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담플러스] 인터뷰: 생각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혼자만의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람) ①

하담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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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담플러스]에서는 하담을 퇴소한 하담인들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뷰, 모임 후기 등을 통해 하담 이후의 삶을 살피며 유대와 연대의 끈을 이어가는 한편, 쉼터 너머를 고민하는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하람씨는 누구에게나 참 친절하고 다정했다. 언제부터인가 그 친절함과 다정함이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향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했던 그녀. 성인이 되자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혹은 싫어하는지 과감하게 탐색해 가며, 타인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는 강단을 보여주었다. 처음엔 의외라고 생각되던 모습까지 하나둘 그녀가 되어가던 즈음 하담을 떠났던 그녀를 만나 하담 이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총 2편으로 나누었다. 1편에서는 고대했던 친구와의 첫 자취. 그러나 짧게 끝나버린 동거를 통해 알게 된 ‘혼자만의 공간’이 주는 의미, 1인 가구로서의 만족감과 어려움 등을 나누었다. 더불어 오빠를 신고하는 대신 하담에서의 생활을 선택했던 그녀에게 가족 만남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나누어 보았다. 2편에서는 아르바이트로 인해 지쳐가는 그녀에게 귀가 후 마주하게 되는 적막함과 반려동물이 주는 위로에 대해 나누었다.  2편의 제목 “귀여운 게 제일 좋은 타투쟁이의 알바생활”은 하람씨가 직접 지어주었다. 타투에 진심인 그녀의 타투 이야기는 아쉽지만 다음 인터뷰를 기약해야 할 것 같다.

 

Q. 하담을 떠나 독립생활을 하신 지 벌써 2년 정도 되셨네요. 하담에서 독립 준비를 하던 시기에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어요.
맞아요. 코로나가 발목을 잡았어요. 그거 터지기 전에는 그나마 좀... 왜냐면 외출이나 외박도 자유롭고 그랬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너무 좋았거든요. 특히나 본가에 있을 때보다는 훨씬 더 자유롭고 좀 안정적이어서 그게 좋았는데. 그만큼 본가랑은 멀어지니까 많이 죄송하기도 하고 그렇긴 한데...

너무 답답한 거예요. 학교 다니는데 그동안에는 자유롭게 외박을 했다가 못했으니까. 학교 모임 같은 것도 못 나가게 하고. 그게 제일 슬펐어요. 동아리에서 가는 학습관 같은 게 있었는데 거기 진짜 너무너무 가고 싶었거든요. 좀 멀긴 했어도. 근데 갈 수가 없으니까 좀 미칠 것 같은 거예요. 동아리 사람들이 다 갔는데. 친하게 지내던 언니가 너무 아쉽다고 개구리 사진을 보내줬는데 너무 귀여웠거든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알아봐서 나가려고 했는데...


당시 하담에서의 규정과 관계없이 생활인들의 규제가 ‘시설 방역지침’이란 명목으로 요구되었었죠. 친구들과는 달리 개인 외출의 금지 등으로 인해 학교나 사회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이 컸습니다. 퇴소가 예정되었던 분들의 독립을 서두르기도 한 이유가 되었고요. 하람씨는 친구와 동거로 자취를 시작하셨습니다. 어떠셨나요?

제가 중학생 때부터 베프(=제일 친한 친구)랑 같이 살자는 얘기를 진짜 주구장창 했었어요.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가정환경에 관한 얘기도 나누다 보니까 비슷한 점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계속 생각했죠. ‘진짜 나중에 자취하게 되면 얘랑은 살 수 있을 것 같아.’ 뭔가 안 맞는 게 있어도 좀 타협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근데 집이 원룸이었어요. 투룸이었으면 좋았을 것인데 제가 이걸 가장 후회해요. 아무리 잘 맞고 베프여도 원래 서로 다른 인격체인 거잖아요. 그래서 안 맞는 부분이 있으면 진짜 안 맞을 수밖에 없어요. 저희가 생활 양식부터 일 나가는 시간대랑 들어오는 시간대랑 그리고 먹는 거 하나부터 치우는 거 하나까지 그냥 다. 그걸 보니까 진짜... 친구랑 만약에 같이 산다면 원룸으로 가지 말고 차라리 진짜 방이 딸린 투룸으로 가야,,,

함께 산 지 얼마 만에 어려움을 느꼈어요? 두 달 만에...(웃음) 처음에는 무조건 제가 좋아하는 친구고 하니까 너무 좋았죠. 근데 계속 뭔가 봐가는 게 있으니까...? 저는 좀 제때제때 치우는 걸 좋아해요. 근데 친구는 한 번에 몰아 치우는 스타일 같은 거라서 눈에 계속 보이니까 안 맞기도 했고. 집이 원룸이라 협소하니까 물건 놓을 공간도... 친구가 물건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음... 제 물건이 오히려 더 많아서... 아, 이건 제 잘못이네요. (웃음)

솔직히 제가 말한 것도 좀 핑계인 것 같고 그냥 서로 얘기를 좀 더 많이 나눴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냥 그렇게 할 생각을 그때는 많이 못 했던 것 같아요. 아... 그 친구한테 너무 미안해요. 그래서 연락을 아예 안 하는 건 아닌데 어쩌다가 몇 달에 한 번씩 해요. 잘 지내고 있냐고 그렇게 안부만 물어요. 못 만난 지 이제 2년이 다 돼가네요. 슬프네요.

만날 수 있다면 만나고 싶어요. 그래서 좀... 각 잡고 얘기를 하고 싶어요. 서로가 아무것도 잘 정리되지 않은 그런 상황에서 대화도 깊이 나누지 못했고... 그렇게 돼서 너무 미안하다고. 결국에는 그 친구가 본가에 들어갔는지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어요. 물어보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정말 소중한 친구라면 꼭 투룸에서 사세요.

그냥 각자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좀 절실히 느꼈어요.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서로 좀 숨기고 싶은 부분이 있을 거고, 나만의 물건이 놓여 있는 곳에서 내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잖아요. 친구도 그런 게 있었을 텐데. 


친구랑 같이 살기로 했을 때는 어떤 걸 기대했는지 궁금해요. 약속에 대한 그런 무게감도 없지 않아 있긴 했는데... 제가 이사 얘기했을 때부터 친구도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었거든요. 이제 나갈 수 있겠다 하고... 그때는 그런 기대를 했던 것 같아요. 같이 사는 거니까 혼자 있을 때의 그런 적막감이나 누가 들어가서 뭔가를 할지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둘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뭔가 대응할 수 있는 게 더 많지 않을까. 그리고 아플 때 서로 보듬어주고 간호해주고 그런 것도 할 수 있고... 뭔가 그냥 든든함? 그런 게 있어서 좋은... 그런 거 같아요. 외롭지 않아서 좋다. 그 정도인 것 같아요. 같이 있는 것만 해도 좋아... 그래도 역시 혼자만의 공간은 필요합니다. 

하람씨에게 ‘혼자만의 공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 계속 생각해도 혼자만의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왜냐면 생각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혼자 사는 지금은 어때요? 지금... 지금은 거의 만족하는데....지금은 제가 알바를 계속하면서 서비스직이다 보니까 사람들한테 특히 손님들한테 많이 치이는데... ‘진상’이 하루에 수십 번 있어요. 그러다가 집에 가면 도마뱀이랑 거북이 친구들 말고는 아무도 없으니까 오히려 그 적막감이 좋아요. 오히려 그게 더 포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고. 사람들이랑 그래서 어울리는 걸 좀 더 피하게 된다고 해야 하나...? 사람들이 싫은 건 아니고요. 사람들이 막연하게 다 싫은 건 아닌데. 서비스직을 하다 보니까 그냥 혼자만의 시간이 더 좋아졌다? 그런 거요. 제가 남자친구가 없는 이유도 그거거든요. 전혀 썸싱도 없어요. 굳이 원하지 않는 상황이에요.

혼자라서 좋고, 편해서 좋아요. 그리고 감정 소비를 많이 안 해도 되고. 친구한테 미안하지만... 집까지 와서도 굳이 뭔가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밖에서 이미 너무 많은 감정 소비를 하고 왔기 때문에... 꼭 굳이 누군가를 만나지 않아도 돼서 좋아요.

근데 너무 편하다 보니까 제가 치워야 할 거를 요새는 제때 안 치우고. 그냥 밥 먹는 것도 그냥 배만 부르면 그만이고.  하람씨 먹는 거 좋아했었는데... 맞아요. 근데 요즘에는 하담 살 때보다 많이 안 들어가요. 주말마다 라면을 두 봉지씩 끓여 먹었는데 (웃음) 지금은 한 봉지만 먹어도 너무 배부르고, 속 더부룩하고. 뭔가 먹어도 그냥 너무 맛있다~ 막 이런 건 아니에요. 그때는 그렇게 걱정이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제가 알바해서 다 충당해야 되고... 뭔가 그런 경제적인 부담..? 그런 것 때문에 좀 줄이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오히려 더... 충동 소비가 많아요. 그런 걸 좀 억제할 수 있으면 좋은데 제가 잘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휴...


본가에 있을 때보다는 나아요. 아마 본가에 계속 살았으면 제가 지금쯤 미쳐 있지 않았을까... 하루만 갔다 와도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아빠랑 언니가 좀 그래요... 언니는 시설에 완전히 들어가서 살기가 어려워서 그냥 학교 같은 곳만 다니고 있어요. 아빠가 술을 너무 많이 드셔서 그것 때문에 가기가 더 싫어요. 안 드실 때는 괜찮은데 자꾸 제 타투 보고 뭐라 잔소리를 하셔서 그게 너무 싫어요.


Q. 그렇다면 혼자 살면서 어렵거나 아쉬운 점은 뭐가 있을까요?

자립관 사는 친구한테 얘기 들어보니까 자립관은 월세를 달에 2만 원씩 내고 통장으로 저축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시스템이더라고요. 그게 너무 좋다고 생각해요. 월세 부담이 없는 게 무엇보다 제일 좋고요.

프로그램을 꼭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그것도 좋았고요. 왜냐면 알바를 주5일 하다 보니까 날짜가 맞으면 하고 싶어요. 어떤 프로그램을 해 보고 싶어요? 저는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하담에서 했던 것처럼 도자기 만들거나 그런 거. 어디를 가거나 체험하고. 그냥 저는 뭐 체험하거나 새로운 거 경험하는 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혼자 하기는 좀 힘든 부분이 있나요? 그렇죠. 뭔가 단체로 갈 수 있는 게 좀 더 좋지 않을까 해서. 혼자 할 수 있는 건 혼자 할 수 있는데. 특히나 어디 놀러 가거나 할 때는 그런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전 그런 게 좀 아쉬워요. 예전에 하담 살 때는 에버랜드나 수영장 같은 데 갔던 게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근데 요즘에는 제가 그렇게 친구가 많은 편도 아니고, 혼자 있다 보니까 갈 수 있는 기회들이 오히려 더 줄어드는 것 같고 아쉽더라고요. 여행 가는 거, 그런 게 좋아요.

처음 자취하는 분들이 집에 하자가 있거나 고장이 났을 때 어려워하시더라고요. 하람씨는 그런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집주인분한테 연락하면 도와주세요. 최근에 화장실 변기 내릴 때 밸브를 눌러서 내리잖아요. 근데 연결하는 구슬같이 생긴 게 끊어진 거예요. 연락해서 도움을 받았어요. 또 싱크대가 초반에 고장이 많았어요. 싱크대 밑에 자꾸 물이 새는 거예요. 조미료 같은 거 넣어야 하는데 물이 자꾸 새 가지고 그거 고쳐 달라고 했는데, 보통 (수리 기사님을) 부르면 비싸잖아요. 그래서 말씀드렸는데 그것도 흔쾌히 해주셔서. 

그런 문제로 연락할 때 어려움은 없어요?  좀 심호흡을 한번 해요. 이런 것까지도 해 주실까? 그냥 잘 모르니까. 그런 거에 관련된 팸플릿 같은 게 하나 있으면 서랍 같은 데 넣어놓고 보면서 하면 좋은데... 경우의 수는 많으니까요. 스스로 할 수 없을 때 연락을 드려야 되는 데 너무 긴장돼서 저는 그게 좀 싫거든요.


범죄에 대한 걱정도 있었잖아요. 살아보니 어때요? 처음 살았던 집에는 화장실에 창문이 없었는데 지금 사는 집에는 창문이 있거든요. 거기는 근데 습기가 너무 많이 차다 보니까 굳이 닫아놓지 않아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어요. 방충망만 닫아놓고. 근데 본 방에 창문이 크게 하나 있는데 거기는 무조건 바깥 창문이랑 안의 창문이랑 둘 다 꼭꼭 잠가요. 집에 있을 때도.

열어놔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쓰레기를 재활용하려고 갔을 때 살짝 올려다봤거든요, 저희 집을. 근데 (키가) 한 180cm나 170cm만 돼도 손을 쫙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게 너무 무서운 거예요. 그러니까 뭔가 공포감이 좀 있어서... 벽이 뭐라고 해야 하지? 틈이 있어서 이렇게 발치기 해서 올라갈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런 것 때문에 할아버지가 해주셨던 말이 생각나요. 할아버지가 요즘 세상이 너무 험하다고 호신용 스프레이 같은 것도 사고, 호루라기 같은 것도 사라고. 아직 안 샀는데 곧 살 거예요. 

그러면 창문은 거의 안 열고 살고 있나요?
네, 환기할 때만 잠깐 열고. 쉬는 날에 제가 집에 하루 종일 있는 거면 조금 열고 싶어도 한 10분에서 20분 정도만 열고 다시 다 닫고 잠그고 그런 거죠. 그런 것만 빼면 딱히 그 집에 살면서 위험하거나 힘든 거는...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까지 되게 편하게 살고 있고, 청소 같은 건 제가 귀찮으면 되게 몰아서 하는 편인데. 제때제때 치우는 거는 거의 이사 초반에는 진짜 열심히 했는데요, 근래에 진짜 너무 게을러져서... 아마 저희 집에 오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옷이 막 군데군데 있어서 미칠 것 같아요. 밟고 다녀야 해요. (웃음)

 

월세 부담을 말씀하셨는데, 월세를 포함해서 한 달 고정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요?

일단은 월세랑 그리고 관리비, 수도세 포함해서 47만 원이 나가고요. 그리고 가스나 전기세 같은 경우는 제가 별도로 내는 건데 제가 이사 다닐 때마다 할인해놓는 게 있어요. 그게 지역구마다 또 그 가스 관리공단, 전기 관리공단, 수도 관리공단 다 다르잖아요. 그런 걸 다 알아봐서 그 지역구에 연락한 다음에 서비스받을 수 있게 연락이 와요, 그러면 거기 들어가서 내가 되는 건 되고, 안 되는 건 안 되고. 거기 알아봐서 체크하면 그게 딱 적립이 돼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기본으로 나가는 거.... 진짜 제가 식비를 얼마 안 쓸 줄 아는데 식비가 진짜 많이 나가요.
그리고 휴지나 키친타올 같은 것도 진짜 많이 써서. 돌돌이나 그런 거 하면 한 달에 기본적으로 170만 원? 쇼핑을 좀 줄인다면 더 줄일 수도 있고요. (웃음)

제 개인 생물들도 있다 보니까 이제 밥값 같은 거나 아니면 약간 놀이기구 같은 거.
그거 한 번 사두면... 고정 비용이 아니긴 한데 한 번 살 때마다 한 10만 원씩 깨지는 거.

돈이 부족했던 날은 없었어요?  있었죠. 충동구매에 미쳐 있던 날 충동구매에 미쳐서 한 일주일 동안 제가 저금통에 넣었던 돈을 이용해서 식비 해결하고 그랬어요. 통장에 돈이 없어서. 집에 오니까 지갑에도 현금이 없어서 동전으로 교통비 해결하고. 그때는 아직 후불 교통카드 쓰기 전이라. 불편한 게 많아서 후불로 바꿨어요.

그런 일도 있었어요. 하담에 살고 있을 때 제가 어떤 역이었는데 교통카드에 돈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깡민한테 전화를 했더니 교통비를 가져와 줬어요. 고맙더라고요. (웃음)

하담에서 독립할 때 자립관도 권유했지만 당시에는 자취를 하고 싶어하셨어요. 만약 그 때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선택은 다를까요?

지금은 자립관에서 살고 싶어요. 월세가 너무 부담돼요. 그것만 줄여도 저는 행복할 것 같습니다.

월급이 이번 달에 진짜 얼마가 나올지 가늠이 안 돼서. 시간별로 시급을 저희가 계산해서 받으니까 월급으로 환산하면 얼마 안 될 것 같아서요. 이번에는 한 200만 원을 못 찍을 것 같아요.
저희 월급이 고정 금액이 아니에요. 일하는 시간... 그걸 계산해서 주휴수당, 공휴일에 일했을 때는 또 그거에 맞춰서 1.5배 쳐서 계산하면 이제 매니저님이 사장님께 전달해요. 사장님이 그거에 맞는 월급을 주시는 거죠. 제가 제일 많이 받았던 게 240만 원 좀 넘었어요. 평균은 어느 정도예요? 평균은 190만 원 정도. 제일 적게 나왔을 때가 160만 원.

혼자 살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은 경제적인 거나 심리적인 거 같아요.

 

Q. 심리적인 어려움은 어떤 건가요?

우울증이 좀 심해서 정신과를 몇 번 갔었는데. 정신과 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나요? 어느 날 갑자기 퇴근하고 나서 그냥 눈물이 나면서 현타가 딱 오는... 현타는 뭐 매번 오긴 하는데 그냥... 그때 너무 극도로 우울했던 것 같아요. 자해도 너무너무 하고 싶고, 실제로도 했었고. 그거를 같이 일했던 언니한테 말씀드리니까...

딱히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계속 그냥... 늘 생각해 왔던 건데 그게 갑자기 한 번에 응축돼서 다가온 느낌? 집 생각만 해도 그렇고 부모님이나 할아버지는 뭔가 몸 상태... 생각만 해도 너무 우울하고 언니도 아픈 거 생각하면 그렇고. 가족 생각하면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제가 (알바하는 데) 진상들이 하루에 수십 번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 걸 생각하면 또 내가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 계속 이 월급을 받고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그랬군요. 병원은 어떻게 선택했는지 궁금하네요. 좀 알아보고 갔어요. 인터넷으로도 많이 발품 팔아보고. 주변에는 거의 안 물어봤던 것 같아요. 언니가 추천하는 데는 멀어서... 리뷰 같은 거 보고, 네이버로 찾아보고. 블로그 보면서 제일 그나마 나은 거. 

너무 멀면 제가 잘 안 갈 것 같아서 근처로 갔더니, 처음에는 있었던 일을 막 얘기하라고 하세요. 제가 편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계속 진지한 눈빛으로 계속 들어 주시고, 그... 진지하게 들어주시는 눈빛이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근데 제가 할 얘기의 반의반도 못 한 것 같아요. 얘기들이 너무 장대하니까 기본 3시간 잡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시간제한이 있는 건 아닌데 그래도... 모르겠어요. 그냥 그렇게 말한다는 게 그랬어요. 지금 당장 불안한 것들을 얘기하고 관련해서 상담받고, 약 받고. 항우울제였나? 제일 약한 것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단계를 높여보자고 하셨는데 제가 몇 번 못 먹었어요. 왜요? 제가 꾸준히 약을 먹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한 3~4일 정도는 계속 먹다가 음... 아침, 저녁으로 먹을 수 있는 약을 주셨거든요. 또 제가 아침을 잘 안 먹으니까. 아침은 빼먹고 그래서 그다음에 갔을 때는 일주일 치만 주셨거든요. 다음 주 가서 상담해 보니까 제가 하루에 한 번만 먹어도 되니까 꼭 먹으라 하시고 그렇게 처방을 해주셨어요. 한 단계 좀 센 거로 먹었는데 그래도 뭔가 그렇게... 제가 꾸준히 안 먹어서 별로 효과가 없다고 느낀 건지...

근데 지금은... 그냥 편해요. 이게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진짜 너무 우울했던 건지 아니면 그냥 나를 좀 붙잡고 싶고, 누구한테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지금은 그때랑 비교해서 어떤가요? 그때보다는 나은 거 같아요. 그때가 유독 많이 다운됐었어요. 정신과는 처음이었지만 딱히 긴장하거나 그러지는 않았고, 그냥 병원 가는 것처럼 편하게 받고 왔는데 계속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진짜 너무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하고 싶었을 텐데 나는 그렇게 해서 딱히 긴장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금은 뭔가 차분한데 잘 모르겠다 뭐 이런 생각? 지금은 괜찮아요

 

Q. 하람씨에게 가족 특히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각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담인 중에는 가족과의 만남이 중단되는 경우도 있지만, 하람씨 경우는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죠. 그렇다 보니 가해자였던 오빠를 정기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에 대해 걱정도 많았습니다.

설날이나 추석 때는 할아버지가 계시니까 모여요. 하람씨에게 명절 모임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냥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 해서 가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안 가면... 특히 설날 때랑 추석 때는 좀 더 의미가 뭔가 큰 게 있잖아요. 가족들도 다 보는 거니까. 명절이 가진 그런 의미가 없다면 다를까요? 굳이 안 가요. 요즘은 알바 때문에 못 간 적도 꽤 있어요. 그렇게 되면은 그전에 가거나 명절 후에 가거나 그래요. 그때 되면은 같이 볼 필요는 없고 할아버지만 보고 오면 편하죠.

가족 모임에서 오빠를 만나는 것이 불편하지는 않나요?
지금은 그렇게 딱히 불편한 건 없어요. 지난번에 오빠랑만 어디를 갔었어요. 그때 딱 둘이 있었는데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어요
20살 때 초반까지는 좀 많이 불편했어요. 같이 단둘이 있거나 이런 상황들이 21살 정도 되니까 만나는 텀이 훨씬 더 줄어서... 자취 시작하고부터는 만나지 않는 기간이 길어져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더 접점도 없고 그러니까. 그리고 뭔가 연락할 일 있으면 오빠가 아니라 새언니한테 해요.

하람씨는 주소지 열람 제한을 하지 않으셨어요. 오빠가 찾아오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요?
그런 건 없어요. 알아도 어차피 안 와요. 찾아오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 보이는데, 나에게 더는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일까요?
네, 그리고 어차피 아내도 있고 애들도 있는데 더는 그런 짓은 안 해요. 에휴.. 그때 하고 있을 당시에도 새언니랑 사귀고 있을 때였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지금은 음... 애기들이랑 같이 살아서 에휴...


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나요?*  “움… 후회하는 마음이 지금은 미미하지만, 그 당시에는 컸던 것 같아요. 본가에 가면 얼굴을 마주칠 수도 있었으니까요. 마음이 안 좋았죠… 그래도 할아버지를 생각해서 참았던 것 같아요. (일이 크게 벌어지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기 때문도 있고 오빠도 할아버지 손주니까요 ㅂㄷㅂㄷ)” 

사과를 받은 적이 있나요? 받은 적이 없다면 사과를 받고 싶은가요?*  “사과는 아직까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중1 때 큰오빠가 뭔가 내심 미안했는지 뭔지 저한테 첫 핸드폰인 스마트폰을 사줬어요. 기종도 기억나요. 정말 작고 귀여운 폰이었어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아직 큰오빠를 무서워해서 쭈뼛거렸던 기억이 나요.

그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폰 요금도 내주고 핸드폰도 바꿔줬는데 사실 지금은 딱히 사과를 바라지는 않아요. 물질적으로 받은 게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뭔가 다시 그 상황을 상기시키는 분위기가 될 것 같아서요, 지금은 그냥 앞으로의 일상을 즐기고 싶습니다.”

할아버지가 신고를 만류하셨다고 들었는데 할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은 없는지요?*  “솔직히 그 당시에는 할아버지를 많이 의지함과 동시에 원망도 좀 했던 것 같아요. 왜 없었던 일로 무마하시고 싶어 하는지 이해도 되지 않았고 그저 속상했거든요.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할아버지는 가뜩이나 신경 쓰실 다른 일들도 많아서 너무 힘든데 그 힘든 것에 다른 것을 더 얹는 것이 너무 버거우셨을 것 같아요. 물론 그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제가 어렸을 때 겪었던 다양한 일들과 할아버지가 지금까지 저에게 해주신 서포트를 생각하면 그 행동이 아주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다시 생각하니까 조곰 화나네용 ㅎㅎ)”

 

별 표시(*) 질문은 인터뷰 이후 추가로 하게 되었다. 문자로 받은 답변을 그대로 담아 싣는다.

<사진> 귀여워서 캡쳐 했다는 ‘브로콜리를 잔뜩 입에 넣은 햄스터’ 사진 (출처:https://blog.naver.com/summer9914/222894691895)


2편에서 계속 


<하담 플러스>

인터뷰: 귀여운 게 제일 좋은 타투쟁이의 알바생활 (하람) ②

인터뷰: 저한테 그런 쉼터 경험이 있네요. 고양이 쉼터는 처음인데 사람 쉼터에서 살아봤잖아요. (야옹이) ①

인터뷰: 내가 정말 비겁한 사람을 무서워하고 있었네! (달팽이) ①

인터뷰: 이걸 얘기하는 순간 저를 좀 다르게 생각할 것 같아서 무서워요. (달팽이) ②

인터뷰: 사실 혼자 살아도 괜찮은데... 나 밥이 그리워. 가끔 김치볶음밥을 먹고 싶어, 김치볶음이랑. 그게 가끔씩 그리워서. (짱)

인터뷰: “그래도 죽기 전에 한 번쯤은 만나야 하지 않을까? 그게 제일 고민이에요.”(져니)-②

인터뷰: “나도 내 인생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나를 불쌍하다고 얘기하는 게 싫고...” (져니)-①

인터뷰: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고 너무 행복했어요. (마로) - ①

인터뷰: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돈은 항상 있어야 해요. 근데 돈 만 있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어요! (마로) - ②

인터뷰: 외부에서 어떤 고통을 받고 내 내면을 망가뜨리면 망가지는 건 나잖아요. (쭌) - ①

인터뷰: 그렇게 두려워하면 끝도 없어. 우리가 단단해져야 하는 거지! (쭌)-②

모임 후기: 퇴소인 모임, 연대의 시작이 되길 바래

인터뷰: 독립을 위해 돈을 모으고, 내년에는 대학에 갈 거예요! (베라)

인터뷰: 아이와 함께 하담에 놀러 가고 싶죠 (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