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담플러스] 인터뷰: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고 너무 행복했어요. (마로) - ①

하담
2023-05-07
조회수 1597

[하담플러스]에서는 하담을 퇴소한 하담인들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뷰, 모임 후기 등을 통해 하담 이후의 삶을 살피며 유대와 연대의 끈을 이어가는 한편, 쉼터 너머를 고민하는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야간 알바를 하고 오전에 퇴근하여 약속 시각 전까지 모자란 잠을 청했다는 마로님. 하필이면 만나기로 한 시각에 비가 쏟아지며 날까지 궂었지만, 피곤한 기색 없이 밝은 그녀를 만나니 고맙고 반가웠다. 퇴소 이후 소식이 들려올 때면 줄곧 그녀는 “이사 중”이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주거지를 자주 옮기던 그녀가 내심 걱정도 되던 차 LH매입임대주택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듣게 되었다. 그녀의 주거 여정에 당분간은 쉼표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원룸에서 셰어하우스, 고시원까지 다양한 주거 공간을 경험한 마로님의 주거의 역사를 들어보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독립생활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세세하고 솔직하게 나눠주었다. 독립생활 중이거나 준비를 하는 하담인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가득해 보인다.


인터뷰는 1, 2편으로 나누어 실었다. 1편에서는 주거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퇴소 후 힘들었던 점 등을 나눴고, 2편에서는 어머니와의 변화된 관계, 퇴소인 지원을 위한 그녀의 생각 등을 나누었다. 



Q. 지난 3년간 이사를 많이 하셨는데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퇴소했을 때 제가 대학교에 재학하고 있었는데, 학교가 서울에 있어서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알아보게 되었어요. 근데 학교 근처는 집값이 매우 비싸서 같은 지하철 라인으로 알아보다 보니까 그나마 싼 곳에 원룸으로 집을 알아보게 됐고, 퇴소할 때 지원받은 500만 원은 집 보증금으로 다 넣어버렸어요.

 

당장에 이번 달, 다음 달 월세를 내고 시작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학교 다니면서 일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거죠. 월세도 내야 하고. 당시 월세가 38만 원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한 달에 38만 원은 그냥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이었을 거고 그것만 내고 숨만 쉬고 살 수 없으니까, 생활도 해야 되니까... 그 외 월세랑 각종 공과금, 보험료라든가 휴대폰비라든가 전기세, 가스비, 월세. 관리비에 포함되지 않는 그런 금액들... 그건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이라서 반드시 한 달에 그만큼의 돈을 벌어야만 해서 바로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알바를 하고, 또 학교도 다니고 이런 식으로 학업과 일을 병행하면서 생활을 했었는데... 이게 생활하다 보니까 일에만 집중할 수도 없고, 학업에만 집중할 수도 없고, 둘 다 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어요. 그래서 학업을 포기하게 되었고 대신에 일을 좀 늘려가면서 생활을 했던 것 같아요. 알바 하나로는 생계 유지하기가 조금 힘들었거든요. 그렇게 지내다가 집 계약 기간이 끝나 가지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월세가 비싸기도 하고 거주 지역도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어차피 계약도 종료됐고. 근데 제가 이사 준비가 안 돼서 자립지원관에 입소해서 조금 생활하려고 했었어요. 근데 입소는 안 되고 대신에 외부 지원을 받는 형식으로 되어 가지고.

 

그래서 돈 많이 안 들어가는 셰어하우스를 급하게 알아보고 입주하게 되었어요. 셰어하우스에서 한 3개월 정도... 여성만 있는 셰어하우스였고 저 포함해서 5명이 지냈어요. 집은 컸었는데 5명이 각각 방 쓰면서 거실은 공유하고. 그런 식으로 지냈어요. 화장실이 두 개 있었는데 3명이 화장실 1개 쓰고, 2명이 화장실 1개 이렇게. 쓰레기 버리는 담당, 청소하는 담당, 빨래하는 담당 이렇게 규칙을 정해서 생활을 했어요. 혼자 사는 게 아니니까. 정기적으로 회의를 했고, 관리인은 따로 없었고요. 멤버들끼리 주에 한 번 혹은 2주에 한 번. 다들 너무 바쁠 때는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모여가지고. 일정조율은 단톡방에서 톡으로 한 다음에, 거실에 모여서 생활하는 부분에 대해서 불만이라든가 문제점이라든가 아니면 이번 달에 비품 구매할 거, 쓰레기봉투 같은 거 있잖아요. 빨래 건조대같이 공동으로 써야 할 거 구매할 때 비용이라든가 뭘 구매할 지라든가 그런 것도 정해지고.

 

셰어하우스의 입주 조건은 어떻게 됐어요? 보증금은 한 200이었나 100이었나, 100에서 200 정도였었고. 한 달에 내는 비용은 40만 원. 보증금이 싸기 때문에 초기 입주할 때 부담이 좀 덜한 편인데 생활을 이어나갈 때 40만 원이면 서울에서 사실 평균적인 금액이에요. 그렇지만 사회초년생한테는 부담될 수 있는 금액이잖아요. 내면 사라지는 금액이니까. 그리고 셰어하우스 계약 기간이 제가 입주한 뒤로 딱 3개월까지만 가능한 집이었어요. 집주인이 (3개월 뒤에) 다른 곳으로 팔아넘긴다고 해서.

 

어차피 3개월 후에는 다른 곳으로 주거를 옮겨야 하니까 집을 알아보다가... 생활이 너무 쪼들리고. 셰어하우스 보증금이 200만 원 정도밖에 안 나왔잖아요, 나머지 300만 원은 제가 잘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을까요? (웃음) 제가 셰어하우스에 입주한 당시에는 일자리를 못 구해서 보증금에서 빼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돌려받은 보증금 100, 200으로는 원룸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어려워 가지고... 셰어하우스 근처에 있는 고시원을 알아봤어요. 일단 거기라도 가서 지내자. 쫓기듯이... 저처럼 계획 없이 살면 이렇게 되는 거예요, 쫓기듯이.

 

주변에 여성분이 관리하시는 여성 전용 고시원이 하나 있어서 갔어요. 저기는 그래도 고시원치고는 좀 안전하겠지 싶어서. 고시원은 보증금이 없잖아요. 고시원에 입주해서 알바하면서 살았어요. 고시원은 좀 오래 있었어요. 5개월, 6개월 정도. 근데 고시원치고는 싸지 않았어요. 38만 원. 대신에 보증금이 없어서 부담은 적으니까 여기서 알바하면서 생활을 했었고요. 고시원에서 오래 생활할 수도 없었던 노릇이고... 고시원은 에어컨이 없거든요. 겨울에는 그래도 지낼 수 있었어요, 그나마. 전기장판도 있고 하니까.

 

근데 결정적으로 스토커가 생겼어요. 누군지는 저도 몰라요. 제가 퇴근한 시간이 새벽 2시, 3시인데 고시원 앞에서 기다린다거나. 연락이 오는 일도 있어요. 저는 모르는 사람이거든요. 제 우편물로 연락처를 알아본 건지 아니면 어떻게 알아본 건지 저는 모르겠어요. 그분이 너무 또라이 같아서. 톡으로 연락 왔었어요. 오늘은 어딜 가시냐, 오늘은 어떤 옷을 입었다. 이런 식으로 연락이 온다던가. 커피를 사 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마스크 쓰고 모자 눌러써서 얼굴을 알 수가 없고,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고. 딱 봐도 수상해 보이는 사람이 커피 들고서는 주택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여성 전용 고시원이라 어차피 못 들어가요. 그냥 무시한 다음에 바로 들어가서 엘베를 누르면서 가려고 하는데 엘베 앞에서 팔을 딱 잡더니만 “커피라도 그럼 받아주실래요?” 하는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남자분이 커피에 뭘 탔을지도 모르지, 남이 주는 음식을 함부로 먹을 것도 없는 거고 그분 되게 수상하신 분이고. 그래서 괜찮으니까 본인 다 드시고 가시라고 다음부터 이러면 신고한다고 했어요.

 

경찰에 신고를 하기도 했어요. 불안하니까. 아무리 여성 전용 고시원이어도 완벽하게 나를 지켜줄 수 없구나 싶었기 때문에. 그래서 경찰서에 가서 이러이러한 일이 있는데 이게 스토킹으로 처벌이 안 되냐 신고할 수 없냐, 나는 너무 무섭다. 이렇게 신고를 했었는데 경찰서에서는 아가씨한테 실제로 피해 입힌 게 없어서 고소는 어렵다. 대신에 경찰이 새벽에 그 주위를 자주 순찰을 하겠다. 퇴근하는 시간 알려주면 그 주위를 돌면서 불안하지 않게 순찰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걸로 고소한다거나 처벌을 한다거나 그러기는 어렵다. 이런 식의 답변만 들어서 불안하더라고요.

 

고시원에서 오래 못 지내겠다, 멀리 가자 해서 아주 멀리 다시 원룸으로 이사를 가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좀 오래 있었는데 그동안 돈을 좀 모았어요. 열심히 돈을 모아서 보증금 한 300만 원 정도 됐던 것 같아요. 원래 500만 원인데 집주인이 깎아주셨어요. 보증금이 조금 부족한데 월세를 조금 더 낼 테니 보증금 좀 줄여달라고 사정하니까. 보증금 300을 넣고서는 월세 45만 원. 좀 비쌌어요. 빌라형 원룸에서 지냈는데 별다른 일은 제일 없었어요.

 

알바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가다가 3개월 만에 이사를 또 하게 됐는데, 여기는 좋게 이사하게 됐어요. LH 매입 임대 있잖아요. 그때 제가 주거수급을 받고 있었는데 주거수급 전용으로 넣을 수 있어서 LH 청약을 신청했어요. 서류 다 준비해서 넣었는데 대기 번호가 그때 엄청 길었었거든요. 아무래도 대기가 너무 길다 보니까 오래 걸릴 것 같다 해서, 청약을 이미 먼저 넣은 상태에서 이 집으로 이사한 거예요. 주거 순위가 너무 뒤니까 입주하는 데 몇 년 걸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운 좋게 연락이 온 거예요. 그래서 지금 사는 오피스텔로 이사하게 되었어요.

 

Q. 현재 사는 오피스텔은 임대인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인 거죠?

 네, LH예요. LH에서 그 오피스텔을 구매한 다음에 공급해 주는 방식이라서 집주인이 LH인 거고요. 여기는 2년 단위로 계약을 해요. 최대 6년이고. 결혼해서 신혼부부가 되는 상황이 되면 늘릴 수 있다고 하는데 저는 결혼 생각이 없어서 최대 6년. 그래도 지금까지 지냈던 주거 공간 중에서는 제일 제 마음에 들어요. 안정적인 부분도 있고.

 

매입 임대 정보는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지인분이 소개해 준 거예요. 사실 LH가 당첨되기 어렵다는 걸 제가 알고 있어서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주택 전형이 떴으니까 한번 신청해보라고. 이게 공고가 뜨면 오랫동안 공고를 열어주는 게 아니라 보통 1주일, 2주일 만에 닫아버리는 거고. 입주할 생각이 있으면 수시로 들어가서 확인해 보는 게 제일 낫죠. 공고가 떴는지, 본인 지역 그리고 본인이 해당자인지도 확인해 봐야 해요. 신혼부부만 받는 데도 있고요, 아니면 노인분들이나. 수급자랑 신혼부부가 1순위거든요. 지역도 확인해 봐야 하고, 전세인지 월세인지 확인해 봐야 하고.

 

현재 보증금과 월세는 어떻게 되나요? 보증금은 100만 원이었어요. 월세는 한 달에 21, 22만 원. 관리비가 따로예요. 관리비는 한 달에 본인이 쓰는 만큼 나오지만, 평균적으로 8만 원 정도 나오는 것 같아요. 한 달에 내는 돈이 30만 원 정도잖아요. 오피스텔에서 30만 원은 되게 싼 거예요. 주거도 안정적이고 안전하고. 경비원이 항상 상주하고 있어서. 서울 집값 생각하면 싼 편이지만 LH치고는 비싼 편인데 잘 찾아보면 한 달에 몇만 원만 내는 곳도 있긴 있어요.

 

Q. 이사를 많이 다니셨는데 집을 볼 때 우선순위를 두고 확인하는 게 있나요?

우선순위는 창문! 창문 열고 닫고 하는 거랑 그리고 집이 습한지 안 습한지도 중요해요. 곰팡이나 벌레가 생길 수 있어서. 처음에 반지하에 있었기 때문에, 그때 곰팡이가... 집이 습하면 곰팡이도 엄청 펴요. 곰팡이 지우기도 어렵거든요, 한 번 퍼지면. 건강에도 안 좋고. 벽지 조금만 보면 습한지 알 수 있거든요.

 

그리고 수압! 변기 물 잘 내려가는지. 그리고 샤워기 잘 나오는지도 정말 중요해요. 그런 게 막히면 진짜로 곤혹스럽거든요. 아, 기억나요! 독립 초기에 변기 막혔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하담으로 전화해서 물어보셨죠. 맞아요. 그래서 변기 물 잘 내려가는지 반드시 확인해 보셔야 해요. 휴지 몇 장 넣어서 내려봐야 해요. 휴지 몇 장 넣었다가 꾸륵거리면 거기는 문제가 있는 거죠. 그것도 중요하고... 볼 게 의외로 많거든요. 아무튼, 저는 이 세 가지 제일 중요하게 볼 거 같아요.

 

Q. 퇴소 후 독립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일단 첫 번째로는 돈 얘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보통 월세로 들어가잖아요. 월세는 한 달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이 정해져 있어서 돈에 항상 쫓기듯이 살게 돼요. 제가 계속 이사를 많이 갔던 것도 사실 월세 때문인 거거든요. 만약에 일을 며칠 몇 주라도 쉬게 되면 금방 그 돈이 밀리는 거예요. 이번 달 월세 밀리면 다음 달 두 배가 되고 또 세 배가 되고 이런 식으로 밀리면서 돈에 쫓기듯이 산다는 게... 비용 문제가 조금 힘들었었어요.

 

두 번째는 안전상의 문제.

스토커가 생긴다든가 혹은 아파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 도와줄 사람이 없다든가 하면 힘들겠죠, 많이. 그런 부분이 힘든 것 같아요. 안전이나 건강 그런 거.

 

그리고 이사하는 거.

이게 흔치는 않겠지만 이사하는 거 진짜 힘들거든요. 집도 알아봐야 하고, 짐도 옮겨야 하고 돈도 많이 들어요. 이사하고 집 정리도 해야 하고.

전입신고도 해야 하고, 주거지도 이전해야 하고... 그런 게 많아서 이사하는 것도 힘들고.

 

이사할 때 신경 쓸 게 많을 거 같은데 공유하고 싶은 팁이 있을까요?  퇴소하는 친구들이 꼭 좀 알아야 할 만한 사항이... 전입 신고랑 확정 일자 받는 거. 그런 부분 모르는 애들도 많거든요. 근데 만약에 그거를 기간을 넘겨서 하게 되면은 약간 문제가 생길 수가 있어요.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거고, 그리고 중요하게 받아야 할 우편인데 다른 곳으로 가는 일도 있고.

주거수급이나 생계수급이나 의료수급 같은 거 받는 친구들은 이사할 때마다 자기가 이사한 곳 주민센터에 가서 “제가 전에 살던 곳에서 주거수급자였는데요”하고 말하면 공무원분들이 알아서 연계해 주세요. 근데 반드시 말해야 해요.

 

Q. 퇴소 이후 지냈던 주거 공간이 총 다섯 곳이네요. 좋았던 순서대로 꼽아볼 수 있을까요? 

일단 지금 사는 곳이 제일 좋고요. 그 다음은 바로 전에 살던 곳. 그 다음은 맨 처음 살았던 곳. 그 다음은 이게 고르기 어렵네요. 고시원하고 셰어하우스 남았네요. 그래도 셰어하우스가 좀 더 나았죠. 고시원이 열악하니까.

 

Q. 셰어하우스와 고시원에 대해서 조금만 더 물어볼게요. 하담에 셰어하우스 같은 주거 공간이 있으면 퇴소 전 독립을 준비하기에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요. 그럼 좋겠다. 단점이 있었나요? 단점은요, 근데 이건 제 개인적인 성향 때문일 수도 있는데 저는 사람들과 같이 지내는 게 불편해요. 저는 그냥 집에 와서 혼자 있고 싶은데 누가 있는 것 자체가 좀 불편하거든요. 집이 어떤 구조였나요? 그냥 일반 주택이랑 똑같아요. 겉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일반 주택인데 그 대신에 3층이고 엄청 컸어요. 꼭 청춘 드라마에 나오는 집 같기도 한데요? 맞아요. 약간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 나왔던 그런 느낌 있잖아요. 근데 그건 드라마에서 좋은 것만 보여준 거고. 하하. 일단은 되게 예민하신 분들도 있으시고, 저 같은 스타일이 남들이랑 같이 지내는 게 예민한 스타일이에요. 밤중에 저는 소리 내는 거 싫어하거든요. 밤중에 요리해서 먹는 것도 냄새가 날 수 있어서 싫어하고. 그리고 제가 만약에 밤중에 갑자기 야식이 너무 먹고 싶어, 그러면 시켜서 몰래 먹고 있으면 냄새나고 다른 분들이 먹고 싶어서... 음... 저는 일단 남들이랑 같이 지내는 게 좀 불편했어요.

 

장점은 택배를 대신 받아줄 수 있고. 그리고 제가 몸이 안 좋아서 외출이 어려웠는데, 혹시 가시는 길에 뭐 좀 사줄 수 있을까 해서 부탁을 드리면 해주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 장점이 있지만 저는 남들이랑 같이 있는 게 상당히 불편해서. 시끄러운 것도 싫고 약간 소리에 예민한데... 한밤중에 떠드는 소리 들린다거나, 통화를 크게 한다거나 하면 너무 싫었었고. 그리고 화장실에 음식물 쓰레기 버린 다음에 내리는 분들이 있었는데 너무 싫었어요. 그럴 때 얘기를 하시나요? 셰어하우스가 어려운 부분이 저는 그런 거 말하지 못하거든요. 괴로운데 말을 못 하는 스타일이고. 왜냐하면, 그 사람들도 제가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밤늦게 왔다 갔다 했던 게 좀 있거든요. 근무가 야간 근무여서. 그것 때문에 불편하신 분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나도 뭔가 완벽하지 않은데 누구한테 뭐라 하기가 조금 눈치 보여서, 그래서 좀 불편했어요.


혼자 살아야 하는 상황인데 사람들과 같이 있는 걸 좋아하고, 관계 맺는 것에 대해서 흥미가 있고,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 아니면 혼자 사는 거에 대해 불안함과 불편함이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한테는 셰어하우스가 오히려 더 좋을 수 있을 거 같아요.저는 외로운 순간이 단 한 순간도 없었습니다. 저는 혼자서 지내는 걸 너무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저만의 공간이 생긴 것 같고,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고 너무 행복했었고. 방해받지 않는 그런 공간이 생겼다는 게 정말 좋았거든요.

 

고시원은 어땠어요? 고시원은 일단 방이 다닥다닥 있었기 때문에 셰어하우스랑 비슷하고요. 셰어하우스는 그래도 같이 지내는 사람과 소통한다는 점이 다른 점이죠. 고시원은 소통을 안 하고 그냥 각각의 방들이 있잖아요. 일단 집이 정말로 좁아요. 간신히 누워있고 집에서 체조도 못 하고 진짜로 너무 좁은 공간에서 지내야 하고.

(공용) 주방은 좁고 거실은 없어요. 제가 지내던 고시원을 예를 들면 제가 방이 4층이에요. 주방이 3층에만 있어요. 그럼 밥을 해 먹으려고 주방까지 가려면 4층에서 3층까지 내려갔어야 했고, 거기서 요리를 해서 주방에서 먹으면 좋겠는데 주방은 자리가 협소해요. 그렇기 때문에 보통은 거기서 배달 음식을 많이 먹었어요. 도시락 사 와서 먹고 바로 버릴 수 있는 것 먹고.

창문도 없고, 냉난방도 안 되고. 창문이 없으니까 지금 낮은 밤인지 몰라요. 제가 창문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에... 창문이 없으면 진짜 양계장에 갇혀 사는 느낌이 들고. 음식 냄새도 나고... 그리고 짐이 많으신 분들 같은 경우는 고시원에서 지내기가 완전 어려운 상황이었죠.

전 다행히 화장실이 있는 공간이긴 했는데, 좀 싸게 들어가는 방은 화장실이 없고. 그리고 고시원이 방음이 정말 안 돼서 옆방에서 뭐 하는지 다 들려요. 옆방에서 통화 크게 하는 거랑 드라이기 하는 소리도 들리고 너무너무 시끄럽고... 고시원 별로예요.

 

Q. 독립생활을 하면서 정서적인 어려움보다는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어려움이 더 컸던 거 같네요.

네, 사실 경제적인 부분이 제일 컸었고요. 정서적인 부분도 처음 자취했을 때는 불안정하긴 했었거든요. 지금은 그 부분이 많이 해소가 되었고. 왜 그랬는지는... 아마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친구들이랑 되게 많이 손절을 했었어요. 그때 당시에 사귀던 애인이 있었는데 그 친구랑도 헤어진 상황이고, 할머니가 그때 암 판정을 받으셔서 몸이 되게 안 좋았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안했던 것 같고.

제가 혼자 사는 게 외롭지 않고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게 불편한 이유도 어쩌면 사람에 대해 믿음이 이때 많이 깨져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지인들이 저한테 안겨준 실망감이나 아니면 할머니나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어머니와 할머니 병환, 지인들과의 관계 단절 그리고 불안정한 주거 형태, 미래 진로, 직업에 대한 불안감 그런 것 때문에 힘들었었거든요. 그때도 사실 돈이 없었기 때문에 힘든 것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때는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했고 많이 우울했었는데 지금은 저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끊어냈고, 할머니도 건강이 나아지셨고, 어머니도 괜찮으시고. 아, 주거도 조금 안정됐고. 지금은 돈도 필요한 만큼 잘 벌고 있어서, 저를 힘들게 했던 부분이 많이 해소가 되어서 괜찮아졌습니다.  (2편에서 계속)


<사진설명> 바다를 바라보는 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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