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담플러스]에서는 하담을 퇴소한 하담인들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뷰, 모임 후기 등을 통해 하담 이후의 삶을 살피며 유대와 연대의 끈을 이어가는 한편, 쉼터 너머를 고민하는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아주 오랜만에 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축하할 일이 생겨서 하담샘들에게 연락드린다며 그녀는 공무원 시험(이하 “공시”)에 합격한 소식을 전했다. 몇 년 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워킹홀리데이 경험을 다른 하담인들과 공유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오던 차에 그녀를 퇴소인 모임 “시그널”에 특별강사로 초대했다. 공시 후기와 근황은 인터뷰하며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우리는 그렇게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아버지를 향한 얽히고설킨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나눠주었다.
원망스럽지만 출소한 아버지를 그래도 한번은 만나야 하지 않을까. 만나는 게 두렵기도 하지만 동생이 보고 싶다고 하면 내가 먼저 봐야 하지 않을까. 결혼식에 보란 듯이 초대하고 싶지만, 이를 계기로 다시 연결되면 어쩌나... 복잡다단한 마음의 중심에는 언니라는 위치에서 오는 고민도 한 축을 이루고 있었다. 딸로서의 혼란스러움과 언니로서의 고심이 교차하며 그녀의 고민은 한층 복잡해 보였다. 민망하다며 동생이 인터뷰 내용을 보면 안 될 것 같다면서도 끝까지 나눠준 져니님에게 감사하다.
Q. 공시합격 축하드립니다. 한 2년 정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공시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네요. 그 얘기부터 시작해볼까요?
공시는 사실 제가 원래부터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제가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고 결혼에 대한 생각도 있었거든요. 빨리 가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울타리를 만들고 싶기도 해서 좀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이제는 한 곳에서 정착해서 살고 싶고. 제가 워낙 왔다 갔다를 많이 했잖아요. 계속 이동하는 것도 싫고 이제 한 군데서 살고 싶고. 그래서 생각하다 보니까 안정적인 직장 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게 공무원이잖아요. 그래서 준비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큰 생각을 가지고 했던 건 아니고... 근데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은데, 너무 힘들어서 (웃음)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음... 저는 그냥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애들처럼 처음에는 학원을 갔어요. 공무원 학원을 갔는데 저랑은 되게 안 맞았거든요. 뭔가 제가 공부하고 싶은 스케줄이 있는데 거기는 월화수목금 해서 그냥 월요일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국어, 화요일에는 똑같이 하루는 영어하고, 하루는 한국사하고. 저는 하루에 한 과목이 아니라 여러 과목, 한 두세 과목 정도 돌아가면서 하고 싶은데 거기 스케줄대로 가니까 그게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혼자 해야겠다 해서 학원 1년 정도 다니다가 그만두고 나와서 혼자 스터디 카페 다니면서 인터넷 강의로 공부했어요. 공무원 인강 같은 거 많잖아요. 유명한 거 하나 프리패스 같은 거 끊어놓고 아침에 가서 저녁에 나오고. 스터디 카페를 끊어놓고 거기 가서 아침 한 8, 9시쯤 가서 밤 11, 12시 그쯤 나오고. 점심은 도시락 싸가서 간단하게. 반찬을 시켜 먹었거든요. 그래서 그때 반찬이랑 밥이랑 도시락에 담아서.
시험은 한 번만 보신 거예요? 시험은 총 세 번 봤어요. 처음에 공부 시작하면서 한두 달밖에 안 됐는데 시험 삼아서 보고, 그다음에 제대로 봤는데 떨어지고, 그다음에 붙은 거죠.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은 어때요? 마음이 좀 편하죠, 직장이 생기니까. 지금 (임용) 대기 중인데 기약 없이 그냥 있는 게 아니잖아요. 좀 편한 것 같아요. 나도 이제 돈 좀 벌겠다... 저는 제대로 사회생활은 처음 시작하는 거여서. 그전에 항상 아르바이트만 하고 회사 다녀본 적이 없거든요. 맨날 놀러 다녔지 (웃음)
Q. 어제 퇴소인 모임에서 특별강연으로 워킹홀리데이 경험을 공유해 주셨는데 어떠셨어요?
제가 발표 같은 거를 준비를 안 하고 그냥 가서, 조금 정리해서 갈 걸 이 생각을 했어요. 대본이라도 좀 짜서 갈 걸... 뭔가 두서없이 얘기한 것 같아서, 하고 싶은 얘기를 정리해서 왔으면 좀 나았을 것 같은데. 아쉽긴 했는데...
강의는 처음이었나요? 그런 걸 한 건 처음이었죠. 이렇게 PPT 만들기 전에는 제가 완전 (MBTI에서) P잖아요. 90% 나오거든요. 그래서 만드는 것도 직전에 급하게 만들었어요. 어떻게 만들지 이러면서... 만들기도 전에 벌써 약간 귀찮아요. (웃음) 그러면서 만들었는데 막상 만드니까 재밌고, 사진 넣으면서 예전 생각도 나고, 놀러 갔을 때 좋았는데 이러면서... 지금은 현실에 찌들었지만, 좋았는데 그때... 이러면서 만들고. 애들한테 얘기해 줄 것도 생각하고.
애들도 되게 귀엽고 그래서 좋았어요. 그리고 관심 있게 듣는 거 같아서, 질문도 많이 해주고. 그런 거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구나... 얘기하길 잘했다, 이런 생각도 들고 그랬던 것 같아요. 다음에 하게 되면 조금 더 쉽게 얘기해 줘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모르는 것도 많은 것 같아서, 제가 생각해 보니까 못 알아듣는 말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냥 비자가 뭔지부터 설명을 할걸... 그런 거 있잖아요. 워킹홀리데이도 뭔지 몰랐을 수 있겠다. 좀 더 쉽게 얘기해 줄 걸... 다음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아니에요. 근데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Q. 대학 입학 후 자립하셨는데 생활은 어떠셨나요?
처음에 대학교에 갔을 때 조금 문제였던 거는 저는 혼자 살아본 적이 없었기에 얼마만큼의 생활비가 필요하고, 얼마나 내가 돈을 벌어야 생활이 유지가 되고, 이런 거를 전혀 생각을 못 했거든요. 처음에 대학교 갔을 때 기숙사는 됐는데 식비를 전혀 생각을 못 했어요. 돈도 안 벌고 있었고. 그렇다고 제가 용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때는 한동안 좀 배고프게 살았거든요.
그래서 집에 있는 동전 같은 거 이렇게 모아서 밥버거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거 하나 사요. 돈이 없으니까. 아침저녁으로 먹고 서러운 거예요. 남자친구가 부대에서 컵라면 모아서 보내주면 그걸로 끼니 때우고 그게 좀... 그게 너무 싫었죠. 약간 돈이 없다는 거. 근데 뭔가 돈이 없어서 지금 당장 먹을 게 없는데 누구한테 돈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돈은 내가 벌어야 되는데...
그리고 대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놓을 수가 없는 거. 돈은 어느 정도 필요한데 평일에는 대학교에 다녀야 하니까 주말 알바를 구했어야 했어요. 근데 주말 알바를 하면서 제 한 달 동안의 생활비를 다 채우려면 오래 일해야 하니까, PC방에서 밤새워서 알바하는 밤 시간대 알바를 했었거든요. 아침 7시까지 했는데 저녁 7시에 가죠. 이거를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갈 때 하루,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갈 때 하루, 이렇게 해요. 그러면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갈 때 아침에 7시에 끝나고 또 1교시에요. 그러면 바로 강의실 가서 이렇게 자는 거예요. (웃음) 그런 거가 좀 힘들었죠. 그렇게 안 하면 생활이 안 되니까... 계속 핸드폰 쓰려면 요금 내야 하고, 관리비도 내야 하고, 식비도 있어야 하고.
복수 전공까지 하셨잖아요. 네. 이왕 다니는데 같은 돈 내고 다니는 거면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는 게 나으니까. 그리고 사회복지를 복수 전공하면 자격증이 나오잖아요, 복지사 자격증이 있으면 뭐라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그리고 제가 다른 일이 안 구해져도 워낙에 사회복지 쪽은 일이 많잖아요. 이직이 많을 뿐이지. 그래서 그런 쪽으로도 일단 만들어 놔야겠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런 생각으로 좀 만들었던 것 같고.
그게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하담에서 선생님들 보면서 그런 거에 관심이 생겼던 것도 있어요. 복지 쪽으로 일해볼까 이런 생각도 들었고. 원래는 사회복지 쪽으로 하려고 했는데 그냥... 제가 힘들 것 같아서. 그런 일을 하면 저도 옛날 생각 계속 떠올릴 것 같고 그래서 그냥 안 한 거긴 한데...
돈을 벌면서 학업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휴학을 생각해 보지는 않았나요? 휴학을 생각 안 한 건 아니었는데 저는 차라리 그냥 빨리 졸업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생활이 길어지는 것보다는 졸업할 거면 휴학은 잠깐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하잖아요. 결국에는 그렇게 해서 시간 낭비하기보다는 그냥 후딱 끝내자 그런 마음이 컸고...
사실 대학교를 포기 안 하고 졸업한 거 자체에 대해서는 큰 생각은 안 해봤거든요. 그때는 대학교 가는 게 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이기도 했고, 요즘은 또 다른 것 같긴 해요. 안 가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남들이랑 비교했을 때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거 있잖아요. 내가 가정이 이렇다고 해서 못할 건 없지 않나 그런 생각도 있었고... 그리고 나도 똑같이 할 수 있고 졸업... 그런 뭔가 평범한 거로 생각했거든요.
그것도 그렇고 동생한테 좀 본보기가 되고 싶었던 것도 있어요. 동생은 그때 대학을 갈지 말지도 안 정했었고 무슨 일을 할지도 안 정했었고, 걔도 방황하고 있었으니까 제가 먼저 그런 걸 보여주면 저를 좀 따라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좀 있었죠. 그런 것 같아요, 민망하네요. (웃음)
월세를 얼마 정도 내셨어요? 거기는 1년 치 월세를 한 번에 내고 그냥 사는 그런 거였는데, 1년에 200~300만 원 정도 됐던 것 같아요.
Q. 생활비를 벌어가며 학업을 유지하는 것이 자립 후 힘드셨겠네요.
그렇죠. 그리고 자립하고 또 힘들었던 것이... 연락할 사람이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니까 제가 자립해서 아무리 친해지는 애들이 생겨도 제 얘기를 못 하겠더라고요. 고등학교 친구들은 제 얘기를 알잖아요. 그냥 같이 그걸 겪었으니까. 겪었으니까 아는데 대학교 애들한테는 말을 못 하겠고 그래서 저도 좀 벽을 치는 게 있었거든요. 인간관계에 소극적이게 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한 번 엄청 친해진 애가 있어서 제 얘기를 했었어요. “마음을 열어보자, 한 명쯤은 내 얘기 좀 하고,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얘기했는데, 걔가 저한테 너 되게 불쌍하다 이러는 거예요. 저는 그게 너무 기분이 나빴거든요. 나도 내 인생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 얘가 지금 나를 불쌍하다고 얘기하는 게 싫고. 그리고 가끔 걔가 자기네 집에 명품 가방 같은 거 있다고 하루 빌려줄 테니까 들고 다닐래?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얘가 나를 되게 불쌍하게 봐서 나한테 무슨 적선 하듯이 하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어서 더 못하겠는 거예요.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더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도 못 하겠고. 대학교 친구들이 물어보면 그냥 똑같이 엄마 아빠 있는 척하고. 엄마 아빠가 워낙 엄격하셔서 내가 자립해서 생활하길 바래, 그래서 용돈 안 주셔, 그냥 그런 식으로 얘기하고 다니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진짜 힘든 날이 있잖아요. 뭔가 유난히 오늘... 막 일도 그렇고 좀 옛날 생각도 나고 이러면서 힘들 때 전화해서 같이 얘기하고 좀 털어놓고 할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왜 성인들은 그런 멘토링 같은 거 안 하지? 이런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러니까 청소년 때는 그런 프로그램들이 많잖아요. 멘토, 멘티 이렇게 맺어서 프로그램하거나 얘기하거나 그런 게 많은데, 그런 게 없어서 조금 아쉽고.
그래서 저는 어떻게까지 했냐면 뭔가 너무너무 털어놓고 싶은데 당장에 막 얘기할 데가 없으니까 그거 있잖아요. 인터넷으로 하는 청소년 무슨... 심야에도 하는 상담 같은 거 있거든요. 온라인으로 하는 거 찾아서 그때 제가 만 24세가 안 돼서 되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에다 털어놓아 볼까 이러면서 찾아봐서 거기서 약간 털어놓고 막 그랬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남자친구와 얘기하는 것은 어땠나요? 남자친구는... 제 얘기를 들어주긴 하지만 한계가 있는 것 같긴 해요. 다 채워지지 않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어차피 남자친구는 잘 모르니까. 본인이 직접 겪은 것도 아니기도 하고.
Q. 털어놓고 얘기하고 싶은 특정 주제가 있었나요? 아니면 그때그때 다른 일상적인 문제였나요?
음... 둘 다인 것 같은데, 일상적인 것보다는 항상 비슷한 주제였던 것 같긴 해요.
약간은 좀 가족에 관련된 그런 얘기들,,, 일상에 관련된 거는 친구들이랑 얘기하면서 풀 수 있잖아요. 근데 뭔가 남들한테 하기 좀 힘든 그런 얘기들은 제가 담아두니까. 그래서 아빠 생각 나거나... 오늘 되게 힘들었는데... 다른 애들처럼 엄마가 있거나 그러면 얘기할 거 아니에요, 집에 가서. 엄마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데 나 이랬다 이러면서... 그러면 엄마도 같이 들어주면서 약간 친구처럼 지내잖아요. 딸이랑 엄마랑 그런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거 보면 부럽고, 나도 좀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고... 뭔가 엄마는 아니어도 엄마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그냥 별거 아닌 거로 같이 얘기하고, 수다 떨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 이러면서 (웃음) 그래서 생각 안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 생각이 들다가 우울해지니까 생각하지 말자 이런...
지금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그래요. 그러니까 나에 대해서 일단은 기본적인 어떤 배경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을 전제로.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하기 어려운 어떤 것도 포함해서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거 들어줄 수 있는 사람. 그냥 뭔가 부담 없이 같이 연락하고 얘기하고 그런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죠. 근데 그게 아마 동생한테는 저라고 생각하거든요. 동생도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는 전화해서 얘기하고 하니까 근데 저는 동생한테는 그렇게 못하겠는 거예요. 제가 좀 항상 좀 서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게 있어서 못 털어놓겠더라고요. 옛날 생각나고 아빠에 대한 뭔가 미련 이런 거 생각나고 하면 동생한테는 말을 못 하겠는 거예요. 저는 걔한테는 항상 아닌 척하거든요. 미련 없는 척, 연락할 생각도 없는 척.
Q. 독립해서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의미 같네요. 멘토 멘티 관계를 예로 들었는데 혹시 그런 관계를 보거나, 경험한 적이 있었나요?
사실 제가 생각했던 거는, 저는 하담에 살 때 되게 좋았거든요.
그래서 하담 살 때는 저녁에 아무렇지 않게, 애들도 샘들한테 있었던 일 얘기하고... 고민 있으면 “쌤 상담해 주세요~” 이래서 바로바로 뭔가 얘기하고 털어놓고 하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하담에서는 그런 거에 대한 갈증이 덜했거든요. 뭔가 엄마에 대한 갈증 이런 게 되게 덜했어요. 그냥 고민 있으면 바로바로 얘기할 수 있으니까... 같이 있고. 근데 이제 나오고부터는 사실 연락을 하려고 해도 미리 뭔가 전화 되세요? 이렇게 물어보고 해야 하고. 그리고 사실 자주 하기에는 좀 그렇잖아요. 샘들도 바쁘신 거 알고 그래서 이제 그런 거는 좀... 저는 하담에서 그랬던 걸 생각하고 그런 것 같아요. 워낙 말을 되게 잘 들어주셨어요.
그래서 가끔 그립기도 했어요. 하담에 있을 때가 진짜 좋았는데. 그래서 제가 빨리 가족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빨리 결혼하고 아기도 낳고 하면 그런 안정이 생기지 않을까 이런 생각... 원래 이런 생각으로 결혼하면 안 되는데 계속 그런 생각이 드네요. 뭔가 이래도 되나 싶긴 해요. 너무 그걸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하담 좋았는데. 저는 되게 좋은 기억이에요. (2편에서 계속)

[사진설명: 숲을 가로지르는 호주 퍼핑빌리 증기기관차를 타고 손을 내밀고 있는 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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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축하할 일이 생겨서 하담샘들에게 연락드린다며 그녀는 공무원 시험(이하 “공시”)에 합격한 소식을 전했다. 몇 년 전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만큼이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워킹홀리데이 경험을 다른 하담인들과 공유하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오던 차에 그녀를 퇴소인 모임 “시그널”에 특별강사로 초대했다. 공시 후기와 근황은 인터뷰하며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우리는 그렇게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아버지를 향한 얽히고설킨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나눠주었다.
원망스럽지만 출소한 아버지를 그래도 한번은 만나야 하지 않을까. 만나는 게 두렵기도 하지만 동생이 보고 싶다고 하면 내가 먼저 봐야 하지 않을까. 결혼식에 보란 듯이 초대하고 싶지만, 이를 계기로 다시 연결되면 어쩌나... 복잡다단한 마음의 중심에는 언니라는 위치에서 오는 고민도 한 축을 이루고 있었다. 딸로서의 혼란스러움과 언니로서의 고심이 교차하며 그녀의 고민은 한층 복잡해 보였다. 민망하다며 동생이 인터뷰 내용을 보면 안 될 것 같다면서도 끝까지 나눠준 져니님에게 감사하다.
Q. 공시합격 축하드립니다. 한 2년 정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공시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네요. 그 얘기부터 시작해볼까요?
공시는 사실 제가 원래부터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제가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고 결혼에 대한 생각도 있었거든요. 빨리 가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울타리를 만들고 싶기도 해서 좀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이제는 한 곳에서 정착해서 살고 싶고. 제가 워낙 왔다 갔다를 많이 했잖아요. 계속 이동하는 것도 싫고 이제 한 군데서 살고 싶고. 그래서 생각하다 보니까 안정적인 직장 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게 공무원이잖아요. 그래서 준비해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큰 생각을 가지고 했던 건 아니고... 근데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은데, 너무 힘들어서 (웃음)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음... 저는 그냥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애들처럼 처음에는 학원을 갔어요. 공무원 학원을 갔는데 저랑은 되게 안 맞았거든요. 뭔가 제가 공부하고 싶은 스케줄이 있는데 거기는 월화수목금 해서 그냥 월요일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국어, 화요일에는 똑같이 하루는 영어하고, 하루는 한국사하고. 저는 하루에 한 과목이 아니라 여러 과목, 한 두세 과목 정도 돌아가면서 하고 싶은데 거기 스케줄대로 가니까 그게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혼자 해야겠다 해서 학원 1년 정도 다니다가 그만두고 나와서 혼자 스터디 카페 다니면서 인터넷 강의로 공부했어요. 공무원 인강 같은 거 많잖아요. 유명한 거 하나 프리패스 같은 거 끊어놓고 아침에 가서 저녁에 나오고. 스터디 카페를 끊어놓고 거기 가서 아침 한 8, 9시쯤 가서 밤 11, 12시 그쯤 나오고. 점심은 도시락 싸가서 간단하게. 반찬을 시켜 먹었거든요. 그래서 그때 반찬이랑 밥이랑 도시락에 담아서.
시험은 한 번만 보신 거예요? 시험은 총 세 번 봤어요. 처음에 공부 시작하면서 한두 달밖에 안 됐는데 시험 삼아서 보고, 그다음에 제대로 봤는데 떨어지고, 그다음에 붙은 거죠.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은 어때요? 마음이 좀 편하죠, 직장이 생기니까. 지금 (임용) 대기 중인데 기약 없이 그냥 있는 게 아니잖아요. 좀 편한 것 같아요. 나도 이제 돈 좀 벌겠다... 저는 제대로 사회생활은 처음 시작하는 거여서. 그전에 항상 아르바이트만 하고 회사 다녀본 적이 없거든요. 맨날 놀러 다녔지 (웃음)
Q. 어제 퇴소인 모임에서 특별강연으로 워킹홀리데이 경험을 공유해 주셨는데 어떠셨어요?
제가 발표 같은 거를 준비를 안 하고 그냥 가서, 조금 정리해서 갈 걸 이 생각을 했어요. 대본이라도 좀 짜서 갈 걸... 뭔가 두서없이 얘기한 것 같아서, 하고 싶은 얘기를 정리해서 왔으면 좀 나았을 것 같은데. 아쉽긴 했는데...
강의는 처음이었나요? 그런 걸 한 건 처음이었죠. 이렇게 PPT 만들기 전에는 제가 완전 (MBTI에서) P잖아요. 90% 나오거든요. 그래서 만드는 것도 직전에 급하게 만들었어요. 어떻게 만들지 이러면서... 만들기도 전에 벌써 약간 귀찮아요. (웃음) 그러면서 만들었는데 막상 만드니까 재밌고, 사진 넣으면서 예전 생각도 나고, 놀러 갔을 때 좋았는데 이러면서... 지금은 현실에 찌들었지만, 좋았는데 그때... 이러면서 만들고. 애들한테 얘기해 줄 것도 생각하고.
애들도 되게 귀엽고 그래서 좋았어요. 그리고 관심 있게 듣는 거 같아서, 질문도 많이 해주고. 그런 거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구나... 얘기하길 잘했다, 이런 생각도 들고 그랬던 것 같아요. 다음에 하게 되면 조금 더 쉽게 얘기해 줘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모르는 것도 많은 것 같아서, 제가 생각해 보니까 못 알아듣는 말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냥 비자가 뭔지부터 설명을 할걸... 그런 거 있잖아요. 워킹홀리데이도 뭔지 몰랐을 수 있겠다. 좀 더 쉽게 얘기해 줄 걸... 다음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아니에요. 근데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Q. 대학 입학 후 자립하셨는데 생활은 어떠셨나요?
처음에 대학교에 갔을 때 조금 문제였던 거는 저는 혼자 살아본 적이 없었기에 얼마만큼의 생활비가 필요하고, 얼마나 내가 돈을 벌어야 생활이 유지가 되고, 이런 거를 전혀 생각을 못 했거든요. 처음에 대학교 갔을 때 기숙사는 됐는데 식비를 전혀 생각을 못 했어요. 돈도 안 벌고 있었고. 그렇다고 제가 용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때는 한동안 좀 배고프게 살았거든요.
그래서 집에 있는 동전 같은 거 이렇게 모아서 밥버거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거 하나 사요. 돈이 없으니까. 아침저녁으로 먹고 서러운 거예요. 남자친구가 부대에서 컵라면 모아서 보내주면 그걸로 끼니 때우고 그게 좀... 그게 너무 싫었죠. 약간 돈이 없다는 거. 근데 뭔가 돈이 없어서 지금 당장 먹을 게 없는데 누구한테 돈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돈은 내가 벌어야 되는데...
그리고 대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놓을 수가 없는 거. 돈은 어느 정도 필요한데 평일에는 대학교에 다녀야 하니까 주말 알바를 구했어야 했어요. 근데 주말 알바를 하면서 제 한 달 동안의 생활비를 다 채우려면 오래 일해야 하니까, PC방에서 밤새워서 알바하는 밤 시간대 알바를 했었거든요. 아침 7시까지 했는데 저녁 7시에 가죠. 이거를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갈 때 하루,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갈 때 하루, 이렇게 해요. 그러면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갈 때 아침에 7시에 끝나고 또 1교시에요. 그러면 바로 강의실 가서 이렇게 자는 거예요. (웃음) 그런 거가 좀 힘들었죠. 그렇게 안 하면 생활이 안 되니까... 계속 핸드폰 쓰려면 요금 내야 하고, 관리비도 내야 하고, 식비도 있어야 하고.
복수 전공까지 하셨잖아요. 네. 이왕 다니는데 같은 돈 내고 다니는 거면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는 게 나으니까. 그리고 사회복지를 복수 전공하면 자격증이 나오잖아요, 복지사 자격증이 있으면 뭐라도 계속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그리고 제가 다른 일이 안 구해져도 워낙에 사회복지 쪽은 일이 많잖아요. 이직이 많을 뿐이지. 그래서 그런 쪽으로도 일단 만들어 놔야겠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런 생각으로 좀 만들었던 것 같고.
그게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하담에서 선생님들 보면서 그런 거에 관심이 생겼던 것도 있어요. 복지 쪽으로 일해볼까 이런 생각도 들었고. 원래는 사회복지 쪽으로 하려고 했는데 그냥... 제가 힘들 것 같아서. 그런 일을 하면 저도 옛날 생각 계속 떠올릴 것 같고 그래서 그냥 안 한 거긴 한데...
돈을 벌면서 학업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휴학을 생각해 보지는 않았나요? 휴학을 생각 안 한 건 아니었는데 저는 차라리 그냥 빨리 졸업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생활이 길어지는 것보다는 졸업할 거면 휴학은 잠깐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하잖아요. 결국에는 그렇게 해서 시간 낭비하기보다는 그냥 후딱 끝내자 그런 마음이 컸고...
사실 대학교를 포기 안 하고 졸업한 거 자체에 대해서는 큰 생각은 안 해봤거든요. 그때는 대학교 가는 게 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이기도 했고, 요즘은 또 다른 것 같긴 해요. 안 가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남들이랑 비교했을 때 뒤처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거 있잖아요. 내가 가정이 이렇다고 해서 못할 건 없지 않나 그런 생각도 있었고... 그리고 나도 똑같이 할 수 있고 졸업... 그런 뭔가 평범한 거로 생각했거든요.
그것도 그렇고 동생한테 좀 본보기가 되고 싶었던 것도 있어요. 동생은 그때 대학을 갈지 말지도 안 정했었고 무슨 일을 할지도 안 정했었고, 걔도 방황하고 있었으니까 제가 먼저 그런 걸 보여주면 저를 좀 따라오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좀 있었죠. 그런 것 같아요, 민망하네요. (웃음)
월세를 얼마 정도 내셨어요? 거기는 1년 치 월세를 한 번에 내고 그냥 사는 그런 거였는데, 1년에 200~300만 원 정도 됐던 것 같아요.
Q. 생활비를 벌어가며 학업을 유지하는 것이 자립 후 힘드셨겠네요.
그렇죠. 그리고 자립하고 또 힘들었던 것이... 연락할 사람이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러니까 제가 자립해서 아무리 친해지는 애들이 생겨도 제 얘기를 못 하겠더라고요. 고등학교 친구들은 제 얘기를 알잖아요. 그냥 같이 그걸 겪었으니까. 겪었으니까 아는데 대학교 애들한테는 말을 못 하겠고 그래서 저도 좀 벽을 치는 게 있었거든요. 인간관계에 소극적이게 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한 번 엄청 친해진 애가 있어서 제 얘기를 했었어요. “마음을 열어보자, 한 명쯤은 내 얘기 좀 하고,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얘기했는데, 걔가 저한테 너 되게 불쌍하다 이러는 거예요. 저는 그게 너무 기분이 나빴거든요. 나도 내 인생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데 얘가 지금 나를 불쌍하다고 얘기하는 게 싫고. 그리고 가끔 걔가 자기네 집에 명품 가방 같은 거 있다고 하루 빌려줄 테니까 들고 다닐래?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얘가 나를 되게 불쌍하게 봐서 나한테 무슨 적선 하듯이 하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어서 더 못하겠는 거예요.
그런 일을 겪고 나니까 더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도 못 하겠고. 대학교 친구들이 물어보면 그냥 똑같이 엄마 아빠 있는 척하고. 엄마 아빠가 워낙 엄격하셔서 내가 자립해서 생활하길 바래, 그래서 용돈 안 주셔, 그냥 그런 식으로 얘기하고 다니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진짜 힘든 날이 있잖아요. 뭔가 유난히 오늘... 막 일도 그렇고 좀 옛날 생각도 나고 이러면서 힘들 때 전화해서 같이 얘기하고 좀 털어놓고 할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왜 성인들은 그런 멘토링 같은 거 안 하지? 이런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러니까 청소년 때는 그런 프로그램들이 많잖아요. 멘토, 멘티 이렇게 맺어서 프로그램하거나 얘기하거나 그런 게 많은데, 그런 게 없어서 조금 아쉽고.
그래서 저는 어떻게까지 했냐면 뭔가 너무너무 털어놓고 싶은데 당장에 막 얘기할 데가 없으니까 그거 있잖아요. 인터넷으로 하는 청소년 무슨... 심야에도 하는 상담 같은 거 있거든요. 온라인으로 하는 거 찾아서 그때 제가 만 24세가 안 돼서 되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에다 털어놓아 볼까 이러면서 찾아봐서 거기서 약간 털어놓고 막 그랬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남자친구와 얘기하는 것은 어땠나요? 남자친구는... 제 얘기를 들어주긴 하지만 한계가 있는 것 같긴 해요. 다 채워지지 않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어차피 남자친구는 잘 모르니까. 본인이 직접 겪은 것도 아니기도 하고.
Q. 털어놓고 얘기하고 싶은 특정 주제가 있었나요? 아니면 그때그때 다른 일상적인 문제였나요?
음... 둘 다인 것 같은데, 일상적인 것보다는 항상 비슷한 주제였던 것 같긴 해요.
약간은 좀 가족에 관련된 그런 얘기들,,, 일상에 관련된 거는 친구들이랑 얘기하면서 풀 수 있잖아요. 근데 뭔가 남들한테 하기 좀 힘든 그런 얘기들은 제가 담아두니까. 그래서 아빠 생각 나거나... 오늘 되게 힘들었는데... 다른 애들처럼 엄마가 있거나 그러면 얘기할 거 아니에요, 집에 가서. 엄마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데 나 이랬다 이러면서... 그러면 엄마도 같이 들어주면서 약간 친구처럼 지내잖아요. 딸이랑 엄마랑 그런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거 보면 부럽고, 나도 좀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고... 뭔가 엄마는 아니어도 엄마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그냥 별거 아닌 거로 같이 얘기하고, 수다 떨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 이러면서 (웃음) 그래서 생각 안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 생각이 들다가 우울해지니까 생각하지 말자 이런...
지금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그래요. 그러니까 나에 대해서 일단은 기본적인 어떤 배경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을 전제로.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 하기 어려운 어떤 것도 포함해서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거 들어줄 수 있는 사람. 그냥 뭔가 부담 없이 같이 연락하고 얘기하고 그런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죠. 근데 그게 아마 동생한테는 저라고 생각하거든요. 동생도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는 전화해서 얘기하고 하니까 근데 저는 동생한테는 그렇게 못하겠는 거예요. 제가 좀 항상 좀 서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게 있어서 못 털어놓겠더라고요. 옛날 생각나고 아빠에 대한 뭔가 미련 이런 거 생각나고 하면 동생한테는 말을 못 하겠는 거예요. 저는 걔한테는 항상 아닌 척하거든요. 미련 없는 척, 연락할 생각도 없는 척.
Q. 독립해서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의미 같네요. 멘토 멘티 관계를 예로 들었는데 혹시 그런 관계를 보거나, 경험한 적이 있었나요?
사실 제가 생각했던 거는, 저는 하담에 살 때 되게 좋았거든요.
그래서 하담 살 때는 저녁에 아무렇지 않게, 애들도 샘들한테 있었던 일 얘기하고... 고민 있으면 “쌤 상담해 주세요~” 이래서 바로바로 뭔가 얘기하고 털어놓고 하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하담에서는 그런 거에 대한 갈증이 덜했거든요. 뭔가 엄마에 대한 갈증 이런 게 되게 덜했어요. 그냥 고민 있으면 바로바로 얘기할 수 있으니까... 같이 있고. 근데 이제 나오고부터는 사실 연락을 하려고 해도 미리 뭔가 전화 되세요? 이렇게 물어보고 해야 하고. 그리고 사실 자주 하기에는 좀 그렇잖아요. 샘들도 바쁘신 거 알고 그래서 이제 그런 거는 좀... 저는 하담에서 그랬던 걸 생각하고 그런 것 같아요. 워낙 말을 되게 잘 들어주셨어요.
그래서 가끔 그립기도 했어요. 하담에 있을 때가 진짜 좋았는데. 그래서 제가 빨리 가족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빨리 결혼하고 아기도 낳고 하면 그런 안정이 생기지 않을까 이런 생각... 원래 이런 생각으로 결혼하면 안 되는데 계속 그런 생각이 드네요. 뭔가 이래도 되나 싶긴 해요. 너무 그걸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하담 좋았는데. 저는 되게 좋은 기억이에요. (2편에서 계속)
[사진설명: 숲을 가로지르는 호주 퍼핑빌리 증기기관차를 타고 손을 내밀고 있는 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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