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담플러스] 인터뷰: 사실 혼자 살아도 괜찮은데... 나 밥이 그리워. 가끔 김치볶음밥을 먹고 싶어, 김치볶음이랑. 그게 가끔씩 그리워서. (짱)

하담
20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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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담플러스]에서는 하담을 퇴소한 하담인들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뷰, 모임 후기 등을 통해 하담 이후의 삶을 살피며 유대와 연대의 끈을 이어가는 한편, 쉼터 너머를 고민하는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2년 전 하담을 떠난 짱님은 중학교 2학년 때 하담에 왔다고 한다.                                           

맛에 예민한 그녀는 먹지 못하는 음식이 많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했던 그녀는 함께 해야 하는 시간들을 유독 힘들어했다. 이런 특성들은  공동생활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고, 거주 기간이 길었던 만큼 하담에서의 생활은 그녀에게 쉽지만은 않아보였다. 그녀의 쉽지 않은 시간들을 함께 겪으며 우리는 짱님 뿐 아니라 모든 하담인들의 개성과 취향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그녀로 인해 하담이란 공간이 어떻게 개개인의 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을까를 고민한 계기가 되었기에 그녀에게는 특별한 고마움이 있다.  


하담에서의 오랜 생활과 그녀의 뛰어난 기억력이 더해져, 우스갯소리로 하담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짱에게 물어보라 할 정도로 하담의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던 그녀. 이제는 하담을 떠나 만들어가는 그녀만의 이야기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인터뷰인만큼 격을 갖추고 얘기하자고 했으나 솔직한 말이 나올 거 같지 않다고 하여 평소의 그녀 모습 그대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중학생 때 하담에 오셔서 성인이 되어 자립하셨어요. 꽤 오랜 시간 하담에서 생활을 하셨는데 빨리 독립을 하고 싶었나요?

안 하고 싶었지. 근데 솔직히 말하면 반반이었는데 어떨 때는 나가고 싶었고, 어떨 때는 안 나가고 싶었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네. 

나갈 즈음에는 어떤 마음이었어요? 되게 즐거웠지. 그때는 괜찮았어.

걱정이 많으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괜찮아지게 된 이유는 뭐예요? 자유라는 느낌?

 

 Q. 그랬겠네요. [웃음] 그럼 먼저 독립할 때 방 보러 다녔던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여러 개 봤었지. 방 보는 게 귀찮았고... 되게 방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작았던 느낌? 원룸이 그렇게 돈을 많이 받아가면서...그렇게 비싼데... 그렇게 좁으면서...

생각했던 것과 달랐나요? 응. 집이 다 큰 줄 알았는데. [웃음] 아니~ 밖에서 커 보이잖아! 조금 그런 게 있었지... 그 환상 같은 거... 왜 드라마나 그런 거 보면 집들이 다 크니까. 원룸도 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원룸이라 해도 그렇게 작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예상보다 너무 작아서. 내가 짐이 좀 많았으니까 다 들어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많이 들고. 그거 빼곤 괜찮았지.

첫날 밤 기억해요? 혼자 안 무서웠어요? 안 무서웠지. 그냥 방에서 자는 느낌하고 비슷해서 딱히 그렇진 않았어. 난 나가고 나서 딱히 무섭다는 생각은 하나도 안 했어. 벌레 나오는 걱정은 많이 했지만, 그런 거는 하나도 걱정 안 했어.

지금 2년이 흘렀네요. 지내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게 있나요? 돈 낼 게 너무 많아! 신경 써야 할 게 하나둘이 아니야. (처음 1년 살았던) 오피스텔은 그래도 하나로 합해져 있어서 돈 내는 걸 그렇게 신경 안 썼는데, (지금은) 따로따로 하니까 또 따로따로 내야 하지, 시간 맞춰서 또 내야 하고. 그러다 보니까, 너무 많아! 집 자체는 괜찮은데 벌레가 너무 많아서 문제고. 그거 때문에 쓴 비용이 너무 많아서... 이 집에 오고 나서 벌레 (퇴치에) 쓴 비용이랑 벽지 새로 한 거 합하면 한 200만 원 썼으니까 거의.

벽지는 왜 다시 했나요? 곰팡이 때문에 갈았지. 내가 살다 살다 곰팡이 그렇게 많이 본 거 처음. 정말 징그럽더라고요...

벌레 때문에 고충이 많으신데, 하담도 벌레가 없진 않았잖아요? 그래도 잡아줄 사람이 있잖아. [웃음] 지금은 내가 다 잡아야 되잖아! (하담에서는)“무서워”하면 누가 잡아도 주는데...

벌레 말고는 어려움 없으세요? 그게 1순위야. 그다음에... 이제 돈 내는 거고. 아, 근데 곧 생길 것 같긴 한데... 이제 내년이면 또 2년 다 되니까... 집세라고 해야 되나? (집세 즉 전세보증금이) 좀 달라지면 또 이전과 같이 서류를 내야 된다고 하더라고. 그것도 복잡하던데... 이번 집 계약했을 때는 자립관 선생님이 알아서 쓱쓱 해 주셨는데 그때 설명을 못 들었는데 그거 다시 물어보기도 애매하고...

하담에서 독립해서 오피스텔에 1년 사셨고, 이후 00자립지원관의 사례지원을 받아 LH전세임대로 현재 사는 집으로 이사하셨어요. 2년 계약해서 현재는 1년 더 남은 거죠? 그렇지. 근데 집세를 올릴 것 같아. 그러니까 지금 전세 보증금이 3천이잖아. 거기서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다시 신청해야 한대. 바뀐 금액으로.

 

Q. 당시에 전세임대로 집 구하느라 좀 힘드셨잖아요. 그 얘기를 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거... 집을 3~4개 본 거 같은데. 

세 군데 중에 첫 번째 집은 00역 앞 근처에 있던 집인데 그 집이 좀 의외로 넓었고, 그 집이 내가 마음에 들었어. 근데 옥상에 불법 건축물이 있어서 LH에서 계약 안 된다고 했지.

그리고 그다음에 본 집이 내가 뺏긴 집. 먼저 얘기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랑 계약하게 됐다고 해서 못했고.

세 번째 집이 지하여서 (자립지원관) 선생님이 지하는 절대 안 된다고.

그래서 그다음에 본 집이 지금 집이랑 조금 떨어져 있는... 그 집 자체도 넓어서 좋았거든. 근데 거기는 2월에 갈 수 있었어요. 지금 있는 집은 1월 말에 들어올 수 있는 집이었고. 그 집이 2월인데 혹시 안 될 수도 있으니까... 라는 것도 있었고, 그 집이 된다 해도 2월이니까. 나는 그냥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계약했던 건데, 2월까지 기다리기 힘드니까. 근데 이럴 줄 알았으면 2월까지 기다릴 걸 하고 후회도 좀 살짝 들긴 하네. 차라리 시간 좀 늦더라도 집을 좀 더 알아보고 가야 했는데...

전세 임대로 해보니까 어때요? 사람(임대인)마다 다른 것 같아. LH가 너무 복잡하니까. 서류도 많이 보고 하니 웬만해서는 (임대인이) LH를 하는 데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좀 많은 대화를 나눈 뒤에 해야 할 경우도 있고, 이 집도 원래는 LH가 안 되는 거였는데 LH에서 집주인하고 대화를 한 다음에... 원래 이 집이 안 나가기도 했었고.

 

Q. 처음에 독립했을 때 짱님이 시간이 되게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었던 게 기억나요.

 아~ 그때 당시에는 그랬지. 지금은 시간이 자꾸 부족해. 그때는 내 상황이 4일 쉬는 거잖아. 그것 때문에 시간이 남았지. 그거 때문에 시간이 좀 난 거지. 이제는 다음 날에 안 쉬면 바쁘게 일을 하니까.

 하담에서 지낼 때도 매일 나갈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그때는 우리가 좀 많이 떠들었잖아. 트러블도 좀 많았고. 거의 다 내가 중심에 껴 있긴 했는데. [웃음] 그런 경우가 많으니까 그냥 집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왔던 거지.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그래도 좋아하니까. 그때는 계속 밖에 돌아다녔던 거고 지금은 밖에 돌아다닐 필요가 없지. 혼자 지내니까.

나 같은 경우는 그냥 집에 박혀있는 걸 좋아하니까, (혼자 사는 게) 맞는 거지. 좀 외로울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나가자마자 신나지. 나는 신나지, 아주 즐거웠지. 간섭할 사람이 없어서. 자기 멋대로 이렇게 신나게 놀고 그게 제일 좋지. 시간이 지나면 그리워한다고 하더라고, 같이 지냈던 시간을. 나는 아직은 아니고.

근데 벌레 때문에 (하담이) 그리워. 살짝살짝 가끔. 그리고 밥해주는 거? 밥을 내가 안 해 먹잖아. 초반엔 해 먹었는데 점점 힘든 거야. 지금 밥솥이 어디 처박혀있는지... 일 년도 넘었는데 괜찮은지 모르겠네...

 

Q. 하담은 입소 기간이 있기 때문에 성인이 되면 퇴소를 하게 되잖아요. 만약 나이와 상관없이 퇴소 시기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언제 나가고 싶어요?

 나는... 한 30대? 벌레가 좀 안 무서워질 때?

사실 혼자 살아도 괜찮은데... 근데 이게 반반이어가지고. 근데 벌레 쪽이 좀 높아. 그리고 밥 해주잖아. 나 밥이 그리워. 가끔 김치볶음밥을 먹고 싶어, 김치볶음이랑. 그게 가끔씩 그리워서.

김치볶음밥 요리할 수 있잖아요, 식당에서도 팔고. 근데 내가 하면 맛이 없게 돼. 왜 똑같이 하는데 맛이 없는지 모르겠어. 식당에서는 맛이 없어. 내가 다 먹어봤거든 주변에 하는 거를. 맛이 다 하나도 없어요. 그냥 맵던가 아니면 그냥 순하거나. 중간이 없어.

그리고 하담에서는 규칙적으로 먹어서인지 살이 잘 빠졌던 것 같아. 왜냐면 내가 지금 불규칙이거든. 한 번 먹을 때가 시간이 다 다르거든. 그래서 웬만해선 비슷하게 먹으려고 하는데 그게 안 돼.

 

Q. 그러면 하담에서 자립을 앞둔 분들이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요?

돈 같은 거는 준비 많이 하면 좋지. 일 바로 할 것 아니면 좀 모아두는 게 좋지. 나도 그래서 모아 놓고 나왔고. 나는 (벌레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좀 더 해야 했어. [웃음]

 

Q. 돈 관리 하는 건 괜찮아요? 한 달에 어느 정도 나가고, 어느 정도 필요하고 이런 게 조금 보이나요?

 아주 잘 보이지. 아휴.... 초반에는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잘 안되더라고요.

 왜 잘 안되다고 생각해요? 남는 게 없잖아~

그러면 독립 전에 돈 관리하는 것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까요? 잘 모르겠어. 난 초반에 내가 관리하다가 안 돼서 하담에서 관리를 해주기도 했잖아. 둘 다 아닌 것 같아. 닥쳐봐야 하는 건가... 뭐가 더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어...

돈 많이 안 쓰는 사람이면 괜찮은데, 난 돈을 많이 쓰잖아. 처음부터 잘했던 사람은 나와서도 잘 하는데, 처음부터 헤프게 썼던 사람은 나와서도 계속 헤프게 쓰는 거 같아. 돈이 점점 커지니까. (하담에서는) 그래도 관리를 그나마 해줬기 때문에 돈 쓰는 게 적었던 건데. 왜냐하면, 내는 게 없잖아. 내는 것도 없고 그냥 밥도 다 해주고 하니까 나가는 돈이 없어요. 이제는 나가는 돈도 많고, 쓰는 돈도 많으니까 남는 돈이 거의 없는 거지.

 

Q. 돈이 전혀 없던 시기가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 얘기 좀 해 주시겠어요? 

저번 달에.. 나갈 돈 다 나가고. 2주 뒤에 들어올 상황이었지. 항상 그때 맞춰서 돈이 사라져... 지난 넉 달 동안... 저번 주가 처음으로 2주, 그 전에는 1주 정도 (돈이 없었지)

어떻게 해결했나요? 굶었지 쫄쫄쫄쫄! 그래도 집에 남겨 놨던 음식이 있었으니까. 라면이랑... 안 먹다가 돈이 없으니까 먹다가... 거의 하루에 한 끼밖에 안 먹는다고 생각하고. 돈이 들어오는 거니까 괜찮긴 한데... 분명히 생각하고 썼는데 없는 거야.

혹시 돈을 빌려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차마 못 하겠어. 나는 좀... 빌린다는 걸 못 할 것 같아. 일종의 빚이 남는 게 별로... 그래서 그냥 깔끔하게 주고 그런 게 아닌 이상... 근데 여러 번 빌렸어. 사람들이 모였을 때 “돈이 없다, 어떡하지?” 이렇게 말하게 됐는데, “그래? 그럼 나가서 같이 밥 먹자”고 해서 나가서 밥 먹고. 막상 돈 빌려준다 하면 거절을 해. 일단은 돈은 거절하고 사준다고 하면... 물론 세 번 거절했다가, 세 번 무조건 거절하고 그냥 못 이기는 척 가는 거지. [웃음]

내가 남이랑 별로 안 먹고 싶어요, 사실. 그때는 일이 끝나기 2주 전이었으니까 그냥 그런 차원에서 먹은 거지. 그전에는 안 받았어. 그 전에는 안 먹었고. 시간이 2주 남았으니까 끝날 때가 됐고, 마지막이라는 차원에서 먹자고 한 거니까. 저번에도 한 번 먹자고 했었는데 내가 그때 음식이... 안 맞아가지고.. [웃음]

돈이 없을 때 하담이나 선생님들한테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사실 잠깐 했는데 잔소리 들을까 봐 안 했지. 저번에 샘한테 얘기했다가 엄청 들었어. 그때도 돈이 없다고 얘기했었지. 그래서 돈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는 말 들었어.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초반에 저축을 매달 한 40만 원 하셨잖아요. 지금은 40만 원은 안 하고 한 10만 원 정도 매달. 그렇게 하니까 돈이 없더라고.

일단 30만 원을 (고정)생활비 쓰고. 그리고 남은 80~90만 원 정도를 내가 쓰는 거지. 근데 매달 똑같지는 않아. 그 90이 2주 만에 사라진 거야... [웃음] 왠지 모르겠어... [웃음]

카페에서 일할 때 게임을 시작했어. 내가 원래 게임을 안 좋아하는데 거기는 게임을 할 수밖에 없더라고. 처음에는 분명 하나 시작했는데 지금 5개가 돼버렸어. 중간에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게 돈을 너무 많이 써서 나가기 애매해요. 그래서 일단은 나중에 만렙 찍으면 그만두자... 그러고 많이 나가는 게 웹툰이고. 하나 보는데 200원, 300원. 그런데 좀 양이 많으면 3만 원, 5만 원 되기도 하고. 이게... 무료보기 하면 되는데 나 같은 경우는 완결된 거 보니까. 나오고 있는 것도 보긴 하는데... 내가 웹툰 보는 게 지금 최고니까 한 500개 정도 되더라고...


Q. 하담은 짱님한테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요. 무엇보다 짱님은 하담을 집이라고 표현했던 것을 기억해요.

 아, 그렇지~ 집이라고 하지 거기를 뭐라고 얘기해?

사람마다 다르더라고요. 특히 우리끼리 얘기할 때는 하담이라고 하지 집이라고는 잘 안 하죠. 아, 우리가 별로 집으로 하고 싶지 않아 하지. 나는 어디 가서 집이라고 해. 지금은 아무 생각 없어.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가보고 싶지. 간 김에 밥도 먹고. [웃음]  아는 사람이 없어도? 그렇지.. 구경하는 정도?


Q. 주민등록등본 열람 제한을 했는데 어떤가요?

솔직히 안 해도 됐었긴 한데...  왜요? 굳이 찾아올 것 같지 않아서, 내 가족들은.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는데, 우리 엄마 쪽은 날 찾지도 않았으니까 찾아볼 생각은 없을 거고, 아빠 같은 경우도 (교도소에서) 나왔는데 안 찾는 거 보면 그냥 안 찾을 것 같거든요.

열람 제한하기 전에 (아빠가 출소하고 나서) 동생을 먼저 찾았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찾을 수 있으면 찾을 수 있어. 그때 당시에 아빠가 찾아왔다는 얘기 듣고 물어봤어. 아빠가 만약에 같이 가자고 하면 갈 거냐고 물으니 그때 동생이 안 간다고 했다더라고.

솔직히 그런 거 봤을 때 안 찾을 것 같아. 사실 그래서 중간에... 아빠를 한 번 봤어야 하는데... 동생 데리고 가라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야 걔를 관리하지. 그래도 걔는 아빠 말을 잘 들었거든.

남동생이 아빠랑 같이 살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랬으면 그나마 좀 괜찮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좀 들긴 하지.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솔직히 열람 제한 안 해도 됐는데 주변에서 계속하라고 해서...

열람 제한을 안 했으면 아빠가 짱님 집으로 찾아올 수도 있잖아요. 찾아왔어도... 상관없어. 시간도 많이 지났고. 

어느 날 찾아와서 같이 좀 지내자고 한다면? 그 집을 보고 살겠다고 하면... 방이 하나 더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그 정도로 염치없지는 않아. 정신 말짱할 때는 말짱하거든. 그때 당시 술도 거의 끊었었거든. 한 병밖에 안 마셨었어. 한 병만 마시면 괜찮아.

아빠를 만나서 동생을 책임지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있군요. 겸사겸사 나도 같이... 차라리 집을 새로 구해가지고 다시 같이 사는... 아, 그런 마음 있어요? 그러면 돈이 훨씬 덜 나가지. 벌레 잡아주고. 우리 아빠가 벌레 잘 잡거든. 

셋이 같이 사는 거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어요? 솔직히 지금도 가끔 하거든요. 차라리 그냥 아빠랑 같이 살면... 적어도 이렇게 힘들게 살지는 않을텐데라는 생각을... 벌레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웃음]  벌레만 아니면 힘든 건 없나요? 벌레도 있고... 가장 큰 문제도 있긴 한데... 돈 문제는 크지 않고. 어느 정도 일을 하면 되니까 어쨌든 밥값은 될 거고. (녹취를 풀며 "가장 큰 문제"에 대해 질문하지 못했음을 깨닫고 짱님에게 다시 질문했으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아빠랑 살수도 있다는 마음이 있군요. 솔직히 예전 같으면 아닐 수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그냥 좀 아무렇지 않다고 해야 되나... 간섭만 안 하면 사실...

예전과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은 없어요? 에이... 거기 안에서 몇 년이나 있었는데. 아빠는 우리랑 떨어져 살고 나서 사람이 한 번 바뀌었어, 엄마랑 한 반년 밖에 나가서 떨어져 있었는데, 그사이에 바뀌었던 사람인데... 원래 사람이 나빴었는데 술도 완전 확 줄이고, 담배 피우던 것도 엄청 줄었고. 성격이 아주 좋아졌어. 그런데 그 때도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나요? 그전부터 있었지. 그러니까 이제는 완전히 바뀌었겠지. 좋아지고도 남았지. [웃음] 지금은 거의 10년 지났는데... 그리고 나잇대가 50 넘어서 힘도 안 될 거 같아.

가족이기 때문에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걸까요? 가족 때문이 아니고 그냥 나 편해 보자? 가끔씩 그냥 가끔씩 벌레 같은 거 들어올 때 엄마나 아빠가 있으면 그 집에서 벌레 안 봐도 되는데 이런 생각이 조금씩 들고... 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Q. 혹시 걱정거리가 있나요?

벌레.. 근데 벌레는 그렇다 치고.. 엥... 잘 모르겠엉...

생을 마감해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 음...

생을 마감해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끔... 어떤 상황에서요? 벌레가 많이 나올 때, 그리고 돈이 없어서 밥 굶을 때, 그리고... 음... 일이 엄청 힘들 때... 그런데 또 집 문제로 고민할 때. 평소엔 아무 생각 없다가 불현듯 잠자다가 갑자기... 그냥 어쩌다가. 며칠 동안 좀 괜찮다가, 좀 힘들게 일하고 들어왔을 때 이제 자야 하는데, 내가 바로 잠드는 게 아니고 한 시간 있다 잠들어. 누웠는데... 그럴 때 잡생각을 많이 하거든. 그때 많이 좀 그쪽으로 빠질 때가 있어. 그냥 가만히 있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좀 빠질 때도 있고... 그냥 생각으로만.

  

Q. 퇴소 후에도 상담을 이어서 하셨잖아요. 도움이 되셨나요?

솔직히 재미가 없어. 어떨 때는 재밌을 때도 있긴 한데, 솔직히 뭐 다 귀찮다고 해야 하나.

다른 하담인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뭐, 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놈의 의무... 어휴...  의무가 아니었잖아요..?? 지금 말고 하담에서. 교육 같은 거나 아니면 뭐 그냥 여러 가지... 솔직히 그런 거 왜 하는지 모르겠어.

(인터뷰를 정리하며 우리의 권유로 지속한 상담도 그녀에게는 충분히 의무로 느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마지막으로 독립생활을 하는 하담인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원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겠어요?

벌레 퇴치 비용? 그런 거나 아니면 정기적으로 관리해주는... 그러니까 세스코처럼 관리해주는 것처럼 그런 거? 

아니면 음식? 데워서 먹는 거 그런 거 있잖아, 그냥 뭐 컵밥 같은 거?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괜찮으니까.

왜냐하면, 아까처럼 돈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그럴 때 대비해서. 여기저기 돈을 쓰고 나면 없으니까 그런 것도 괜찮은 것 같아.

필요한 식료품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한 마트가 있다던데 그런 곳은 어때요? 근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 눈치보여.. 다른 사람이랑 같이 가면 모를까, 혼자 가는 것은...

  

우리의 인터뷰는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느낌에 대해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다,  짱님이 하고 싶다는 연애 이야기를 하며 마무리했다.     

'김치'요리를 사랑했던 그녀를 기억하고 궁금해하는 하담지기, 하담인 그리고 상근, 자원 활동가 샘들까지 참 많지 않을까 싶다.  이번 인터뷰가 짱님을 궁금해 하셨던 분들에게는 반가운 글이 되길 기대한다.  인터뷰 당시에 그녀는 자활근로를 하며 취업을 준비 중이었고, 현재는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그녀 특유의 성실함을 발판삼아 묵묵히 해야 할 일들을 해내고 있다. 일이 힘들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는 그녀. 힘든 일과 끝에 소소한 행복들이 쌓여가길 바랄 뿐이다.  <끝> 


[사진설명] 대형 조각 작품 "이용백, <괴테>” 아래에서 인터뷰어와 함께 웃고 있는 짱. 

사진이 없다고 하여 인터뷰어가 소장하고 있던 사진을 동의하에 게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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