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담플러스] 인터뷰: 이걸 얘기하는 순간 저를 좀 다르게 생각할 것 같아서 무서워요. (달팽이) ②

하담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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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담플러스]에서는 하담을 퇴소한 하담인들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뷰, 모임 후기 등을 통해 하담 이후의 삶을 살피며 유대와 연대의 끈을 이어가는 한편, 쉼터 너머를 고민하는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1편에 이어서


Q. 대학 생활 초반에 친구들하고 출발선이 좀 다른 것 같다고 얘기했던 게 기억나요.

아직도 같은 마음이에요, 저는. 전 아직도 너무너무 부럽고 너무너무 열등감에 미쳐서. (웃음)

우선은 학업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제가 더 부지런하고 좀 바지런 떨고 똑똑하면 다르겠지만, 만약에 똑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했을 때 당연히 부모님이 좀 빵빵하면 더 괜찮지 않을까요? 내가 제일 끝이다는 아닌데 그래도 좀 뒤처져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마음을 어떡하면 좋죠? 실제로 그런 면들도 있겠죠. 그렇죠? 맞아요. 그랬을 때 어떤 마음이에요? 슬프죠. 시기 질투. (웃음) 내색은 하면 안 돼요. 내색은 안 해요. 시기 질투 안 하고 나도 마치 빵빵한 것이 있는 것처럼. 걔네들보다 하나라도 더 하려고 하고, 그렇게 혼자 보이지 않는 결투를... 쟤는 신경도 안 쓰는데 (웃음)


다르다고 느끼는 제일 큰 요소는 뭘까요?  제일 큰 요소는.. 재력과 부모의 인품?  저는 초등학교 때 그냥 그 골방에 숨어서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있을까? 너무 슬프다... 이러고 있는데, 제 친구는 화목하게 가족들과 어떤 발레나 음악 공연을 보러 초등학교 때 갔다 왔다고 하고. 그럼 나는 얘기할 게 없어... 저는 그런 걸 들으면 약간 어느 버튼이 눌리는 것 같아요. 아무 생각 없이 정말 동등한 친구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애들이 어릴 때 어떤 경험을 얘기하면, 좀 풍족한 경험을 얘기하면 그때 조금 그런 게 발동하는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 그런 게 한 게 없어서 너무 그렇죠... 그래서 저는 빽이 있는 척을 해요. (웃음) 그렇게 말을 하지는 않는데 그냥 열심히 막 그런 걸 보러 다녀요. 열심히 보러 가는 건데 그냥 자연스럽게 보러 가는 것처럼. 그 전까지는 하나도 못 느꼈어요, 다 똑같으니까. 다 뭐 옛날에 그냥 구슬치기하면서 놀고 그랬는데 ... 에휴... 그랬어요.

  

Q.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때요?

아, 우선 10대 시절에는 비슷한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니까 비슷한 환경의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그리고 너무 어린 시절이니까 제 환경을 어쩔 수 없이 공유할 수밖에 없었고 좀 이해할 수 있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성인 되고 대학 들어와서는 너무 얘기하기가 힘든 거예요. 이런 상황을. 그래서 저는 그 누구에게도 제 상황을 오픈하지 않았는데 그러면서 약간 친해지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한 친구한테 이런 말을 들었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말도 안 해주고 자기 얘기도 안 하고... 핸드폰은 왜 가리고” (웃음) 제가 맨날 핸드폰을 (손으로 가리며) 이렇게 하거든요. 혹시 그런 문자가 있을까 봐.  그런 문자라 하면? 아빠나 자립관이나 쉼터나 이런 데서 오는 거. 제 친구들은 그냥 제 앞에서 핸드폰하고, 가족 이야기하고 집안 이야기하고 이러는데 저는 일절 그런 얘기 안 하니까 그래서 좀 서운하다고 저한테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저는 그때 뜨악했죠. 내가 그런 줄 몰랐는데... 그냥 저는 좀 조용한 애라고만 인식을 하는 줄 알았어요. 다들 그렇다길래 그냥 어떡하지 했다가 결국 끝까지 얘기는 안 했고, 그냥 미안하다고만 했죠. “내가 오픈 안 해서 미안해” 이랬는데 그때 약간 좀 느꼈어요. 저도 공유하고 싶은 건 많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내가 아직 뭔가 얘기하기 좀... 사실 얘기할 의무도 없고. 그래서 그냥 흐지부지 넘어갔죠. 저도 솔직히 이제 좀 편해진 애들한테 얘기하고 싶어요. 너무 하고 싶어서 미치겠어요.


 왜 얘기하고 싶어요? 이게 단순히 공감받고 위로받고 싶은 건 아니에요. 저 그런 마음은 이제 떠났고. 10대 시절에는 그러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은 아예 사라졌고. 그냥 편하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런 거거든요. 근데 뭔가 걸림돌이 많으니까 이야기를 자꾸 못하게 되는... 이걸 얘기하려면 내 상황을 설명해야 해요. 예를 들면 친구들이랑 뭐, 전 남친 이야기를 해요. 엑스들 얘기를 하면 나도 내 전 남친 얘기하고 싶어. 그때 너무 혼돈의 시기에 만난 앤데 이걸 설명을 못 해. 그래서 그런 답답함도 있고.  왜요?  그걸 설명을 어떻게 해요? 그 친구와의 만남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 과정 안에 저는 15살에 분리가 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그거 없이 어려워요?  그거 없이 좀 드라마틱하지 않아요. 그게 재밌는 요소인데 그걸 얘기할 수 없으니까. 이거 빼면 약간 기승전결이 전혀 없는 느낌이 들어서 좀 아쉽고. 좀 허무맹랑해요, 그거 빼고 얘기하면. 그냥 중학교 때 어땠냐, 고등학교 때 어땠냐 이런 얘기하면... ‘어, 이거 얘기하고 싶은데 이게 재밌는 부분이... 이것도 얘기 못하는데 어떡하지’ 이래요.. 정말 중요한 얘기네요. 그렇죠? 그래서 이런 걸 좀 공유하고 싶긴 해요, 저도 친구들이랑.

 

하고 싶은 이야기에 뭔가 들통나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포함된 느낌일까요? 사실 저는 들통 난다는 그런 마음은 없어요. 옛날에는 이것 때문에 힘들었는데, 인제 와서 생각하면 좀 흥미로운 대화거리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근데 이걸 얘기하는 순간 저를 좀 다르게 생각할 것 같아서 무서워요. 그리고 자기들 딴에는 좀 불쌍하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그래서 저는 오픈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거에 대한 답답함이 있긴 한데, 그건 또 극히 일부이긴 하니까 엄청 답답하진 않아요.  말하고는 싶지만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네요. 맞아요.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에요. 그리고 (말할 수 있는 부분만) 떼어내려고 하다 보면 대화에 마가 생겨요. 그럼 내가 또 거짓말하는 사람처럼... 

 

다르게 생각하는 게 무섭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요? 그냥 좀 놀라는 리액션이 싫은 것 같아요. 뭔지 아세요? 만약에 한부모 가정이나... 나 아버지 없는데? 그러면 뭐야 내가 편견인가 이렇게 되는데, 나 가정폭력 때문에 15살 때 분리가 돼서 혼자 살고 있다 하면, (무척 당황스럽게) 헉! 어떡해... 이런 리액션. (웃음) 그런 리액션을 받아봤어요?  사실 생각해 보니까 한 번도 이야기해 본 적이 없어서...  옛날 친구들은 어땠어요? 어렸을 때는 그 과정을 애들이 다 알았기 때문에 리액션이 크지가 않았거든요. 약간 일기처럼 서로 주고받는 얘기를 했었으니까 그때는 그게 자연스러웠어요, 그런 대화가. 근데 지금은 그게 너무 자연스럽지 않아서.

 

달팽이님이 듣는 입장이라면 어떤 리액션을 보일까요? 저는 하나도 놀라지 않아요! 자연스러운 이해, 플러스 ‘난 더 침착하겠다’라는 노력. 그래서 가만히, 가만히! 그런 느낌 아니까. ‘어, 그렇구나. 그럴 수 있지.’ 참고해야겠네요. (웃음) 이야기를 들으니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데 있어 불편한 점들이 많겠어요. 맞아요. 제가 사정을 말하기 싫은 이유가 뭔가 그 사정 없이 저만 봤을 때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요. 근데 그 사정을 듣고 저를 봐버리면 뭔가 또 다른 인식이 생길 것 같아서 못 말하겠어요.

저는 약간 이 점이 저한테 좀 마이너스 요소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못 말하겠어요. 잘 보이고 싶고... 그리고 저는 옛날부터 약간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뭔가 이상하게 저는 돈이 많은 것보다 똑똑한 부모. 좀 괜찮은 부모 밑에서 자라는 게 되게 멋있었거든요. 뭔지 아세요? ‘교수님 아들’ (웃음) 보통 영화감독들이 많이 그렇더라고요. 저는 그런 게 너무 부러웠거든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제 부모님에 관해서 얘기를 별로 안 꺼내는 것 같아요.

 사실 다른 거에는 위축이 안 되는 편인데 이런 얘기 들으면 좀 위축이 되더라고요. 약간 태생부터 뭔가 좀 그런 느낌... 그게 좀...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말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아니, 뭔가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라기보다는 무시 받고 싶지 않은 마음?


저는 아직까지 (저를) 오픈할 생각이 안 들어요.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압박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이 사람과 좀 많이 가까워졌을 때? 그리고 내가 봐도 객관적으로 내 이야기를 너무 안 했다 싶을 때? (웃음)  관계 맺기는 쉬워요. 저도 뭔가 다른 얘기를 하면 되니까 관계 맺기는 너무 쉬운데 이 관계가 맺어지고 나서 뭔가 다른 스텝으로 갈 때? 그냥 뭐 잘 지내다가 만약에 남자친구가 될 것 같아, 이 스텝에서 좀 멈춰지고. 그다음에 친하다가 더 친해질 것 같아, 이 스텝에서 좀 멈춰져요. 뭔지 아세요? 그리고 좀 딥한 관계에서 어떡하지? 이렇게 말하면 될까? 나 안 좋게 생각하지 않을까? 내게 좀 편견이 생기지 않을까? 이런 마음 때문에...


고민이 크진 않아요. 근데 제가 그 얘기했잖아요. 자립관에서 물리적인 외로움이 너무 컸다고. 그래서 저도 좀 딥한 친구를 만나고 싶어요. 얘기도 하고 싶고, 자연스럽게. 근데 그 단계에서 자꾸 주춤이 되니까. 이게 뭔가 나눌 사람이 없다 보니까 그래서 좀 더 외로움이 커진다고 해야 되나...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맨날 하담 애들, 우리 하담 시그널 할 때만 모여서 아.. 편하다 이렇게 느끼고. 몇 년 동안 같이 살았고 그래도 다 알고 하니까, 편한 마음이 있는데... 밖에 나가면 경직돼서 ‘말 조심해야지’ 이러고. 철저한 이미지 메이킹 (웃음)

 

Q. 하담 퇴소 후 자립관에서 지내보는 것을 추천하나요?

자립관을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우선은 하담에서 바로 나와서 자립을 하기에는 저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약간 생활 기술이라든가 아니면 그냥 정서적인 면이라든가 그런 거에 있어서 자립관을 좀 경유해서 가는 게 훨씬 좀 안정적으로 갈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어떤 면이 도움이 되었어요? 우선은 주거비가 세이브 되는 게 제일 짱이고. 절약된 만큼 모으게 되나요? 모아요! 왜냐하면 검사를 해요. 달마다 주거비대로 모아야 해요. 우선은 옆에서 내 돈을 관리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돈을 허투루 쓰지 않을 수 있어요. 그게 보장이 되고, 그리고 여기가 사무실이 분리되어 있다고 해도 완전 멀리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 해서, 선생님들이 곁에 있는 것도.. 그리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는 것도 그런 것도 도움이 많이 돼요. 일단은 어느 소속에서 보호받고 있는 상태니까.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됐던 것 같고.

 

저는 상담을 연계해 주는 게 좋아 보이던데 그건 어땠어요? 상담 좋아요. 저도 상담을 거기서 두 번 받았어요. 상담받는 것도 너무 좋고, 근데 딱히 막 전문적인 상담 그런 거 아니어도 거기 선생님들이랑도 상담할 수 있고 검사 같은 것도 무료로 가능하거든요.  어떤 검사요? 직업 적성? 적성 흥미 검사하고 그다음에 심리 검사하고... 뭐 했더라 성격 유형 검사 뭐 그런 것도 했었고. 또 뭐 했지? 그림 검사도 했어요. 초반에는 필수로 해야 하는 검사들이 있고 그 이후로는 다 제가 신청해서 한 것들이에요. 상담도 제가 원해서 했어요.

 

상담의 계기와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우선은 불안을 해소하는 게 제일 주목적이었어요. 저는 불안이 너무 많아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너무 커서 이걸 상담하면서 좀 풀었던 것 같아요. 제가 악몽을 진짜 많이 꿨는데 특히 엄청 불안하고 스트레스받을 때 똑같은 악몽을 꾸거든요. 그 당시에 꿈도 계속 꾸고, 내가 봐도 너무 불안하고 우울한 것 같아서 좀 그만하고 싶어서 상담을 신청했어요. 저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너무 많아요. 뭔가 보장되어 있지 않은 미래가 좀 무서워요. 남들은 미래가 보장된 것 같아요? (웃음) 그렇지는 않죠. 그렇지만 그게 있죠. 걔네들은 그래도 벽이 있잖아요. 기댈 벽이. 근데 저는 그런 벽 없이 약간 징검다리를 건너고, 걔네는 도보로 걷고 (웃음) 저는 징검다리 걷는 기분이에요. 뭔지 아시죠?

 

하담에서도 불안함에 대해 많이 나눴었죠. 지금과 다른 면이 있나요? 하담에 있을 때랑 지금이랑 불안감의 차이가 좀 다르거든요. 하담에서는 약간 현실적인 불안함에 대해서는 걱정을 안 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때는 너무 어리기도 했고, 바로 옆에 선생님이 있으니까 그닥 뭐 어떻게 하면 되겠지! 이런 생각이 있었는데 그때는 좀 뭐라 하지? 정서적인 불안함이 있었던 것 같고, 지금은 정서적인 불안함 플러스 현실적인 공포가 합쳐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면 현실적인 공포의 내용이 뭘까요? 내용은... 근데 진짜 정말 직관적으로 저는 제가 길바닥에 나가서 살까 봐 불안해요. 그냥 우선 첫 번째로 돈이 다 닳을까 봐. 돈이 없어질까 봐.. 돈을 벌고 있으면서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가는 돈이 너무 많으니까 내가 이걸 감당하지 못하고 나중에 어떻게 잘못 해서 그러다가 임대주택에서도 쫓겨나고... 저는 최근에 매입임대 주택이 되기 전에는 심지어 길바닥에 나앉으면 내가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까지도 생각을 하고, 심지어 스스로 세뇌를 했어요. 길바닥에서 사는 사람 리스펙해야 한다고 그랬었어요. (웃음)

근데 저는 학업을 병행하고 나서 현실적으로 공포가 좀 사그라들었어요.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때가 공포가 제일 심해요. 막상 (병행하면) 힘들긴 하거든요. 이것도 챙겨야 하고 학업도 챙겨야 하고, 일도 해야 하고 또 내가 나가서 살 것도 생각해야 하니까, 해야 할 건 너무 많고 피곤하고 힘들긴 한데, 차라리 저는 그게 공포가 덜하고 그나마 좀 살 여유가 생겼다? 오히려 바쁜 게 더 여유가 생긴 느낌이 저는 들었어요.

  

Q. 최근에 정말 축하할 일이 있으셨죠? 장관상을 받으셨다고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거기 써 있어요. (웃음) 청소년의 성장에 귀감이 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이라고 그래서 제가 자기소개를 썼어요. 제가 자라온 환경을. 선발이 돼서 상장을 받았어요. 어땠어요? 저는 그게 약간 제 1년 동안의 노력이 돌아온 느낌이었어요. 인정받은 느낌. 자기성찰하면서 나쁜 짓 안 하고 열심히 돈 모으고 학교 갈 준비하고, 이런 거에 대해서 내가 잘 지냈구나. 이걸 인정받는 느낌이라서 전 정말 행복했어요

 

자기소개는 어떤 내용을 썼는지 궁금하네요. 분리 이전(신고 후 하담으로 오기 전) 내용도 써도 되는데 딱히 쓰고 싶은 내용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 이후 내용을 되게 많이 썼거든요. 하담에 지내면서 제가 활동한 거 있잖아요. 저희 연극 하고, 막 뭐 많이 했잖아요. 그런 게 쓸 게 되게 많더라고요. 이게 내용이 이어지더라고요. 제가 하담에서 연극을 하고 저희 그것도 했잖아요. 사진 수업도 하고 심지어 영상 수업도 했잖아요. 영상 수업하고 영화를 좋아해서 영화 관련 학과에 들어가서 영상 공부를 하고, 뭐 하여튼 그런 게 이어지는 거예요.  지금은 하담에서 프로그램 진행하는 게 쉽지가 않아요. 하담인들의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거부감이 큰데, 예전처럼 무조건 참여하게 할 수는 없거든요. 저도 그 당시에 정말 하기 싫었거든요. 막상 그 시간에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었으면 저한테 더 안 좋았을 거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저는 진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자립관에서도 초반에 이런 교육에 참여 안 한 게 후회돼요. 그래서 지금 엄청 참여하고 있거든요.

 

Q. 하담 퇴소 후 독립 생활을 하시는 분들게 어떤 지원이 있으면 좋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허황된 이야기지만 5년이나 10년 정도는 생활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활비 지원이 달마다 꾸준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금액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요? 못해도 20~30만 원. 왜냐면 보통 쉼터 퇴소인들은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 퇴소하게 되는데, 제대로 못 살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고 바로 나락에 갈 수는 없잖아요. 제 생각에는 불법적인 일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제일 쉬운 게 그거죠. (예를 들면) 알바몬에 올라와 있는 그 바텐더죠. 저도 그런 유혹에 몇 번 흔들렸던 적이 없지 않아요. ‘나 진짜 이거 해볼까’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돈을 많이 벌고 싶으니까, 단시간에. 그래서 생각을 해봤지만 하지 않았어요. 더 흔들리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그런 위험에 빠질 수 있으니까 생활비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활비 20~30만 원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딱 식비 정도나, 그리고 딱 월세의 절반이던가 그런 느낌이니까.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그리고 자기가 원한다면 어떤 정기적인 상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마치며 졸업을 앞두고 있는 달팽이님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니 “저는요 공부가 너무 하고 싶어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영화 이론을 좀 더 공부해 보고 싶다는 그녀가 맘껏 공부할 수 있길 바라본다.

ps 인터뷰 이후 달팽이님의 집들이에 초대받았다. 작지만 달팽이님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난 공간에서 그녀는 행복해했다. 달라진 것이 있는지 묻자 “처음으로 내 몸을 제대로 본 거 같다”는 그녀. 샤워 후 항상 급하게 옷을 입어야 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는 설명을 붙인다. 하담에서 밥을 편하게 먹기까지 4년이 걸렸다는 그녀에게서 타인과의 삶이 주는 긴장감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이 공간이 그녀에게는 마음 편하게 그녀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첫 번째 공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끝) 

 


<사진> 영화소품을 제작중인 달팽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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