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과 나눔 219호] 활동가 인터뷰 - "어제보다 나은 오늘, 동지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어요"

사무국
2023-10-13
조회수 801

민우회원 인터뷰-김현주 활동가를 만나다

여성민우회를 지칭하는 영어 표기는 ‘위민링크’(Womenlink)입니다. 우리 회원들은 언제, 어떻게 민우회와 연결되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마련한 회원 인터뷰, 이번 호에서는 2019년 성폭력전문상담원교육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하담> 상근활동가로 활약하고 있는 김현주 활동가(이하 히나)에게 물음을 건넸습니다.

 

Q. 민우회를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A.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민우회 회원이었던 분이 민우회를 소개해주셨고, 이를 계기로 여성주의 상담 수업도 들었어요. 그 무렵 고양파주여성민우회에서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 과정을 진행한다고 해서 교육을 받았고 동기들과 후속 모임을 이어오게 됐죠.

 

Q. 관심이 참여로 이어져왔네요. 상근활동을 하게 된 이유가 있었는지요?

A. 상담을 계속하기 위해 경제적 기반이 필요했고요, 무엇보다 공부하고 경험한 것이 도움을 드리고 싶었어요. 여성주의 관점, 여성주의 상담을 배웠으니까 이론이나 지식으로 남겨두지 말고 구체적인 삶에 적용하고 싶었죠. 그런데 하담인들과 만나면서 제가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세상을 보는 시야도 사람을 대하는 마음의 폭도 넓어진 것 같거든요.

 

Q. 상근 이외에 소모임 활동도 꾸준히 하고 계시잖아요. 쉽지 않을 텐데요.

A. 저와 성폭력전문상담원 교육을 같이 들었던 동기들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라온제나>활동을 하고 있어요. 라온제나 모임을 하면서 상담원 교육과 후속 모임이 정례화하는 게 민우회 회원 모집에 이바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교육에서 모임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지향하는 바가 대체로 비슷할 때 이뤄지는 거니까요. 2021년에 상근을 시작하면서 한동안 피곤해서 모임에 나가지 못한 적도 있지만, 되도록 빠지지 않으려고 해요. 작년 총회에서 ‘1인 1소모임’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활동가와 회원이 유리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했었고, 조직이 생명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회원들의 생각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왔거든요. 또 이 활동을 직업으로만 여기지 않으려는 스스로에 대한 의무감도 있어요.

 

Q. 그러고 보니 상근 활동을 하신 지 3년이 되셨네요. 회원으로서 만난 민우회와 활동가로서 접하는 민우회는 어떤가요? 많이 다른가요?(웃음)

A. 민우회는 밖에서 봤을 때 무척 탄탄하다고 생각했는데, 활동가로 있어 보니 해결되지 못한 내부 갈등도 보이고, 기대했던 모습이 아닌 경우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어떤 곳에 속하든지 구성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발전적인 생각, 좋은 의견을 나누면서 변화와 발전을이뤄가고 싶거든요.

 

Q. 회원에서 상근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계신 것처럼, 민우회에서의 경험을 더 확장하거나 다른 삶의 모습으로 연결해가고 싶다는 구상이 하고 계시다면 나눠주세요.

A. 저는 민우회를 비슷한 삶의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여겨요. 가령 1점에서 10점까지 점수를 매길 때, 지향하는 것, 추구하는 가치가 6점 이상이라고 하면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고 공동체를 만들어 어떤 활동을 같이 할 수 있겠다 싶어요. 공동체적인 삶을 살 수도 있는 거고요, 동지가 되는 거죠.

 

Q. 동지라는 말이 참 좋네요

A. 저는 친구들과 함께 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요. 혼자가 아니라 친구, 동지들과 함께 지향하는 곳, 바라는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게 제 삶의 목표 중 하나에요. 민우회에서 만난 분들 중에도 저의 친구가 돼 줄수 있는 분들이 계시겠죠? 저도 누군가의 동지가 돼 줄수 있고요. 저는 우리 세대는 우리 스스로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실버 페미니스트가 되어 민우회의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요. 동지들과 함께요.

 

Q. 민우회 활동 말고도 다른 우리의 삶이 있으니까요. 생활 속 여성운동을 표방하는 게 민우회니 같이 나아갈 수 있는 동지를 얻는 건 멋지고 소중한 일이네요

A. 예전에 다문화가정 여성들을 상담하면서 그분들이 낯선 타국에서 편안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절실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하담에서도 하담 이후의 삶을 사는 친구들이 힘든 일이 있을 때 전화하고 만나서 편하게 밥 먹을 수 있는 지지 체계가 필요하구나 느껴서실버 페미니스트들이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동지들과 함께 믿을 만한 실버 페미니스트가 되어가고 싶어요.

 

Q. 히나의 동지가 되려는 분들에게, 히나라는 사람에 대해 소개한다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세요? 민우회 회원분들을 향해서도 좋고요.

A. 저는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에요. ‘Better than yesterday!’라고 할까요. 아주 미미하더라도 어제보다, 과거보다 더 성장하면 좋겠고, 이를 위해서 필요한 건 꼭 여성주의, 진보적인 사상만이 아니라 융통성 있는 마음이에요.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헬프풀(Helpful)한 태도죠. 이런 성장의 과정을 동지들과 더불어 즐겁고 유머러스하게 이뤄가고 싶어요. 회원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저는 40대 후반에 삶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됐는데 자기 나름의 인생에 대한 비전이나 가치관을 가지면 훨씬 더 나은 날들을 맞이할 수 있어요. 절망하지 않고 지치지 않고 남 탓하지 않고 자기주도적으로 살 수 있어요. 민우회에서 그런 경험을 함께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진행: 자유 / 정리: 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