있는 거 아니에요. 맨날 진짜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어...
아버지와는 전화 연락 정도까지가 좋을 것 같다는 그녀에게 독립해서 살더라도 주소가 노출되지 않게 하는 “주민등록표 열람 및 등초본 교부제한 제도”를 안내해주었습니다. 주민등록표 열람 및 등·초본 교부제한 신청 제도는 가정폭력 및 친족성폭력 행위자를 지정하여 피해자의 주민등록을 열람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로 피해자의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으로 인해 주소가 드러나 2차 폭력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2009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올해 스무 살 생일을 맞은 베라님에게 고대하던 성인이 되어 행복한지, 신나는 순간이 언제인지 질문해 보았습니다. 딱히 없다고 말하던 그녀는 햄버거를 만드는 알바가 재미있는데 자신이 만든 햄버거를 맛있게 먹는 분들을 볼 때 신이 난다고 했습니다. 진짜 맛있게 먹는 모습이 뒤에서 다 보인다면서... 그 말을 듣다 보니 한 줄기 햇살 같았던 그녀의 순수함과 다정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p.s. 인터뷰를 봄 끝에 하고 한여름이 되어서야 글을 싣게 되었습니다. 글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던 그녀에게 이제야 정리한 글을 보내며 확인 절차를 가졌습니다. 확인 절차는 내용 뿐 아니라 별칭과 사진을 포함해서 바꾸거나 실리기를 원하지 않는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고, 언제든 변경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전하는 과정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답변을 기다리던 중 너무 완벽한 거 아닙니까, 대박 대박이라며 치켜세워주는 베라님의 답장에 감사한 마음과 함께 작은 것에도 크게 감동하고 소중히 여기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독립생활을 할 때 방문했던 그녀의 작은 방에는 하담에서 찍었던 사진들이 예쁘게 걸려있었고, 이번 만남에서는 하담에서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언니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당시 싸우고 받았던 편지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담지기도 하담인도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이 남다른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설명> 벚꽃나무에 기대어 있는 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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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담을 떠난 후 다른 지역의 쉼터를 거쳐 독립도 해보고, 지금은 다시 쉼터에 거주하고 있는 베라님.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안부를 묻고 건강을 빌어주는 그녀. 좋은 일에는 함께 기뻐할 기회를 주고, 걱정거리가 생기면 의견을 물어봐 주는 그녀가 최근에는 검정고시에 최종 합격했다는 가슴 벅찬 소식을 알려주었습니다. 짧은 독립생활 후 현재는 청소년쉼터에 거주하고 있는 그녀와 독립생활과 쉼터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수감 중인 아버지와 소식을 주고받으며 지낸다는 그녀에게 아버지와의 연락이 어떤 의미인지도 함께 나눠보았습니다.
Q. 검정고시 합격 축하 드려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A. 저는 생활비나 그런 게 부족해서 롯데리아에서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꿈드림이라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가고요, 저녁에는 알바를 가요. 한 달에 50만 원 정도 버는데 쉼터에서는 자꾸 적금을 하라고 해요. 적금은 못 하지만 쓰지도 않아요. (웃음)
현재 단기 쉼터에서 지내고 있고 다음 달에 중단기 쉼터로 옮기려고 해요.
Q. 중장기 쉼터에서는 얼마 동안 지낼 계획인가요?
A. 최대 4년 있을 수 있는데, 저는 1년 아니면 2년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1년 아니면 2년으로 생각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너무 오래 살면 힘들어요. 쉼터 생활은 힘들잖아요.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게 진짜...
Q. 쉼터 생활이 힘든데도 다시 쉼터로 옮기려고 결심하셨네요. 이유가 뭔가요?
A. 돈이 없어서요. 쉼터에서 지내며 독립에 필요한 돈을 모으려고요.
Q. 독립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A. 보증금 200에서 300만 원 정도만 있으면... 보증금은 100만 원만 있어도 돼요!
보증금 100만 있으면 되고, 그래도 한 200~300만 원 정도가 있어야지 다른 필요한 생활용품이나 그런 거 살 수 있어요.
Q. 현재 쉼터에 오기 전 독립생활을 *개월 정도 해보셨잖아요. 당시 어려움이 많으셨던 것으로 알아요.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A. 월세 내는 거요! 몇 달 동안 월세를 못 냈어요.
나중에 센터 가서 긴급 주거 신청해서 매달마다 그걸로 빠져나갔어요. 그래서 이제 끝났어요.
Q. 경제적인 면 외에 다른 어려움은 없었나요?
A. 진짜 외로웠어요. 그래서 맨날 친구를 데리고 왔어요.
불안감도 있었는데 진짜 마음이 불안하거나 막 그러면... 그런 사람들은 혼자 살면 안 된다고 느꼈어요. 제가 그랬었거든요. 그냥 혼자 있으면 우울하고 하니까... 더 불안하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자해를 한번 했었어요. 혼자 있을 때. 근데 피가 너무 많이 나서 응급실에 갔어요.
이게 안타까운 상황이에요. 보호자가 없으니까 미성년자고... 못 꿰맸어요.
(흉터를 보여주며) 그래서 이게 빨개져서 이렇게 된 거거든요.
중장기 쉼터에 전화했었는데 지금 못 나간다고. 근데 단기 쉼터에 전화하면 무조건 오실 텐데 생각을 못 했어요. 제가 생각이 너무 짧아서...
맨날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있었는데 걔가 나는 술을 마셔서 못 간다고 해서... 응급실에 갔었는데 다시 돌아왔어요. 그래서 애들이 다 그래요. 너는 혼자 살면 안 되겠다고.
Q. 외로움이나 불안감이 크다면 혼자 사는 것보다는 쉼터에서 지내기를 권하나요?
A. 네. 혼자 지내는 건 진짜 위험할 거예요.
그래도 혼자 사는 상황이라면 상담이나 약물치료가 도움이 될까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근데 정신과 상담을 하거나 약 먹는 사람이라도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 많아요. 주변에 보면.
저는 같이 지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혼자 지내면서 상담을 가고 그런 도움 받는 것보다는 좀 여러 사람이랑 같이 지내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생각이 든 거예요.
근데 또 여러 사람이 같이 지내는 것도 뭔가 위험해. 그냥 다 위험해. 맨날 정신적으로 우울하고 그러면요. 전파 감염처럼 좀 더 우울해질 수도 있잖아...
같이 사는 것도 성격이 안 맞거나 분노 조절 장애가 있으면 사람 때리고 하잖아요. 단기 쉼터에 (그런 사람이) 있었어요.
Q. 많은 쉼터가 자해문제로 고민이 커요. 자해를 하는 분이 계시다면 쉼터에서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A. 그냥 지나야 해요. 그 사람은 혼자 있게 내버려 두지 마요. 단기 쉼터에서는 커터 칼이나 그런 거 다 뺏어요. 물론 다시 사는 사람도 있죠. 제가 옛날에 그랬어요. 근데 나중에 나이 먹고 하면 진짜 안 좋은 게 느껴져요. 제 몸에 상처 주는 건 진짜 안 좋아요, 그때는 그런 생각이 안 들어요. 주변에서 많이 얘기해주지만 안 들려요.
Q. 1~2년 후에 혼자 지낼 계획인데 다시 힘들어질까 봐 걱정되지는 않나요?
A. 혼자 안 살 거예요. 저랑 마음이 맞는 친구와 살 거예요. 그런 친구가 있어요. 동생이긴 한데 성격이 잘 맞아요. 말 맞을 때도 있고 동시에 말할 때도 있고, 음식 스타일도 이제 다 맞고 안 맞는 게 없어요.
Q. 퇴소 후 독립하신 분 중에는 베라님이 경험하신 것과 같은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분이 많아요. 이런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지원정책을 마련한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A. 답은 정해져 있죠. 생활비 지원이요. 생활비만 지원되면 진짜 잘 살 것 같아요.
금액과 지원 기간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요? 적으면 30만 원인데 많으면 50만 원이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내가 추가로 더 벌면서 하더라도. 평생은 아니에요. 평생 도움만 받고 살 수 없잖아요. 혼자 알아서 해야지. 한 6개월? 너무 길면 그렇잖아요. 6개월 정도
Q. 쉼터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요. 하담 외에도 쉼터 생활을 해 보셨고 현재도 하고 있으신데요. 쉼터별로 차이가 있었나요?
A. 비슷하죠. 규칙이 있다는 면에서. 제일 좋았던 게 하담이랑 OO예요. 핸드폰 안 내서요.
지금은 (밤에) 핸드폰을 내요. 그리고 (시간제한이 있는) 외출이요. 외박은 절대 안 되고.
*사회복지시설인 쉼터는 코로나 이후 정부 방역지침으로 인해 외출과 외박의 제한이 한층 강화되었다.
Q. 보통 방을 함께 사용하게 되는 데 이 점은 어떤가요?
괜찮아요. 저는 어느 순간부터 제 룸메가 없어요. 진짜 맨날 싸웠어요. 제가 냄새에 엄청 예민해서...
이제는 쉼터에서 나이가 많은 축이겠네요.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언니답게 행동하라고. 그리고 또 네가 지금 제일 언니인데 좋은 모습 보여야지 이렇게 외박하고 일찍 들어와서 동생들도 이렇게 외박한다고. 그런 말을 들으면 화나요. 저 때문인 거잖아요. 제가 외박하니까 애들도 외박한다고. 싫어요. 제가 언니가 되고 싶어서 언니인 거 아니잖아요.
Q. 쉼터가 어땠으면 좋겠나요?
규칙이 없고 좀 자유로운 형태? 근데 그러면 망해요(웃음). 규칙이 있어야지 그거에 맞게 지켜서 사고 안 치고 하는 것 같아요.
근데 힘들어서 오는 건데요, 더 힘들어요. 심적으로 불안하고 우울해서 들어온 거잖아요. 단기는 잠깐 들어갔다가 몇 시간 만에 퇴소한 사람도 있어요. 못 견디겠다 해서...
그래서 한 일주일 안으로 신입 여러 명 들어와요. 그럼 물어봐요. 애들이 하나는 공통적인 거예요. 외출 시간도 그렇고 핸드폰 내는 게 제일 진짜 힘들다. 그거 이제 핸드폰 내는 거랑 외출 시간이랑 변경이 되면... 그거 두 개만 조금 자유로워지면 진짜 애들 스트레스 안 받고 잘 지낼 거예요. 어제 하루 종일 쉼터 있을 때 애들이 하는 말... 진짜 *같다, 나가고 싶다, 이 말만 계속 반복했어요.
만약에 직접 쉼터를 운영한다면? 일단 핸드폰은 안 내죠! 핸드폰을 내는 이유가 일상생활이 안 될까 봐 그러잖아요. 왜냐하면, 대부분 10대 애들인데 새벽까지 핸드폰하고 아침 늦게 일어나잖아요. 핸드폰 안 내는 대신 일찍 일어나게. 원래 규칙에 맞게 일어날 수 있으면 그 규칙 바꿨으면 좋겠고...
외출은... 외출은 하는데 술은 안 돼. 그렇게 할 거예요. 만약에 외박한다고 하며 외박은 안전한 곳에서... 모텔 같은 데 말고... 성인은 뭐 그렇다 치고 미성년자는 모텔 안 되고. 외출은 이제 어디 가는지 누구 만나는지만 말해주면 허용할 것 같아요.
(“어? 하담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나요?? 근데 베라씨가 ......”라는 말에 “하담에서 너무 철이 없었어요” 라며 웃는 그녀. 함께 웃으며 주제를 바꿔봅니다.)
Q. 지난번에 원동기 면허증 따셨다고 그랬는데 어떤 계기로 취득하셨나요?
A. 배달하자는 마음으로 한 2월쯤에 취득했습니다. 학원도 다니지 않고 혼자 했어요. 어플로 필기시험 공부하고, 유튜브 영상보고 실기 시험 준비했어요. 딱 한 번 떨어졌어요. 오토바이를 처음 타잖아요. 제가 1단 2단 그런 걸 안 바꾸고 해서 처음에는 탈선했어요. 근데 유튜브 영상 보니까 2단으로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해서 2단으로 하고 했는데 부드럽게 가더라고요.
그때 딱 보는데 제가 첫 번째 사람이었어요. 저만 여자였고 다 남자였어요. 또래 남자는 떨어지던데 예~
왜 배달을 하고 싶나요? 수익이 있어요. 적성보다는 돈만 생각했을 때... 안전운행해야죠. 근데 쉼터에서 (위험하다고) 막아요.
Q. 다음 계획이 있으세요?
A. 저는요 이제... 중요해요. 저 내년에 대학가요, 대학 생각하고 있어요! 대학을 가면 취업이 더 잘 되잖아요. 단기 쉼터 소장님이랑도 얘기했어요. 네가 중장기 가도 대학이랑 연결해 주겠다고 하셨어요. 솔직히 검정고시 합격을 안 했으면 이런 얘기를 안 했대요. 합격했으니까 이런 얘기를 하는 거지 해서 제가 말했어요. 대학 생각 있다고 대학 갈 거라고.
가고 싶은 학과가 있나요? 아직은 없어요. 근데 거기 과가 너무 많아서요. 예체능과도 있고, 태권도과도 있어요.
Q. (수감 중인) 아버지와 면회를 하려다 코로나로 인해 통화로 대신하셨잖아요. 그 이후로도 연락 중이신데 통화하기 전과 달라진 게 있나요?
A. 안 불안해요. 연락도 안 된 상태에서 아빠가 그냥 나와버리면 저 막 찾고 하실 거 아니에요. 차라리 그냥 연락되고 그냥 여기 있다! 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만나고 싶지는 않아요. 만나도 다른 아는 선생님 두세 명이랑 같이 만나고 싶지 혼자서는 안 만나고 싶더라고요.
근데 아빠가 막 여행 가자고 하는데... 저는요... 한 가지 생각을 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 상상하게 돼요. 아빠랑 단둘이 여행을 가면 당일치기가 아니라 1박 2일이면 싫어요. 그런 거 싫어요. 그리고 밀폐된 공간도 싫어요. 그냥 이런 데... 시내에서 트여 있는 곳은 괜찮은데...
자꾸 미안하대요.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서 미안하고...
근데 나중에 아빠 출소하시고 만나는 거는 제 친구들 사이에서는 비밀로 해야 할 것 같아요. 친구들은 왜 만나냐고... 친한 동생이 아까 아빠랑 도대체 왜 연락을 하는 거냐, 연락하지 말라고 해요.
왜 연락을 하는 것 같아요? 아빠한테 용돈 받으려고요. 꼭 받아야 해요.
얼마를 받고 싶어요? 모르겠어요. 지금은 나이를 많이 먹어서요. 초등학교 때는 5천 원에서 1만 원 받았는데. 5천 원으로 진짜 행복했어요. 지금 5천 원 주면 진짜 부족하죠. 옛날에는 다 했는데 1만 원으로 다...
Q.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 중에서도 출소 전에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만나고자 하는 이유가 다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먼저 경험한 입장에서 해 주실 이야기가 있을까요?
A. 근데 그 사람이 어떠냐에 따라서 다 다른 것 같아요. 연락되면 더 불안해할 수도 있잖아요. 혹시 아빠가 그 애한테 무슨 말을 할지 어떻게 알아요. 저희 아빠는 안 그러는데...
근데 최근에 막 계속 연락하다가 갑자기 이 생각이 든 거예요. 아빠가 이렇게 잘해줬는데 옛날에 했던 행동들이 다 생각나요. 다시. 그런데 그게 너무 싫은 거예요. 자꾸자꾸 막 생각이 나요. 진짜 생각하면 안 되는데... 잊어버릴 수가 없는 기억이잖아요.
너무 싫어요. 이렇게 착하게 대하는 데 꼼수가 있는 거 아니에요. 맨날 진짜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어...
아버지와는 전화 연락 정도까지가 좋을 것 같다는 그녀에게 독립해서 살더라도 주소가 노출되지 않게 하는 “주민등록표 열람 및 등초본 교부제한 제도”를 안내해주었습니다. 주민등록표 열람 및 등·초본 교부제한 신청 제도는 가정폭력 및 친족성폭력 행위자를 지정하여 피해자의 주민등록을 열람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로 피해자의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으로 인해 주소가 드러나 2차 폭력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2009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올해 스무 살 생일을 맞은 베라님에게 고대하던 성인이 되어 행복한지, 신나는 순간이 언제인지 질문해 보았습니다. 딱히 없다고 말하던 그녀는 햄버거를 만드는 알바가 재미있는데 자신이 만든 햄버거를 맛있게 먹는 분들을 볼 때 신이 난다고 했습니다. 진짜 맛있게 먹는 모습이 뒤에서 다 보인다면서... 그 말을 듣다 보니 한 줄기 햇살 같았던 그녀의 순수함과 다정함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p.s. 인터뷰를 봄 끝에 하고 한여름이 되어서야 글을 싣게 되었습니다. 글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하던 그녀에게 이제야 정리한 글을 보내며 확인 절차를 가졌습니다. 확인 절차는 내용 뿐 아니라 별칭과 사진을 포함해서 바꾸거나 실리기를 원하지 않는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고, 언제든 변경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전하는 과정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답변을 기다리던 중 너무 완벽한 거 아닙니까, 대박 대박이라며 치켜세워주는 베라님의 답장에 감사한 마음과 함께 작은 것에도 크게 감동하고 소중히 여기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독립생활을 할 때 방문했던 그녀의 작은 방에는 하담에서 찍었던 사진들이 예쁘게 걸려있었고, 이번 만남에서는 하담에서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언니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당시 싸우고 받았던 편지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하담지기도 하담인도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이 남다른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설명> 벚꽃나무에 기대어 있는 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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