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담플러스]에서는 하담을 퇴소한 하담인들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뷰, 모임 후기 등을 통해 하담 이후의 삶을 살피며 유대와 연대의 끈을 이어가는 한편, 쉼터 너머를 고민하는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마로님의 인터뷰는 1, 2편으로 나누어 실었다. 1편에서는 주거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퇴소 후 힘들었던 점 등을 나눴고, 2편에서는 어머니와의 변화된 관계, 퇴소인 지원을 위한 그녀의 생각 등을 나누었다.
(1편에 이어서)
Q. 쉼터를 퇴소하신 분들을 위한 지원이 없는 실정이예요. 퇴소인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지원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일단 시설에서 있다가 퇴소한 친구들은 나이가 매우 어리고 보통은 혼자서 하는 일이 없었을 거예요. 없었을 거기 때문에 모르는 부분도 많고, 모르기 때문에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그 부분을 잡아주는 식의 지원을 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원은 이게 지원이라고 할지 모르겠는데, 퇴소 전에 퇴소할 분들한테 이런 부분을 알아둬야 한다고 교육을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원은 이게 지원이라고 할지 모르겠는데, 퇴소 전에 이런 부분을 알아둬야 한다고 교육을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말했던 전입신고라든가 공과금이라던가 아니면 보험이라든가. 그런 부분이 좀 중요하거든요. 중요하지만 놓치기 쉬운 부분 같은 거를 퇴소하기 전에 친구들한테 교육하는 것도 일단 필요한 것 같아요.
이 부분은 하담에서 해 준 부분이기도 하지만 생리대 지원. 생리대로 돈이 많이 나가잖아요, 계속 나가니까. 근데 저는 조금 더 세부화돼서 생리대를 고를 수 있게. 저는 양이 많아 대형이 필요해요, 저는 대형까지는 필요 없고 중형을 지원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저는 팬티라이너 좀 많이 지원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고를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아니면 아예 생리컵을 사용하는 친구들도 있을 거 아니에요. 생리컵을 사용하는 친구는 사실 생리대가 거의 필요 없어요. 그런 친구들 같은 경우는 생리컵을 지원해 줄 수 있나요 하고 선택지를 조금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현재 지원해 주신 거 너무 감사하긴 하지만 조금 더 세부화돼서.
그리고 의료지원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아파도 병원에 갈 때 비용이 부담되는 게, 보통은 일반 내과나 그런 데는 비용이 적게 나오잖아요. 근데 산부인과라든가 치과가 돈이 조금 많이 나오잖아요. 그런 비용을 전액 지원은 안 되더라도 이러이러한 부분 때문에 병원에 가게 됐는데 비용이 많이 나와서 지원을 좀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하고 그 부분을 내부에서 심의를 거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됐을 때 지원을 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혹시 심리상담도 해본 적 있으세요?] MMPI 종합심리검사를 받은 적 있어요. 15만 원인가 13만 원인가 드는데 자립지원관에서 지원해줬어요. 제가 돈이나 시간적 여유가 둘 다 충족이 됐으면 심리상담도 받았을 거예요. 저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경제적인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심리상담까지는 못 받았던 것 같아요. 그것도 지원이 된다면 좋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이사 비용 지원 같은 거? 이사할 때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그래서 많이는 안 되더라도 용달차 부르는 5만 원 정도. 그 정도 지원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용달을 한다든가 아니면 차량에 물건 적재할 때 여자아이들 혼자 적재하는 거 진짜 힘들어요. 저도 그것 때문에 팔 나가고 허리 나가고, 적재하는 거 도와주는 분들 용역비용 이것도 그렇게 많이 내지 않을 거예요. 10만 원 이내로 이런 것도 지원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주거 지원 같은 경우는 보통은 아마 수급자가 될 거예요. 시설수급자*는 보통 수급자가 돼요. 시설 퇴소자는 사정을 말하고 돈이 별로 없을 거고 그러면 수급자가 되니 주거 지원 같은 경우는 따로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수급자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필요할 것 같아요. 몰라서 수급자 지원을 못 할 수 있으니까.
* 시설수급자는 사회복지시설(하담 포함)에 거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데, 모든 입소인이 시설수급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입소와 동시에 관할 시장 등에 입소보고를 해야 하는데 이때 입소인의 개인정보와 금융정보제공 동의서를 제출하여 시설수급자격심사를 하게 된다. 하담을 포함한 전국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에서는 경제력 유무로 생계지원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피해자보호시설 설치 목적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하담 퇴소인들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신청을 하게 되면 주거나 의료급여는 대상이 되기도 하나, 기본재산이 있거나 일정 수준 급여가 있으면 지원이 제한된다. 교류가 없는 부모더라도 부모의 경제력으로 인해 수급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어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는 상황을 소명해야한다.
Q. 한 달에 30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거 괜찮을 것 같아요. 왜 괜찮냐고 하냐면 생계 지원이 제일 많이 받는 거로 알고 있는데 생계 지원도 많아봤자 한 달에 4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거로 알고 있거든요. 그걸로 사실 주거비용 다 내고 생활만 하기에는 불편하고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예를 들어 제가 처음 자취할 때 생각해 보면, 알바만으로 공부하면서 생활하기가 정말 힘들었었거든요. 그래서 결국에 학업을 포기했어야 했어요. 근데 만약에 30만 원 지원이 되면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돈을 지원받기 때문에 학업에 좀 더 매진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할 수 있고... 그럴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괜찮은 것 같은데요.
Q. 퇴소인 모임 같은 건 어떻게 생각해요?
저 근데 자립지원관에서 이미 하고 있거든요.
하담 같은 경우는 성폭력피해여성으로만 제한이 있잖아요. 자립지원관 같은 경우는 긴급하게 생계가 어려운 친구들 대상으로 주거를 공급해 주거나, 입소가 안 되면 저처럼 외부 지원을 해주는 방향으로 하고 있는데...
외부 지원받는 친구들 나잇대가 사실 다 20대 초반으로 비슷해요. 지원이 2년까지인데 여기서 지원받고 있는 친구들끼리 자치회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같이 식사를 한다거나, 카페에 가서 얘기한다거나, 얼마 전에 캠프도 갔다 왔어요. 자립지원관에서 지원해줬거든요. 담당 선생님이 계시는데 그 선생님들이랑 같이 여행도 갔다 오고 얘기도 나누고 있고. 저는 이거 괜찮은 것 같아요. 해보니까 괜찮아요, 제가 사람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성향에 맞는 친구들하고 같이 모여서 여행도 갔다 오고, 나 이러이러한 일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 너는 어땠어? 이런 식으로 얘기도 나누고. 캠프 갔다가 새벽에 모여 가지고. 여자애들밖에 없으니까 “야, 우리 말이야 가정은 좀 어땠는지 터놓고 얘기해 볼래?”하고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을 다 꺼내놓고 얘기하다 보니까 안심이 되고 위안도 됐고. 그리고 나와 비슷한 애들이 또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자치 활동이 괜찮았어요. 자치회라고 무조건 다 모이는 게 아니고 참여하고 싶은 친구들만 같이 하고 있는데. 참여하고 싶은 친구들만 계속 모인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보통 한 달에 한 번 모이는데, 한 달에 평균 두세 번 잡혀 있어요. 이 두세 번 다 모인다는 게 아니라 일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아니면 교육받고 있는 친구들도 있으니까. 개인 스케줄을 다 맞추기가 어려우니까 세 번을 잡고 세 번 중에 한 번은 참여하겠지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또 한 달에 한 번씩 다 모이는 거예요. 근데 사실 귀찮아요. 누가 연락 오는 거. 좋은 친구들이긴 한데 왠지 귀찮아. 싫은 건 아니에요. 막상 만나면 잘 노는데 상당히 귀찮습니다. (웃음)
어떤 점이 제일 좋아요? 그냥 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거나,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좀 좋은 거예요. 아니면 이런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서 내가 실제로 얻어가는 어떤 것들이 있어요. 자치회를 구성하게 된 이유를 선생님들한테 들었거든요. 그 이유가 코로나로 인해서 외출이 제한되고 외부 활동이 제한된 친구들이 많아서 그 친구들끼리 모여서 어디 놀러도 다니고 소통도 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래서 계획하게 되었다고 했거든요.
코로나로 인해서 지인들과 만나고 싶어도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저 같은 경우도 시설(하담)이 파주였는데 서울까지 왔잖아요. 아는 친구들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서울에 비슷한 나잇대의 친구들이랑 모여서 같이 여행도 가고 식사도 하고 한다는 게 저는 좀 도움이 되었어요. 그런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Q. 퇴소자립지원금**이 500만 원이었는데 금액은 적당했나요?
많은 금액도 아니지만, 엄청 적은 금액도 아니거든요. 왜냐면 자취할 때 저희는 그래도 시설 퇴소자로서 500만 원을 지원받지만, 시설에 입소하지도 못한 친구 중에서도 형편이 어려워서 아예 아무런 지원도 못 받고 바로 맨땅에 헤딩하듯이 자취를 시작하는 애들도 있는데 그런 애들에 비해서는 지원을 받고 시작하는 거니까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대신에 (위에서 언급한) 30만 원을 병행해서 지원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500만 원은 보증금으로 30만 원은 초반에 정착금 개념으로. 500만 원은 정착금이라기보다는 그냥 보증금 느낌이거든요, 집 구할 때.
**퇴소자립지원금은 정부지원정책으로 2012년부터 500만 원으로 책정되어 지급되었다. 몇 차례 변경을 거쳐 현재는 만19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쉼터에 입소 후 1년 이상 경과하고, 만19세 이상 도달한 자가 퇴소할 경우에 한해 지급된다. 가령 20살에 입소한 경우 대상이 되지 않는데 대부분의 시설 입소인들이 원가족의 지원없이 자립을 준비해서 퇴소해야 하는 형편인 점을 고려하면 변화가 필요하다. 대부분 퇴소자립금은 월세 보증금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임대료의 상승으로 인해 현실적인 금액 책정이 필요한 실정이다. 하담의 경우 오래전부터 지원금의 인상을 요구해왔는데 그 결과 2021년부터 파주시에서는 500만 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하였다.
Q. 학업을 중단한 상태인데 복학 계획이 있으세요?
공부하고 싶은 의욕은 아직도 있어요. 항상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움에 대한 욕구는 아직 있는데,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많이 부족한 상태여서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여유가 조금 생긴 뒤에는 공부를 언제든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그게 어떤 분야든 간에.
제가 말했던 문제들이 시간이랑 돈이 많이 있으면 해결되는 문제들이거든요. 거의 정말로. 어른이 되고 나니까 돈 많은 게 제일 부러워요.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게 정말 없구나... 돈만 있으면 행복해진다는 걸 확정할 수는 없지만, 돈이 없으면 반드시 불행해져요. 가난으로 인해서 오는 불행감은 어떤 거로도 비교할 수 없고, 미화될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지인들하고 편하게 만나서 식사하는 것조차도 불안... 약간 좀 마음의 불안감이 생기는 거고.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지, 놀러 가고 싶은데 돈이 없다. 이런 식으로 마음의 여유가 부족해지고 그러면 사람의 성격도 바뀌게 돼요,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돈이 많으면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행복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불행해지지 않을 확률이 높죠.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돈은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해요.
많은 돈을 원하는 것도 아닌 것 같네요. 그냥 생계유지 정도로 딱! 사실 돈이 많으면 정말 좋긴 하겠지만 굳이 내가 몇십억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제가 한 달에 쓴 돈만 봐도 그렇게 많이 쓰는 것도 아니고. 돈 많으면 그걸 제대로 제가 관리할 것 같지도 않아요. 내가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 봐야 뭐 하냐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기부하는 데 쓸 것 같아요. 큰 욕심은 없지만 다만 생계를 유지할 만큼 돈은 항상 있어야 된다!
[이때 핸드폰을 보며 어제 일한 급여가 들어왔다며 “요즘 제일 행복한 순간”이라고 좋아하는 마로님] 진실의 미소가 나오네요~ 진실한 일을 하고 또 진실하게 돈을 받으니까요. 저는 한 번도 부끄럽게 돈을 벌어본 적이 없어서 떳떳해요. 제가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것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아요. 진짜 일이 너무 힘들지만 제가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아가는 거기 때문에. 저는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들어요. 일 한 바로 다음 날 돈이 들어오고, 일하는 날에 일할 수 있고. 그리고 전혀 불법적인 일도 아니고 저는 좋습니다.
Q. 인터뷰를 마무리하기 전에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자립할 때요, 제가 돈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잖아요. 근데 돈만 있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어서. 자취한다는 건 혼자 산다는 거잖아요. 만약에 제가 집 청소를 안 하면 부모님이나 동거인이 같이해 줄 수 있지만 혼자 살면 내가 안 하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자기 보호 기술이나 생활 기술 같은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게 정말 중요해요. 그거를 제가 돈 얘기하다가 못 해버렸는데... 자기 보호 같은 경우는... 본인 스스로가 자기 몸을 보호해야 해요. 혼자 살기 때문에 아무도 안 지켜주거든요. 스스로 몸을 보호하고, 자신의 건강과 안위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하고. 혹은 자기 보호가 어려울 때 남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알아야 해요.
아플 때 가까운 병원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어야 하고, 병원에 가기 어려운 상황이면 약이라도 사서 먹어야 하고.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병가를 내는 것도. 소심해서 얘기를 못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걸 낼 수 있는 거거든요.
생활 기술은 어떤 게 있을까요? 청소! 저는 최소한 3일에 한 번은 집 청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거를 지키지 못해서 바퀴벌레니 곰팡이니 별의별 구더기니... 겪기 전에 알았어야 했는데 저는 사건이 일어나고 난 뒤에 이랬어야겠구나 하고 알게 된 거거든요. 근데 퇴소한 친구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어 가지고.
일단은 화장실 청소를. 화장실 청소는 정말 중요해요. 화장실 청소를 안 하면 변기에 곰팡이가 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곰팡이에 노출되면 건강도 나빠지기 때문에 청소해줘야 하고, 옷장 정리도 꾸준하게 해 줘야 하고. 자취할 때 맨발로 집에서 생활할 거 아니에요. 근데 발바닥에 먼지가 묻어나온다면 아주 크게 잘못된 거거든요. 그때는 돌돌이 같은 거로 먼지 밀어야 하고, 머리카락 떨어지면 주워줘야 하고. 그리고 안 보이는 부분도 청소해줘야 해요. 안 그러면 바퀴벌레 나오거든요.
그리고 싱크대에 음식 같은 거 그냥 거기 쌓아두면 벌레 생기거든요. 그거 바로바로 빼서 버려줘야 되고, 뜨거운 물을 2일에 한 번씩 부어줘야 해요. 끓는 물 부어주면 하수구로 벌레 안 올라오거든요. 저도 자취하기 전에 몰랐어서. 창문을 닫고 다 막았는데 어디서 벌레가 기어 올라오나 했는데 거기였어요. 그런 게 생활기술이라고 생각해요.
또 뭐가 있나... 환기! 환기 잘 시켜줘야 해요. 아까 제가 퇴소하기 전에 교육 필요하다고 했잖아요, 그런 걸 다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이게 정말 기본에 관한 문제인데 저는 이 기본에 관한 개념이 없어서 구더기 나오고, 바퀴벌레 나오고. 제가 세면대에 있는 음식들을 안 버렸다고 했잖아요. 이게 안 버리게 되면 진짜 꼬리꼬리한 냄새가 나는 거예요. 뭔가 냄새가 나서 세면대를 열어봤는데 구더기가 그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진짜로 되게 놀라요. 저 그때 너무 서러워서 울었어요. 이게 내가 뭔 잘못을 했길래 이런 일이 생겼는지... (웃음)
일상에서 겪은 곤혹스럽고 서러웠던 순간들을 다른 하담인들은 경험하지 않길 바라는 그녀의 애정어린 진심을 느끼며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주거 옮기면서 크게 느낀 점은 아무래도 월세로는 계속 집에 묶여서 살 수밖에 없게 될 것 같은 거예요. 월세에 쫓기듯이. 그래서 저는 전세로 갖고 싶은 욕망이 좀 생겼어요. 지금 제가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돈이 금방 모이지는 않겠지만, 적금을 조금씩이라도 넣으면서 돈을 모으고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했던 그녀. 변변한 개인 공간도 없던 하담에서 수험생활을 하며 대학에 진학한 그녀가 퇴소 후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는 참 안타까워했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도 주저도 없는 그녀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가진 것을 내놓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길 바라며 그녀의 하루하루를 응원한다. (끝)
<사진설명> 도시 야경을 바라보는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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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고 너무 행복했어요. (마로) - ①
인터뷰: 외부에서 어떤 고통을 받고 내 내면을 망가뜨리면 망가지는 건 나잖아요. (쭌) - ①
인터뷰: 그렇게 두려워하면 끝도 없어. 우리가 단단해져야 하는 거지! (쭌)-②
모임 후기: 퇴소인 모임, 연대의 시작이 되길 바래
인터뷰: 독립을 위해 돈을 모으고, 내년에는 대학에 갈 거예요! (베라)
인터뷰: 아이와 함께 하담에 놀러 가고 싶죠 (다다)
[하담플러스]에서는 하담을 퇴소한 하담인들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뷰, 모임 후기 등을 통해 하담 이후의 삶을 살피며 유대와 연대의 끈을 이어가는 한편, 쉼터 너머를 고민하는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마로님의 인터뷰는 1, 2편으로 나누어 실었다. 1편에서는 주거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퇴소 후 힘들었던 점 등을 나눴고, 2편에서는 어머니와의 변화된 관계, 퇴소인 지원을 위한 그녀의 생각 등을 나누었다.
(1편에 이어서)
Q. 쉼터를 퇴소하신 분들을 위한 지원이 없는 실정이예요. 퇴소인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지원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일단 시설에서 있다가 퇴소한 친구들은 나이가 매우 어리고 보통은 혼자서 하는 일이 없었을 거예요. 없었을 거기 때문에 모르는 부분도 많고, 모르기 때문에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그 부분을 잡아주는 식의 지원을 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원은 이게 지원이라고 할지 모르겠는데, 퇴소 전에 퇴소할 분들한테 이런 부분을 알아둬야 한다고 교육을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원은 이게 지원이라고 할지 모르겠는데, 퇴소 전에 이런 부분을 알아둬야 한다고 교육을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제가 말했던 전입신고라든가 공과금이라던가 아니면 보험이라든가. 그런 부분이 좀 중요하거든요. 중요하지만 놓치기 쉬운 부분 같은 거를 퇴소하기 전에 친구들한테 교육하는 것도 일단 필요한 것 같아요.
이 부분은 하담에서 해 준 부분이기도 하지만 생리대 지원. 생리대로 돈이 많이 나가잖아요, 계속 나가니까. 근데 저는 조금 더 세부화돼서 생리대를 고를 수 있게. 저는 양이 많아 대형이 필요해요, 저는 대형까지는 필요 없고 중형을 지원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니면 저는 팬티라이너 좀 많이 지원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고를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아니면 아예 생리컵을 사용하는 친구들도 있을 거 아니에요. 생리컵을 사용하는 친구는 사실 생리대가 거의 필요 없어요. 그런 친구들 같은 경우는 생리컵을 지원해 줄 수 있나요 하고 선택지를 조금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현재 지원해 주신 거 너무 감사하긴 하지만 조금 더 세부화돼서.
그리고 의료지원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아파도 병원에 갈 때 비용이 부담되는 게, 보통은 일반 내과나 그런 데는 비용이 적게 나오잖아요. 근데 산부인과라든가 치과가 돈이 조금 많이 나오잖아요. 그런 비용을 전액 지원은 안 되더라도 이러이러한 부분 때문에 병원에 가게 됐는데 비용이 많이 나와서 지원을 좀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하고 그 부분을 내부에서 심의를 거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됐을 때 지원을 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혹시 심리상담도 해본 적 있으세요?] MMPI 종합심리검사를 받은 적 있어요. 15만 원인가 13만 원인가 드는데 자립지원관에서 지원해줬어요. 제가 돈이나 시간적 여유가 둘 다 충족이 됐으면 심리상담도 받았을 거예요. 저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고, 경제적인 여유도 없었기 때문에 심리상담까지는 못 받았던 것 같아요. 그것도 지원이 된다면 좋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이사 비용 지원 같은 거? 이사할 때 비용이 많이 들잖아요. 그래서 많이는 안 되더라도 용달차 부르는 5만 원 정도. 그 정도 지원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용달을 한다든가 아니면 차량에 물건 적재할 때 여자아이들 혼자 적재하는 거 진짜 힘들어요. 저도 그것 때문에 팔 나가고 허리 나가고, 적재하는 거 도와주는 분들 용역비용 이것도 그렇게 많이 내지 않을 거예요. 10만 원 이내로 이런 것도 지원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주거 지원 같은 경우는 보통은 아마 수급자가 될 거예요. 시설수급자*는 보통 수급자가 돼요. 시설 퇴소자는 사정을 말하고 돈이 별로 없을 거고 그러면 수급자가 되니 주거 지원 같은 경우는 따로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수급자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건 필요할 것 같아요. 몰라서 수급자 지원을 못 할 수 있으니까.
* 시설수급자는 사회복지시설(하담 포함)에 거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데, 모든 입소인이 시설수급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입소와 동시에 관할 시장 등에 입소보고를 해야 하는데 이때 입소인의 개인정보와 금융정보제공 동의서를 제출하여 시설수급자격심사를 하게 된다. 하담을 포함한 전국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에서는 경제력 유무로 생계지원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피해자보호시설 설치 목적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하담 퇴소인들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신청을 하게 되면 주거나 의료급여는 대상이 되기도 하나, 기본재산이 있거나 일정 수준 급여가 있으면 지원이 제한된다. 교류가 없는 부모더라도 부모의 경제력으로 인해 수급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어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는 상황을 소명해야한다.
Q. 한 달에 30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거 괜찮을 것 같아요. 왜 괜찮냐고 하냐면 생계 지원이 제일 많이 받는 거로 알고 있는데 생계 지원도 많아봤자 한 달에 4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거로 알고 있거든요. 그걸로 사실 주거비용 다 내고 생활만 하기에는 불편하고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예를 들어 제가 처음 자취할 때 생각해 보면, 알바만으로 공부하면서 생활하기가 정말 힘들었었거든요. 그래서 결국에 학업을 포기했어야 했어요. 근데 만약에 30만 원 지원이 되면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돈을 지원받기 때문에 학업에 좀 더 매진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할 수 있고... 그럴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아요. 괜찮은 것 같은데요.
Q. 퇴소인 모임 같은 건 어떻게 생각해요?
저 근데 자립지원관에서 이미 하고 있거든요.
하담 같은 경우는 성폭력피해여성으로만 제한이 있잖아요. 자립지원관 같은 경우는 긴급하게 생계가 어려운 친구들 대상으로 주거를 공급해 주거나, 입소가 안 되면 저처럼 외부 지원을 해주는 방향으로 하고 있는데...
외부 지원받는 친구들 나잇대가 사실 다 20대 초반으로 비슷해요. 지원이 2년까지인데 여기서 지원받고 있는 친구들끼리 자치회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같이 식사를 한다거나, 카페에 가서 얘기한다거나, 얼마 전에 캠프도 갔다 왔어요. 자립지원관에서 지원해줬거든요. 담당 선생님이 계시는데 그 선생님들이랑 같이 여행도 갔다 오고 얘기도 나누고 있고. 저는 이거 괜찮은 것 같아요. 해보니까 괜찮아요, 제가 사람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성향에 맞는 친구들하고 같이 모여서 여행도 갔다 오고, 나 이러이러한 일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 너는 어땠어? 이런 식으로 얘기도 나누고. 캠프 갔다가 새벽에 모여 가지고. 여자애들밖에 없으니까 “야, 우리 말이야 가정은 좀 어땠는지 터놓고 얘기해 볼래?”하고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을 다 꺼내놓고 얘기하다 보니까 안심이 되고 위안도 됐고. 그리고 나와 비슷한 애들이 또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자치 활동이 괜찮았어요. 자치회라고 무조건 다 모이는 게 아니고 참여하고 싶은 친구들만 같이 하고 있는데. 참여하고 싶은 친구들만 계속 모인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보통 한 달에 한 번 모이는데, 한 달에 평균 두세 번 잡혀 있어요. 이 두세 번 다 모인다는 게 아니라 일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아니면 교육받고 있는 친구들도 있으니까. 개인 스케줄을 다 맞추기가 어려우니까 세 번을 잡고 세 번 중에 한 번은 참여하겠지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또 한 달에 한 번씩 다 모이는 거예요. 근데 사실 귀찮아요. 누가 연락 오는 거. 좋은 친구들이긴 한데 왠지 귀찮아. 싫은 건 아니에요. 막상 만나면 잘 노는데 상당히 귀찮습니다. (웃음)
어떤 점이 제일 좋아요? 그냥 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거나,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좀 좋은 거예요. 아니면 이런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서 내가 실제로 얻어가는 어떤 것들이 있어요. 자치회를 구성하게 된 이유를 선생님들한테 들었거든요. 그 이유가 코로나로 인해서 외출이 제한되고 외부 활동이 제한된 친구들이 많아서 그 친구들끼리 모여서 어디 놀러도 다니고 소통도 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래서 계획하게 되었다고 했거든요.
코로나로 인해서 지인들과 만나고 싶어도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저 같은 경우도 시설(하담)이 파주였는데 서울까지 왔잖아요. 아는 친구들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서울에 비슷한 나잇대의 친구들이랑 모여서 같이 여행도 가고 식사도 하고 한다는 게 저는 좀 도움이 되었어요. 그런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Q. 퇴소자립지원금**이 500만 원이었는데 금액은 적당했나요?
많은 금액도 아니지만, 엄청 적은 금액도 아니거든요. 왜냐면 자취할 때 저희는 그래도 시설 퇴소자로서 500만 원을 지원받지만, 시설에 입소하지도 못한 친구 중에서도 형편이 어려워서 아예 아무런 지원도 못 받고 바로 맨땅에 헤딩하듯이 자취를 시작하는 애들도 있는데 그런 애들에 비해서는 지원을 받고 시작하는 거니까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대신에 (위에서 언급한) 30만 원을 병행해서 지원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500만 원은 보증금으로 30만 원은 초반에 정착금 개념으로. 500만 원은 정착금이라기보다는 그냥 보증금 느낌이거든요, 집 구할 때.
**퇴소자립지원금은 정부지원정책으로 2012년부터 500만 원으로 책정되어 지급되었다. 몇 차례 변경을 거쳐 현재는 만19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쉼터에 입소 후 1년 이상 경과하고, 만19세 이상 도달한 자가 퇴소할 경우에 한해 지급된다. 가령 20살에 입소한 경우 대상이 되지 않는데 대부분의 시설 입소인들이 원가족의 지원없이 자립을 준비해서 퇴소해야 하는 형편인 점을 고려하면 변화가 필요하다. 대부분 퇴소자립금은 월세 보증금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임대료의 상승으로 인해 현실적인 금액 책정이 필요한 실정이다. 하담의 경우 오래전부터 지원금의 인상을 요구해왔는데 그 결과 2021년부터 파주시에서는 500만 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하였다.
Q. 학업을 중단한 상태인데 복학 계획이 있으세요?
공부하고 싶은 의욕은 아직도 있어요. 항상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움에 대한 욕구는 아직 있는데,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많이 부족한 상태여서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여유가 조금 생긴 뒤에는 공부를 언제든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그게 어떤 분야든 간에.
제가 말했던 문제들이 시간이랑 돈이 많이 있으면 해결되는 문제들이거든요. 거의 정말로. 어른이 되고 나니까 돈 많은 게 제일 부러워요.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게 정말 없구나... 돈만 있으면 행복해진다는 걸 확정할 수는 없지만, 돈이 없으면 반드시 불행해져요. 가난으로 인해서 오는 불행감은 어떤 거로도 비교할 수 없고, 미화될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지인들하고 편하게 만나서 식사하는 것조차도 불안... 약간 좀 마음의 불안감이 생기는 거고.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지, 놀러 가고 싶은데 돈이 없다. 이런 식으로 마음의 여유가 부족해지고 그러면 사람의 성격도 바뀌게 돼요,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에. 돈이 많으면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행복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불행해지지 않을 확률이 높죠.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돈은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해요.
많은 돈을 원하는 것도 아닌 것 같네요. 그냥 생계유지 정도로 딱! 사실 돈이 많으면 정말 좋긴 하겠지만 굳이 내가 몇십억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제가 한 달에 쓴 돈만 봐도 그렇게 많이 쓰는 것도 아니고. 돈 많으면 그걸 제대로 제가 관리할 것 같지도 않아요. 내가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 봐야 뭐 하냐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기부하는 데 쓸 것 같아요. 큰 욕심은 없지만 다만 생계를 유지할 만큼 돈은 항상 있어야 된다!
[이때 핸드폰을 보며 어제 일한 급여가 들어왔다며 “요즘 제일 행복한 순간”이라고 좋아하는 마로님] 진실의 미소가 나오네요~ 진실한 일을 하고 또 진실하게 돈을 받으니까요. 저는 한 번도 부끄럽게 돈을 벌어본 적이 없어서 떳떳해요. 제가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것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아요. 진짜 일이 너무 힘들지만 제가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아가는 거기 때문에. 저는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들어요. 일 한 바로 다음 날 돈이 들어오고, 일하는 날에 일할 수 있고. 그리고 전혀 불법적인 일도 아니고 저는 좋습니다.
Q. 인터뷰를 마무리하기 전에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자립할 때요, 제가 돈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잖아요. 근데 돈만 있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어서. 자취한다는 건 혼자 산다는 거잖아요. 만약에 제가 집 청소를 안 하면 부모님이나 동거인이 같이해 줄 수 있지만 혼자 살면 내가 안 하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자기 보호 기술이나 생활 기술 같은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게 정말 중요해요. 그거를 제가 돈 얘기하다가 못 해버렸는데... 자기 보호 같은 경우는... 본인 스스로가 자기 몸을 보호해야 해요. 혼자 살기 때문에 아무도 안 지켜주거든요. 스스로 몸을 보호하고, 자신의 건강과 안위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하고. 혹은 자기 보호가 어려울 때 남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알아야 해요.
아플 때 가까운 병원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어야 하고, 병원에 가기 어려운 상황이면 약이라도 사서 먹어야 하고. 회사에 다니고 있다면 병가를 내는 것도. 소심해서 얘기를 못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걸 낼 수 있는 거거든요.
생활 기술은 어떤 게 있을까요? 청소! 저는 최소한 3일에 한 번은 집 청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거를 지키지 못해서 바퀴벌레니 곰팡이니 별의별 구더기니... 겪기 전에 알았어야 했는데 저는 사건이 일어나고 난 뒤에 이랬어야겠구나 하고 알게 된 거거든요. 근데 퇴소한 친구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어 가지고.
일단은 화장실 청소를. 화장실 청소는 정말 중요해요. 화장실 청소를 안 하면 변기에 곰팡이가 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곰팡이에 노출되면 건강도 나빠지기 때문에 청소해줘야 하고, 옷장 정리도 꾸준하게 해 줘야 하고. 자취할 때 맨발로 집에서 생활할 거 아니에요. 근데 발바닥에 먼지가 묻어나온다면 아주 크게 잘못된 거거든요. 그때는 돌돌이 같은 거로 먼지 밀어야 하고, 머리카락 떨어지면 주워줘야 하고. 그리고 안 보이는 부분도 청소해줘야 해요. 안 그러면 바퀴벌레 나오거든요.
그리고 싱크대에 음식 같은 거 그냥 거기 쌓아두면 벌레 생기거든요. 그거 바로바로 빼서 버려줘야 되고, 뜨거운 물을 2일에 한 번씩 부어줘야 해요. 끓는 물 부어주면 하수구로 벌레 안 올라오거든요. 저도 자취하기 전에 몰랐어서. 창문을 닫고 다 막았는데 어디서 벌레가 기어 올라오나 했는데 거기였어요. 그런 게 생활기술이라고 생각해요.
또 뭐가 있나... 환기! 환기 잘 시켜줘야 해요. 아까 제가 퇴소하기 전에 교육 필요하다고 했잖아요, 그런 걸 다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이게 정말 기본에 관한 문제인데 저는 이 기본에 관한 개념이 없어서 구더기 나오고, 바퀴벌레 나오고. 제가 세면대에 있는 음식들을 안 버렸다고 했잖아요. 이게 안 버리게 되면 진짜 꼬리꼬리한 냄새가 나는 거예요. 뭔가 냄새가 나서 세면대를 열어봤는데 구더기가 그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진짜로 되게 놀라요. 저 그때 너무 서러워서 울었어요. 이게 내가 뭔 잘못을 했길래 이런 일이 생겼는지... (웃음)
일상에서 겪은 곤혹스럽고 서러웠던 순간들을 다른 하담인들은 경험하지 않길 바라는 그녀의 애정어린 진심을 느끼며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주거 옮기면서 크게 느낀 점은 아무래도 월세로는 계속 집에 묶여서 살 수밖에 없게 될 것 같은 거예요. 월세에 쫓기듯이. 그래서 저는 전세로 갖고 싶은 욕망이 좀 생겼어요. 지금 제가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돈이 금방 모이지는 않겠지만, 적금을 조금씩이라도 넣으면서 돈을 모으고 있어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했던 그녀. 변변한 개인 공간도 없던 하담에서 수험생활을 하며 대학에 진학한 그녀가 퇴소 후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는 참 안타까워했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도 주저도 없는 그녀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가진 것을 내놓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길 바라며 그녀의 하루하루를 응원한다. (끝)
<사진설명> 도시 야경을 바라보는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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