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담플러스] 인터뷰: 저한테 그런 쉼터 경험이 있네요. 고양이 쉼터는 처음인데 사람 쉼터에서 살아봤잖아요. (야옹이) ①

하담
202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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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담플러스]에서는 하담을 퇴소한 하담인들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뷰, 모임 후기 등을 통해 하담 이후의 삶을 살피며 유대와 연대의 끈을 이어가는 한편, 쉼터 너머를 고민하는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어느누구도 겪어보지 못했던 '감염의 시대'가 시작되었을 무렵 야옹이님은 고민 끝에 하담에 왔다. 

명백한 범죄앞에서 야옹이님은 주저없이 신고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가족은 그녀를 비난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졌다. 집을 떠나기로 결심한 그녀에게 당시 하담은 집보다 마음은 자유롭게 했을지 몰라도 몸만큼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로 인한 감염의 두려움은 '시설'에 대한 숨막히는 방역 지침으로 이어져 하담인들의 외출마저 감시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담에서의 공동생활에 적응하기도 전에 외출도 자유롭지 못한 하담에서의 생활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성인이 되어 떠나는 날을 달력에 'D-day'  로 적고 손꼽아 기다렸던 건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출소를 앞둔 가해자로 인해 불안과 분노를 느끼던 야옹이님께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많은 경우 고소를 하고 하담에 들어와 지내다 보면 가해자의 수감시간은 끝나있기도 하다. 하담의 퇴소와 가해자의 출소 시기가 맞물릴 때 자립준비에는 가해자에 대한 심리적, 물리적 방어를 위한 준비가 추가되어야 한다. 야옹이님과의 인터뷰는 현재 생활하고 있는 자립관에서의 삶 그리고 외부의 시선, 어머니에 대한 풀리지 않는 마음 등으로 이어졌다. 인터뷰는 총2편으로 나누어 싣는다.


길에서 만나게 되는 고양이들에게 참 애틋했던 그녀는 고양이 쉼터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터뷰는 쉼터에서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하담 생각이 많이 난다며 밝게 웃는 그녀와 근황을 나누며 시작했다.

Q. 요즘 “고양이 봉사”를 하신다고 들었어요. 동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야옹이님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고양이 쉼터인데 그냥 오셔서 애들 밥 주고 놀아주면 된다.”고 해서 지원했더니 처음에 고양이 키워봤냐, 이런저런 걸 물은 다음에 쉼터로 오라는 거예요. 애들 실물도 직접 보고. 설립하신 아주머니도 그 다음 날에 만나고. 그분도 참 대단하시더라고요. 다 사비로 하신다는 거예요. 아픈 야옹이들이 많아서 직장 다니시다가 그만두시고 2시간 거리에서 일주일에 네다섯 번씩. 저한테 고양이 얘기를 하시다가 우시더라고요. 이런 건 다 사랑으로 돌아가는 거구나. 다 애정이 있어야지... 그 아주머니는 약간 고양이계의 하담샘 같고 (웃음) 하담이랑 똑같구나~ 하담에 취업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웃음) 

꼼짝 안 하는 고양이 보면 (함께 생활했던) 00이 떠올라요. 그 고양이는 몸이 아프다고 그랬어요. 아프고 몸이 거대해져서 약을 계속 맞고 그러다 보니까 몸이 부었는데 그것 때문에 움직임이 아예 없어지고 하다 보니까, 먹은 게 다 살로 가고. 근데 그렇게 많이 먹지도 않는데... 다행히 자기를 나쁘게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아서 낯가림은 그렇게 없는 것 같아요. 만져도 가만히 있고 빗질해줘도 가만히 있고. 약을 먹여도 잘 받아먹는 편이고. 

그냥 걔네랑 있다 보면 정말 귀엽고, 왜 고양이를 키우는 줄 알 거 같고, 그 중에서도 또 특별하게 밟히는 애가 있기도 하고... 하담이예요. (웃음) 저한테 그런 쉼터 경험이 있네요. 고양이 쉼터는 처음인데 사람 쉼터에서 살아봤잖아요. 사람 쉼터나 고양이 쉼터나 별반 다르지 않은 거예요.


Q. 자립관에서 지낸 지도 벌써 2년이 되었네요. 하담을 떠날 때는 혼자 살고 싶어 했잖아요. 실제로 자취할 집을 알아보다가  자립관을 가게 되었는데 그 때 마음이 어땠나요? 

그때 저는 20살이어서 나갔어야 했잖아요. 자취방을 알아봤는데 제가 (생일이 지나지 않아) 미성년자여서 계약도 못 하고, 부모님의 도움이 없으면 사실 보증금도 못 내고 그래서. 1차 판결을 받고, 부모님이 어쨌든 처음부터 끝까지 쭉 제 편이 되어 주지 않아서 결국 하담에서 몇 달 더 있다가 자립관 공고 뜬 거 보고 운이 좋아서 자립관으로 간 건데... 저는 자립관으로 가게 돼서 크게 절망을 했다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방법은 있구나. 다행이다.’ (웃음) 사실 저는 자립관에서 저를 안 받아줄 줄 알았어요. 그때 하담에서 안 됐다는 얘기를 들어서 여기도 되게 깐깐한가 보구나. 이렇게 생각을 해서 저는 당연히 안 될 줄 알았거든요. 

하담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좋았어요? 제가 집에서 살 때는 집안사람들이랑도 별로 부딪힌 적이 없었어요. 그냥 각자 이렇게 별로 터치를 안 했어 가지고. 그런데... 하담에서는 아무래도 부딪혀서. 뭐 당장 밥도 같이 먹어야 하고 하니까... 이게 싫다기보다는 불편함? 안 해 봐서 처음에는 적응하느라 그게 조금 힘들었던 것 같고. 그리고 아무래도 약간의 제한이 있는 거? 예를 들어 개인 음식 같은 거 먹으면 안 되는 거, 그런 거 불편했던 것 같아요.

하담에서 밤 11시 이후에는 뭘 못 먹잖아요. 그때 취침 시간이라. 하담에서 지낼 때 제일 해보고 싶었던 게 있는데 야식을 시켜서 먹어보고 싶은 거였어요. 배달 음식을. 사실 파주라서 밤이 되면 하는 음식점도 많이 없고. 어쨌든 그래도 서울이니까 파주보다는 많은 거예요, 먹는 데가. 그래서 자립관 첫날 밤에 김치찌개를 시켜 먹었는데 그게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웃음)  

지내보니 어때요? 저는 뭔가 거기가 되게 깐깐하게 뽑을 줄 알아서 이상한 친구라고 해야 하나? 피해를 주는 그런 친구는 없을 줄 알았는데... 있더라고요. (웃음) 그 친구가 방을 안 치웠어요. 안 치우는 건 개인 자유인데 너무 안 치우다 보니까... 음식도 안 치우고 하다 보니까. 그때가 여름이고 바로 뒤에 산이 있고 그러니까 그 방 안에서 벌레가 나오더라고요. 그 벌레가 그 친구 방을 나와 가지고 막 거실로도 나오고 제 방으로도 오고.  그랬을 때 어떻게 했어요? 제가 얘기를 했어요. “그렇게 방을 안 치운 건 당연히 자유지만 방 안에서 음식을 먹으면 치워주면 좋겠다. 방 벌레가 여기까지 나온다.” 근데 그 친구가 그러는 거예요. “내 방에서 나오는 건데 뭐가 어떻냐?” 저도 뭔가 이렇게 제대로 타인이랑 같이 사는 건 처음이라서... 사실 하담 때는 그러면 선생님들이 제재라도 해주잖아요. 여기서 먹지 말아라, 치워라 이렇게... 근데 거기는 그게 아무래도 없다 보니까... (웃음) 처음에는 저도 그 친구가 여긴 내 방인데 무슨 상관이냐 하는 말을 듣고 “어, 그런가?”, “어, 이 말도 맞는 것 같은데...” 약간 그런 식으로 되게 말도 안 되는 말들을 많이 했어요. 자기는 안 씻는데 씻는 건 네가 많이 씻으니까 물값을 네가 더 많이 내라. 당시에 제가 알바를 많이 했어요. 그때 거기서 그냥 잠만 자는 수준으로. 그래서 제가 “너도 알다시피 나는 밖에 나가서 일만 하고 여기에서는 잠밖에 안 자니까 전기세는 네가 더 많이 내라”고 했는데 그 친구가 “너 돈 내기가 그렇게 싫어?” 갑자기...(웃음) 어?? 얘 이상하다. 얜 나한테 왜 이러지... (웃음)

하담에서도 갈등상황이 있었잖아요. 하담과는 다른 면이 있나요? 하담에서는 갈등 상황을 당사자한테 말을 못 했어요. 이렇게 얼굴 보고 약간 싫은 표현도...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안 하고 싶고. 저는 제가 하담에서 못했었기에 똑같이 자립관 가면 더 못할 거라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하담에서는 중간에서 제재해주는 선생님이라도 있지만 자립관은 없어요. 제가 직접 말을 하지 않으면... 그래서 그냥 자립관에서는 먼저 불편함을 느끼는 게 있으면 그냥 그 상대방이든 저든 나 이게 불편한데 넌 어떻게 생각하냐? 혹시 넌 나한테 불편한 점이 있냐? 내가 피해를 끼쳤으면 미안하다. 이제 말을 해주면 고치겠다. 그렇게 조율을 하는 것 같아요.


Q. 사건을 신고하고 집을 나와야 했을 때 하담으로 갈지 말지 고민을 많이 하셨었죠. 하담은 다른 사람들과 방을 같이 사용하고, 이런저런 제약도 있어서 들어오기까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반면 자립관은 또래 성인 2-3명이 함께 지내지만, 각자의 방이 있고 생활 형태도 독립적이죠. 야옹이님은 지금 하담과 자립관 모두 경험했는데, 만약 처음 집을 나와야 할 때로 돌아가서 하담과 자립관 중 선택할 수 있다면 어디를 선택하고 싶나요?

19살 때 저라면 하담에 들어갔을 거 같아요.지금은 재판도 사건도 다 종결이 됐지만, 그때 당시에는 한참 경찰서 진술 조사도 다니고... 근데 사실 저도 진술 조사가 처음이잖아요. 이게 받은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웃음) 하담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그거 끝나고 ‘혼자 있다’고 생각을 하면 못 있을 것 같아요. 혼자 있으라면 있을 수는 있지만 별로 썩... 좋은 행동을 할 것 같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하담에서 독립할 때로 돌아가서 선택할 수 있다면 자취와 자립관 중에서 어디를 선택하고 싶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오히려 자취가 어그러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지금도 월세가 너무 비싸지만, 그때 당시에 거기가 보증금이 500만 원인가 1000만 원에 월세가 70만 원이었어요. 물론 그 정도로 넓긴 했었는데 사실 너무 비싸잖아요. 월세 70만 원에, 또 제 생활비, 공과금 하면... 숨만 쉬어도 솔직히 200만 원은 그냥 나갈 것 같은 거예요. 제가 그때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엄청난 부자도 아니고. 또 재판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이랑 관계도... 그래서 정말 자립관에서 2년 살아보는 게 완전히 혼자 살기 전에 뭔가 감을 느낀다고 해야 하나? 그냥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 살면서 받을 수 있는 혜택도 받고 나가면 더 좋을 것 같고.

좋았던 혜택은 어떤 게 있었나요? 좋았던 혜택은... 일단 여기서 본인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학원 같은 거를 지원해 주는데 많은 친구들이 그걸로 운전면허도 땄고, 저도 지금 하고 있고. 음... 자주는 아니고 1박 2일 정도로 짧지만, 여기서 프로그램을 마치면 잘 참여했다는 조건하에 여행 같은 것도.그리고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건, 사실 저는 상담을 자립관에서 지내면서 1년 동안 꾸준히 받았는데 상담이 저는 제일 좋은 것 같아요.


Q. 야옹이님의 상담 동기가 궁금하네요. 

그냥 뭔가 제 얘기를 어디에 하고 싶었던 게 컸던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겪었던 일들을 아무나 붙잡고 말하긴 너무 그런 얘기고. (웃음) 듣는 사람도 저한테 말을 잘못하면 저도 상처를 받을 수 있잖아요. 상담을 받으면 어쨌든 내 얘기를 어디 가서 하지는 않겠다는 믿음도 있고. 그래서 저는 상담을 받은 것 같아요.

최근 정신과 상담도 받았어요. 심리 상담을 총 1년 받았더니 제가 받을 수 있는 상담은 끝이 났는데 저는 사실 더 받고 싶은 거예요. 내가 받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가 마침 정신과 상담이 지원된다고 해서. 근데 이것도 시간이 길었던 건 좋았어요. 원래 병원을 간다면 상담 시간은 정신과는 길어야 10분 15분인데 여기는 1시간에서 1시간 반. 근데 정신과 상담은 (같은 선생님한테) 한 4번, 5번 받아봤는데, 저랑은 잘 맞지 않는 선생님이라서 끝내게 됐어요.

정신과 상담하고 심리 상담하고 어떻게 달랐나요?  하담에 있을 때는 정신 건강 의학과에서 제가 약물을 먹긴 했는데, 제가 약을 잘 안 먹었었어요. 왜 안 먹었냐면 일단 약물로서 뭔가 한다는 게 내가 진짜 ‘정신병자’라고 “땅땅땅” 내린 거 같았고... 그래서 이걸 안 먹어도 나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누굴 해치지도 않고, 이런 증명 아닌 증명을 해보고 싶었나 봐요. 하담에 있을 때는 약물을 먹기가 정말 죽어도 싫었는데, 이번에 저는 약물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딱히 처방을 안 해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이게 좋은 건가, 나쁜 건가...? 그랬어요. 

상담은 어쨌든 의사 선생님은 아니라서 약물 처방은 전혀 없고, 그냥 딱! 제 얘기를 바탕으로 들어주시는 거? 개인적 사견을 집어넣지 않는? 같이 공감을 해주고. 어쨌든 말하기 전에는 그냥 저만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까 제 입장에서만 얘기가 돌아가잖아요. 그리고 생각하는 범위도 되게 한정적이고 좁고. 근데 이런 방향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이 방향으로 생각하면 또 괜찮은데? 그러면서 얻어가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상담이나 정신과를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어떻게 소개해 주고 싶어요? 자기가 생각했을 때 좀 더 길게 내 얘기를 하고 싶으면 상담이 맞는 것 같고. 당장 잠도 너무 못 자고... 제가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서 뭘 하면 정신과로 가라라고 하긴 좀 뭐 한데... 어쨌든 신체적인 건 멀쩡한데 정말 죽겠으면 그쪽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Q. 자립관 면접을 보고 와서 불편했던 마음을 나눠주셨던 기억이 나요. 배려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시설종사자’로서 저 역시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냥 제 개인적인 거긴 한데 자립관 처음 면접을 봤을 때... 제가 겪었던 일들을 얘기하는 거고. 제가 여기 왜 들어와야 하는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사실 얘기할 수밖에 없죠. 어쨌든 그런 친구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있는 곳이고 하니까. 그런 개인적인 일을 말했는데 거기 선생님 중에 한 분이 어... 약간 친구 사이에나 할 법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거예요. 저한테 “되게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죽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냐, 죽고 싶을 때 어떻게 견뎠냐?” 이런 질문을 하시는 거예요. 이 질문을 받는데 그냥 저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냥 너무 개인적인 얘기로 느껴졌어요. 

면접이 끝나고 나서 제가 다시 돌아갈 때 건물 밖에서 면접을 진행하셨던 선생님 중에 한 분이 갑자기 자기가 안아봐도 되겠냐 하시는 거예요. 그래 가지고... 가만히 있었어요. 저를 꼭 안아 주시더라고요. ‘응 뭐지? 이렇게 다 안아주시는 건가? 나 말고도?’ 그래서 제가 입주하고 나서 다른 친구들한테 물어봤어요. 안아준 건 솔직히 좀 당황스러워서. 근데 다른 친구들은 다 안 안아줬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되게 불쌍한 애 프레임이 씌워진 것 같기도 하고. 썩 좋지만은 않은 거예요. 뭔가 좀 동정 받는 느낌? 거기 사람들도 사실 어쨌든 이렇게 표현해도 되나? 많은 개인의 불행 서사들을 볼 거 아니예요. 근데 다른 사람은 다 안아주지 않았는데. 내가 그렇게 끝나고 꼭 안아줄 만큼이나...

다 안아줬다고 하면 괜찮았을 것 같아요? 그것도 좀 별로였을 것 같긴 한데...  만약에 그 분이 물어봤을 때 거절했다면 어땠을 것 같아요? 거절이요? 거절하면 좀 민망해질 것 같은데요? 둘 밖에 없었는데 결국 밖에 나와서 거절을 하면 나를 안 뽑으면 어떡하지? 그냥 이런 생각도 들고. 어쨌든 사실 이 사람이 면접을 봤던 사람 중에 한 명인데. 

그리고 면접 끝나고 선물을... 대형 종이쇼핑백인 거예요. 글자도 적혀 있는 거예요. 00청소년자립관이라고 적혀있고. 그 안에 거기 굿즈? 상호명이 적혀 있는 수건이나 칫솔. 젓가락, 숟가락에도 거기 이름이 다 적혀 있는 거예요. 사실 저는 음... 제가 거기 면접을 보는 입장이고, 누가 봐도 얘는 거기 선생님이 아니어 보이잖아요. 그냥 꺼려지는 거예요. 대중교통 타면 남들이 다 제 쇼핑백만 볼 것 같고, 저긴 어디지? 막 그럴 것 같고. 그럼 거긴 어떤 애들이... 쟤 저런 애인가? 이렇게 볼 것 같고. 사실 그걸 받았을 때 부끄럽지는 않았는데, 막 숨기고 싶고 그래 가지고. 그거를 안 받고 싶었는데 그때 막 거절을 했었어요, 괜찮다고. 근데도 그냥 손에 계속 쥐어 주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걸... 이거 자립관 샘이 보시면 뭐라고 하는 거 아닐까? (웃음) 버렸어요.차라리 이것보다 그냥 면접 교통비를 지원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래서 제가 다른 친구들한테도 물어봤었어요. 그런데 저랑 똑같이 버렸다는 친구들이 훨씬 더 많은 거예요. ‘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다행이다.’ 그러면 이거 주는 게 낫겠냐 아니면 면접 교통비를 차라리 5천 원이라도 지원하는 게 낫겠냐고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교통비가 더 낫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아무래도 거기서 지내게 되든 아니든, 내가 어떤 일을 겪었고 이런 걸 저도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한테 말을 안 하는 편이에요. 거의 100% 안 하는 편인 것 같고. 여기서 알게 된 친구들도 말을 안 하더라고요. 어디서 지내고 있는지도. 근데 그런 물건을 주면 어떻게 쓸 수가 없잖아요. 그런 걸 조금 배려해 줬으면...


Q. 야옹이님은 친구들에게 자립관에 지낸다는 얘기를 하나요?

저요? 저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말 안 해요. 저는 차라리 죽고 말아요, 진짜. (웃음) 그래도 고등학생 때 하담에서 지낼 때까지는 친구들한테 말을 했어요. 바로 말을 하는 건 아니고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제가 조금 던졌을 때 거부 반응이 그렇게 크지는 않고, 너무 선입견이 있지 않다고 하면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을 했는데... 남자친구들한테는 바로는 아니더라도 좀 지켜보면서 조금씩 던지는 것 같아요. 근데 이 친구가 만약 전혀 이해 못 하는? 당연히 이해를 못 하겠죠. 근데 전혀 생뚱맞은 소리를 한다거나 그러면 얘기를 안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최근에 들었어요. 괜찮은 것 같아서 용기를 내서 얘기를 했는데, 그 친구가 그러는 거예요. “그러면 너가 그 사람 보낸 거냐”고. 이런 데서 이 얘기를 들을 줄 몰랐는데... 그래서 뭔가 이런 얘기를 한 번 들으니까 예전에 내가 말했던 애들도 이렇게 생각했으면 어떡하지? 싶은 거예요. 근데 다행히 예전에 제가 말했던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그 친구는 전혀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았대요.

제가 쉼터에 살았다까지는 얘기할 수 있어도 한번도 외부에서 만난 사람들한테 자립관에서 사는 것은 절대 말을 하지 않아요. 그냥 친구랑 같이 동거한다 정도?-왜요?자립관에 산다...?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 그냥 뭔가 자립관에 산다라고 말을 하면 사람들 눈에 제가 너무 약자로 보여지는 것 같아서? 솔직히 미성년자까지는 쉼터에서 살 수 있다 해도... 20살 초반이지만 그래도 성인이고 한데 자취도 아니고 아직까지도 시설? 사실 시설은 시설이잖아요. 

아직 들 아문... 아직까지 진행 중인 그런 치부? 뭔가 살짝 오픈하는 거 같기도 하고.... 거기에 괜히 그 친구가 어쨌든 소금을 뿌릴 수도 있고, 뭘 뿌릴지 모르겠지만. 그냥 부끄러운 걸 떠나서 좀 그런 것 같아요. 너무 쓰라릴 것 같기도 하고. 좋은 관계였다가도 그 친구처럼 (웃음)

치부라고 표현했는데 어떤 걸까요? 저는 이제 가족과 완전히 틀어졌다는? 저는 가족 말고는 다른 말로 표현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어서 그냥 가족이라고 부르는 거지... 얼굴을 보고 만나는 것도 아니고, 설날이나 추억 때도 안 봤어요. 그런 날도 안 보고 생일날에도 연락 안 하고. 당연히 금전적인 것도 받지 않고, 연락도 안 하고 그러다 보니까. 당연히 아직 자립관에서 산다고 하면 가족 얘기를 물어볼 게 너무 뻔할 거 같은 거예요. 그냥 제 기준으로 생각을 했을 때 그런 질문을 받고 싶지도 않고. 아직까지는 오픈하고 싶지도 않고. 아직까지는 뭔가 가족 간의 그런 생각 같은 것도 다 확립이 안 되고. 그냥 덤덤하게 지날 때도 있지만 가끔씩은 너무 힘들 때도 있고, 감정이 올라올 때도 이상할 때도 있는데. 아직 진행 중인 이걸 오픈을 했는데 여기에 만약에 소금을 맞는다거나, “세금이 아깝다”…

 “세금이 아깝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런 댓글? 면전에서 이런 얘기를 하지 않겠지만 이런 걸 저한테 뿌릴까 봐. 자립관에서 산다는 것은 앞으로도 쭉 말은 안 할 거 같아요. 나는 무조건 “친구랑 같이 산다. 하지만 데려올 수는 없다. 친구가 예민하다.” (웃음) 같이 사는 친구들도 대부분 이렇다고 들었어요.- 친구들하고 얘기할 때 가족 얘기를 많이 하게 되나요?  이게 배제를 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뭔가. 우리나라 사회 정서상 그렇기도 하고, 그리고 또... 저나 제 친구들이나 나이가 사실 다 어리잖아요. 이제 막 갓 성인이고 그러다 보니까 나올 수밖에 없는 주제인 거 같아요. 당연히 깊고 심도 있게 들어가지는 않는데 그냥 그래도 나오는 것 같아요. 나올 수밖에 없어요. 

<2편에서 계속>


<사진> 바닥에 엎드려있는 고양이 뒷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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