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토론회] 후기: ‘동의’기준의 성폭력 형사법 체계,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나

상담소
202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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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26년 5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동의’기준의 성폭력 형사법 체계,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나 토론회장 풍경, 

사회자와 발제자, 토론자들이 일렬로 서 있는 모습)

 

🔶일시 : 2026. 5. 27(수) 14시~17시

🔶장소 :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

🔶주관 : 강간죄개정연대회의

🔶진행내용

 

[발제 1] 동의 기준의 미국 성폭력 형법  (샘포드대학교 컴벌랜드 로스쿨 라모나 알빈(Ramona C. Albin)교수)

알빈 교수는 예전 ‘유형력’기반 미국의 법이 피해자의 저항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 "피해자가 죽을 힘을 다해 저항했는가"를 따졌는데, 이는 트라우마로 인해 얼어붙거나 수면 또는 음주, 약물로 잠든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음을 설명하였습니다. 현재 한국의 현행법이 바로 그 한계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최협의의 유형력 모델로 피해자의 저항 여부와 폭행·협박의 정도를 강간죄의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주마다 다른 50가지 법률을 적용하는데, 크게 유형력 기준, 혼합형(유형력+동의부재), 동의, 적극적 합의 이렇게 4가지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교수는 위스콘신, 버몬트, 뉴저지, 플로리다, 메릴랜드 주별 사례를 통해 수십 년간 동의 기반 모델을 운영해온 주들의 판례와 법령을 소개하며 법개정에 대한 두려움을 날려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의’를 기준으로 법을 개정한다면 ‘동의’는 “적극적 합의(affirmative consent)”를 요구한다고 했습니다. 이때 적극적 합의의 핵심요소는 구두나 명백한 행동을 통해 표현된 이성적이고, 인지적이며,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저항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동의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입증의 책임이 검찰과 주정부에 있기에 검사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동의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미국의 여러 주는 이미 50년 전부터 '동의' 기준을 도입해 운영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입증 책임이 피고인에게 전가되거나 합의된 성관계가 범죄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음이 증명되었습니다.

 

라모나 알빈 교수는 실무적 측면에서 ‘동의’ 기준이 실행 가능하며, 입증의 책임은 여전히 검찰에 있고, 법원이 다양한 판례를 이미 가지고 있으므로 난해한 사건도 처리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발제 2] 한국의 형법상 강간 관련죄의 문제점과 개정의 필요성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소장)

 

먼저 우리나라의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성폭력 상담 사례의 70.2%가 폭행·협박이 없었으며, 판례상 강간으로 인정되는 '최협의' 사례는 7.3%에 불과한 현실을 제시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은 대놓고 때리거나 협박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대다수의 성적 침해를 "성폭력이 아니다"라며 무죄로 판결하기에 법개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때문에 UN 등 국제기구는 한국에 '동의'를 기준으로 법을 바꾸라고 권고해 왔으며, 최근 일본과 프랑스도 법을 개정했습니다. 한국도 단순히 '의사에 반하는' 수준을 넘어, 어떤 취약한 상황(술, 약물, 지위 이용 등)이 동의 없는 상태인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그리고, 강간죄의 기준이 동의가 된다면, 모든 성적행동에 ‘동의’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적 기준이 되고, 모든 사람이 자기의사를 가진 동등하고 평등한 성적 존재로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일상에서 세심한 성적의사소통을 하게 만들어 사회적 신뢰와 협력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법적으로도 입증해야 하는 기준과 목표가 달라지므로 현실과 법의 괴리를 보완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 소감

이번 토론회에서는 1975년부터 동의 기준의 성폭력 형사법 체계를 채택해온 미국의 사례를 중심으로, 동의 기준 법체계가 실제로 어떻게 구성되고 적용되어왔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여전히 폭행·협박을 강간죄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강간죄 개정을 둘러싼 우려와 반론들을 미국 사례를 통해 검토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앞으로 ‘동의’ 기준 법개정의 변화가 가져올 영향을 각 분야 전문가들의 토론을 들으며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 구체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