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에세이] 얼지 마 죽지 마 부활할거야 - 7편 민우회 그리고 백만 송이 장미(完)

사무국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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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봄에 연재를 시작한 회원 에세이의 마지막 편입니다. 한 편 한 편 회원님께서 보내주신 글을 읽으며 이 글의 마지막은 어디로 향할지 궁금했는데요, 회원님께서 민우회를 만난 시점에 이 글은 끝을 맺습니다. 민우회와의 만남이 회원님께 새로운 시작이 되었듯, 민우회 역시도 회원님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새로운 활동들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성차별 사회에 저항하고, 페미니즘으로 연대하며 함께 나아갑시다!



고양여성민우회

법원도, 법원 노조도 여성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고 깨닫고는, 저에겐 여성단체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그때 찾아낸 단체가 민우회였습니다. 2018년 G 지원 Me, too 때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달라 정식으로 요청했다면, 아마 사건은 다르게 진행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 당시 그저 함께해 줄 그 누군가가 필요했기에 그저 가입하고 소모임에만 잠시 머물렀지요. 그 당시엔 고양파주여성민우회였는데, 지금은 고양여성민우회와 파주여성민우회로 따로 운영되고 있고, 저는 두 곳 모두 회원입니다. 


2022년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aruka(אֲרֻכָה)

2022년 1월 시아버님의 죽음 이후, 아버님의 죽음마저 헛되이 보내면 안 되겠다 싶어, 저는 고양여성민우회 및 부설 성폭력상담소 주관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을 신청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교육받았습니다. 젠더(gender) 감수성(感受性)에 기반한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이었기에 저에게 정말 적합한 교육이었지요. 

교육을 이수하여 수료증을 받았고 제가 성폭력 방지 관련 업무에 3년 이상 근무한 경력만 있으면, 성폭력상담소 상담원 자격을 얻게 됩니다. 저는 이 교육을 받으면서, 법원 내 성폭력 성희롱 고충 위원회의 위원이나, 형사 증인지원관 업무 또는 가사조사관 업무를 할 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찾아오는 국민에게 더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저 역시 치유되는 것을 소망하였지요. 

상처(傷處)받은 치유자(治癒者). 故 임은진, 그리고 저의 시아버님의 죽음에 대한 제 응답이었습니다. 그리고 법원 내 성폭력에 노출된 내 동료들을 위한 한 걸음이었지요. 여담이지만, 제 코트넷 아이디는 aruka37입니다. aruka(אֲרֻכָה)는 히브리어로 치료할 때 쓰이는 긴 붕대, 또는 치료라는 여성형 명사로,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상처받은 치유자로서의 살아가기를 원했답니다.

(사진설명) 2022년 고양여성민우회의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 계획안 중 일부


백만 송이 장미_나의 아저씨

휴직 기간에 접했던 드라마 중 저의 인생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 저는 그 드라마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여 찾아보았습니다. 그분은 여성으로, 남편의 죽음 이후 나의 아저씨를 집필했다고 하더라고요. 상처받은 이가 쓴 드라마라, 저와의 공명(共鳴)을 이루었지요. 그 드라마에서 백만 송이 장미라는 OST 가사를 듣는 순간, 저는 제 죽음에 대한 갈망(渴望)을 달랠 노래임을 직감(直感)했습니다.


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 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사랑할 때만 피는 꽃

백만 송이 피워 오라는

진실한 사랑할 때만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진실한 사랑은 뭔가

괴로운 눈물 흘렸네

헤어져 간 사람 많았던

너무나 슬픈 세상이었기에


수많은 세월 흐른 뒤

자기의 생명까지 모두 다 준

비처럼 홀연히 나타난

그런 사랑 나를 알았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이젠 모두가 떠날지라도

그러나 사랑은 계속될 거야

저 별에서 나를 찾아온

그토록 기다린 인연인데


그대와 나 함께라면

더욱더 많은 꽃을 피우고

하나가 된 우리는

영원한 저 별로 돌아가리라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 나의 아저씨 OST 중 백만 송이 장미(고우림 버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별

우리는 모두 빅뱅(Big Bang)에 의해서 만들어진 별들의 후손(後孫)입니다. 우리 몸의 원자(原子)들과 별의 원자(原子)는 동일(同一)하지요. 지구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별은 바로 태양(太陽)이지요. 우리는 바로 태양의 후손이기도 하고요. 

저는 이제 신을, 우주(宇宙)의 에너지라고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 에너지 파장(波長) 안에 우리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나는 신과 하나였고, 지금도 하나라고 믿습니다. 

하여 나의 삶과 죽음은 그 안에서 하나라 형태(形態)만 다르게 표현(表現)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살아도 신과 함께 살고, 죽어도 신과 함께라 믿습니다. 

그러기에 나는 굳이 지금 애써 죽을 필요가 없습니다. 자연스레 제 육신(肉身)의 생명(生命) 불꽃이 다하여 죽음을 전환(轉換)될 때까지 저는 별처럼 열심히 빛을 내기를 소망(所望)합니다. 

신(神)이 나에게 명(命)한 것처럼 다른 이들을 열심히 사랑하여 백만 송이 꽃을 피우기 전까지는 아직 내 별나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요. 

그리고 내 인생(人生)을 통(通)해 수많은 송이의 장미를 피운 이후, 나는 우주(宇宙)로 돌아갈 것입니다. 

내 별(星)로.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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