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과 나눔 219호] 젠더이슈 - 삭감된 여성정책 예산은 어디로 갔을까? 2023 고양시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를 모니터링하다

사무국
20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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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감된 여성정책 예산은 어디로 갔을까?

고양시는 올해 초 복지여성국을 사회복지국으로 여성가족과를 가족정책과로 변경하는 조직개편안을 내놓았다가 시의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임시시의회에서 복지여성국을 사회복지국으로 변경하는 것이 포함된 조직변경안이 통과되었다. 여성가족과의 명칭만 간신히 살아남은 셈이다. 이렇게 여성지우기를 시도하고 추진하는 고양시의 행보를 지난 6월부터 고양여성민우회 ‘젠더정책팀’에서 예산을 중심으로 모니터링 했다.

우선 살펴본 것은 여성정책 예산의 변화이다. 그 다음엔 여성정책에서 삭감된 예산이 대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를 면밀히 살펴보았다.

예산변화를 살펴보면, 여성가족과의 예산은 작년에 비해 소폭 늘어났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성평등주간 행사 예산’이 28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대폭 줄었고 여성친화도시인 고양시의 ‘여성친화도시 공모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되었다. ‘양성평등정책 추진 및 여성친화도시 조성 예산’은 66.500(천원)에서 35.120(천원)으로 거의 절반이 삭감되었다. ‘공중화장실 여성비상용 여성위생용품 지원’도 10,520(천원)에서 5,000(천원)으로 절반이상 줄었다. ‘여성폭력 관련시설 인건비 지원’도 22년의 삼분의 일 수준으로 줄었다. ‘여성안전지역연대운영과 여성안심귀가 동행서비스 지원 예산’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처럼, 여성가족과의 예산은 소폭 늘었지만 여성과 직접 관련이 있는 사업의 예산은 대폭 줄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출산과 아이돌봄’ 관련 예산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특히 올해 2월28일을 끝으로 ‘여성커뮤니티센터’의 운영을 중단하고 ‘가족센터 건립 예산‘을 600,000(천원)에서 9000,000(천원)으로 대폭 늘린 것 등으로 볼 때 ’여성가족과‘는 이름만 살아있을 뿐, 하는 일은 명칭변경을 시도했던 ‘가족정책과’와 다름없다고 하겠다. 또한 출산과 아이돌봄 관련 예산을 늘렸음에도 ‘저소득층 미혼모부 양육지원예산’을 55%나 삭감한 것을 보면 고양시가 ‘정상가족이데올로기’를 충실히 예산에 반영했다는 것 또한 확인된다.

지난해에 인구 백만을 넘어서며 특례시로 승격 된 고양시의 여성정책을 살펴 본 결과, 여성정책에서 삭감 된 예산들은 가족정책(그것도 정상가족이데올로기에 준한) 예산으로 이동 했음을 알 수 있다.

고양시민들이 오랜세월 성평등한 사회를 꿈꾸며 힘겹게 변화시켜 온 고양시의 여성정책이 하루아침에 수십년 후퇴 한 것을 예산변화를 통해 분명히 확인 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해 졌다.

지난 역사 속에서 분노가 에너지가 되어 변화를 이루어 낸 일들은 너무나 많다.

이도영(자유/대표)



2023 고양시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를 모니터링하다

고양시의 양성평등주간 관련 예산은 2022년 2800만 원에서 2023년 1000만 원으로 감소했다. 2022년에는 2800만 원 예산 중 2000만 원은 고양여성영화제 예산으로 책정되었고, 800만 원은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 예산으로 책정되었다. 그런데 2023년 올해는 고양시에서 고양여성영화제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대신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 예산을 200만 원 증액하여 1000만 원짜리 행사를 치르게 되었다. 올해 고양시에서 양성평등주간을 맞이하여 여는 유일한 행사가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 하나였기에 고양여성민우회는 사무국 활동가, 부설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이사 활동가가 함께 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행사 모니터링을 시행하였다.

행사를 모니터링하는 내내 ‘이게 대체 양성평등주간과 무슨 관련이 있지?’ 하는 생각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두 차례나 마련된 식전 공연과 기념공연에서는 양성평등과 아무 관련없는 퓨전 국악, 퓨전 클래식 연주자가 나와서 국악 무대와 전자 바이올린 무대를 펼쳤다. 기념행사의 메인 이벤트인 양성평등주간 유공자 표창 역시 알맹이는 없었다. 총 17명의 유공자가 표창을 받았지만 이 17명이 양성평등을 실현시키기 위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유공자들은 무대에 우르르 올라와서 표창장을 수여받고 기념촬영만 하고 무대에서 내려갔고 단 한 명도 자신의 활동을 소개하는 등 발언권을 얻지 못했다.

행사의 가장 문제적인 부분은 이동환 고양시장의 기념사와 김영식 고양시의회 의장의 축사에 있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기념사 중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양성평등의 의미가 왜곡되었습니다. 우리 고양시는 성평등 그런 거 아니고 양성평등 맞죠?”라며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질문을 던졌다. 김영식 고양시의회 의장은 “여성들은 남편이 퇴근하면 ‘여보 당신 정말 수고했다’고 반갑게 인사하며 모범을 보여달라”라고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의 축사라고 믿기 어려운 발언을 했다. 고양여성민우회는 이 발언에 큰 문제의식을 느껴 모니터링 직후 성명서를 작성하여 고양YWCA,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경기여성단체연합과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이동환 고양시장이 유독 강조한 ‘양성평등’이라는 말은 고양시는 ‘성평등’ 즉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히 보여주는 듯했다. 고양여성민우회 모니터링단은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기념촬영 시간에 ‘양성평등’이 적힌 손피켓의 ‘양’ 자를 접어 ‘성평등’ 글씨를 만들어 두 손 높이 치켜들었다.

변지은(설이/고양여성민우회 사무국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