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하담에서

하담
20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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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인은 11월을 ‘모든 것을 소란스럽지 않게 잠재우는 환함과 어둠을 갖고 있는 달’이라 표현했더라구요.

겨울도 가을도 아닌 애매함이, 쓸쓸함이 별로 매력 없이 여겨지던 달이었는데 

올해는 그 애매함과 쓸쓸함이 주는 11월의 깊은 맛이 좋습니다. 


하담은 11월 마지막 주 월요일, 남산에서 퇴소인 송년모임을 가졌습니다.

서울의 중심에 있으나 마음 먹지 않으면 잘 안 가지는 곳 중 하나가 남산인 것 같아요. 

목멱산방이란 멋드러진 이름의 식당은 시내와 근접해 있으면서도 산사의 고즈넉함을 지닌 곳에 자리하고 있었어요.

춥지 않은 날씨에 바깥 자리에 앉아 깔끔한 한식을 즐겼습니다.  


이어진 코스는 케이블 카! 남산에 왔으니 한번 타줘야지요^^ 

관광객 무리에 섞여 우리도 낯선 도시를 여행 중인 사람들처럼 

조금은 설레는 맘으로 줄을 서 기다렸다 서울 야경을 감상했네요.


다음 장소는 디저트 카페! 친구들이 검색한 카페는 명동 한복판에 있었어요. 

경성 어느 힙한 장소에 와있는 듯한 클래식한 분위기의 카페에 앉은 우리는 

시대와 맞지 않는 너무 캐쥬얼한 차림들이네요^^

몇 년 전 갔던 여행의 추억을 되살리며 다시 한번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외국 관광객보다 우리가 더 관광객 같은 묘한 기분으로 명동 밤거리를 슬렁슬렁 걸어 발길이 닿은 곳은 명동성당!

주변에는 여전히 철거민들이 농성 중인 천막들이 있었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미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5분 전에 지나온 명동과 명동성당은 다른 동네인 듯 분위기가 많이 달랐어요. 

예전과 또 다른 신비스런 조명빛과 외관에 섬세한 손길이 입혀진 것이 느껴졌습니다. 

남산과 명동 투어는 걷기와 타기, 고즈넉함과 화려함, 클래식과 모던을 두루 갖춘 늦가을 산책이 되었습니다.


2024년의 끝자락에 와있는 지금, 나의 24년은 몇 점 쯤 점수를 줄 수 있을까요?

절반 정도의 점수를 주는 친구들 이야기 속에 욕심과 의지가 보여 내년은 더 만족스러운 해가 될 것이란 예감이 듭니다! 

<사진설명: 목멱산방 식당과 식단, 케이블카 탑승권과 남산타워 앞 단체사진, 카페, 명동성당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