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담플러스]에서는 하담을 퇴소한 하담인들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터뷰, 모임 후기 등을 통해 하담 이후의 삶을 살피며 유대와 연대의 끈을 이어가는 한편, 쉼터 너머를 고민하는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담을 떠난 쭌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며 20대를 보냈다. 뜨문뜨문 이어가던 만남에서 그녀는 자신의 성취만큼이나 이뤄내지 못한 실패와 불운에도 참으로 솔직했다.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다가도 어느샌가 다시 일어나 새로 시작하기를 반복하던 그녀가 서른이 될 즈음 자신을 사랑하기로 마음먹고, 자신의 삶을 응원하기로 선택하였다. 그리고는 그 결심을 단단하게 지켜내고 있다. 일, 가족, 인간관계, 경제 문제 등으로 인한 크고 작은 어려움과 혼란을 겪어오던 그녀가 선택한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니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녀는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살아내기가 힘들었던 경험은 많은 하담인들이 공감할 것이라며 자신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랐다.
대화의 내용이 많아져 총 2편으로 나눠 싣게 되었다. 1편에서는 자신을 사랑하기로 마음먹기까지의 이야기를 2편에서는 그녀에게 하담과 어머니의 의미가 어떠한지를 중심으로 나누었다. 인터뷰 때 놓친 퇴소인을 위한 지원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는 추가 질문으로 하였고 문자로 받은 답을 첨가했다.
Q. 퇴소한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퇴소 후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A. 외부와 내부로 나눠볼 수 있어요. 제가 말하는 외부는 그냥 타인이고, 내부는 가족 관계에 대한... 외부에 신경을 많이 쓰기 시작할 때부터 괴로워졌어요. 성인이 된 이후로 사회에 나갔을 때 아무래도 사람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돈 그리고 학력 위주이다 보니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거에도 나 혼자 약간 위축되는...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사회생활을 할수록 그런 게 누적이 되니까 이게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맞지 않는 사람인 거 같다, 약간 이런... 이런 상황에서 외부에서 겪은 게 결국은 내부의 문제로 되거든요. 예를 들어서 나도 저렇게 평범한 가족이 있었다면, 평범한 부모님이 있었다면, 나도 쟤네처럼 돈이 있는 가족이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해서 자꾸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첫 번째로는 가족을 원망하고, 두 번째로는 나를 원망해요. 나를 미워해요. 나는 왜 이럴까... 그리고 내 신세를 비하한다 할까? 그러면서 이제 부정의 늪으로...
20살 초반까지는 이런 걸 잘 몰랐어요. 제가 좀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거를 찾고자 해서... 증권 포털 사이트 같은 게 있어요, 그러면 그냥 무작정 거기에 글 올라온 것들 다 읽어보고, 작성자한테 막 쪽지 보내 보고, 내가 또 글을 올리고 하면서 “나는 대학교도 안 나왔고, 사회 초년생인데 이걸 배우고 싶다. 일하면 열심히 일할 자신 있다.” 하면서 첫 직장을 얻었어요. 초반에는 그렇게 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이렇게 두드리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도전적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되게 무모한 거고, 겁이 없었던 것 같거든요.
그런 식으로 겪다가 나이를 먹으면서 직장도 바뀌고,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도 변하면서, 또래들이 다 대학교 졸업한 이후인 2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 아, 세상은 녹록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갔어요.
한 20대 중반부터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많이 만나게 되면서 어떻게 보면 사람을 수치화시킨다고 해야 하나? 점수를 매긴다고 해야 하나? 그 사람의 배경 그런 거 위주로 판단을 하니까. 그렇게 하다 보니까 이제 계속 남들이랑 나를 비교하고. 그래서 가족들을 탓하게 되고, 내 신세를 막... 왜 이러냐고... 그러면서 생각이 계속 과거로 가니까 그거를 보호 삼아 혹은 핑계 삼아서 나를 자꾸 합리화하려고 하는 거예요.
“너네는 그래 잘 살아서 좋겠다. 그런데 나는 과거에 이랬어!” 처음에는 비교해서 괴로워하다가 나중에는 나를 막 합리화하는 거예요. “나는 이랬기 때문에 이런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들이랑은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지니까 거기서 오는 어려움이 컸었어요.
외부에서도 그런 식으로 불편하게 생활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도 뭔가 좀 분위기가 안 좋으니까, 나는 편하게 얘기를 하거나 위로받거나 공감받을 그런 존재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다른 (하담)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내가 이러이러하다고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사회에 많지 않을 테니까요. 거기서 오는 외로움이 컸어요. 나는 아무한테도 의지할 수 없고... 이런 거에 대한 생각이 커지니까 점점 악화됐다고 할까요?
(어떻게 악화되었는데요?) 그냥 기분에 높낮이가 너무 심한데, 저는 그나마 장난치고 농담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잖아요. 그래서 밖에서는 잘 지내요. 그러다가 집에 가면 우울해서... 우울하고 기분이 안 좋은데도 억지로 괜찮은 척하고. 이게 계속 반복되는... 나중에 한꺼번에 합쳐지니까 그냥 진짜로 아무것도 하기도 싫고, 그냥 진짜 죽고만 싶다, 이런 생각까지...
사실 이런 어려움에 바탕이 된 게 아무래도 경제적인 것들이죠. 처음에는 부모님을 원망했다면, 나중에는 이런 거죠. 차라리 가족이 없었으면 혼자 벌어서 혼자 잘 먹고 살 텐데. 오히려 가족이 짐이 되니까 내가 힘들게 번 돈을 다 생활비로 쓰고 이렇게 해야 하니까 그거에 대한 약간 허탈함? 그러다 보니까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께 지원받는 애들도 있지만, 보통은 자기가 일을 해서 이제 월세방을 구한다든지 이렇게 해서 독립을 하잖아요. 나는 그럴 기회를 계속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모을 수가 없으니까. 계속 제자리를 돌다 보니까 나이는 먹는데 기억은 과거에 머물러 있고. 몸만 이렇게 나이 든 느낌? 근데 몇 년 전이랑 지금이랑 봤을 때 달라지는 게 없는 상황... 이런 걸 느끼면 현타가 오죠. 이 흐름이 거의 뭐 한 작년, 재작년까지는 있었어요. 작년까지도 계속. 사실 여기서 자유로워지는 건 정말 힘들잖아요. 그래도 어떤 면에서는 조금은 많이 (자유로워졌다)... 계속 고민하면서.
Q. 쭌님만의 길을 찾으려 애쓰셨던 것 같아요. 그 과정이 궁금하네요.
A. (이전에는 상황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마음이 변해야 상황이 변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음을 좀 고쳐먹기로 한 게 아시겠지만, 마음공부 이런 걸 찾아서 막 했던 게 제가 작년부터인데... 그걸 왜 했냐면 제가 아까 말했던 것처럼 20대 중반이 지나고 나니까 사람들이랑 이제 레벨 차이가 나는 걸 느끼고... 출발 선상이 다르다고 그래야 하나? 그래서 애들은 뭔가 배울 거 다 배우고 나와서 이제 얻은 거기 때문에 좀 더 특화된 그런 게 있었어요. 그러면 나는 지금 와서 다시 학업을 할 수는 없고, 뭔가 다른 걸 해야 할 텐데 아무 의욕이 안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시작한 게 미라클 모닝이었어요. 아침에 그날 계획일기 이런 거 쓰고, 확언하고, 짧지만 명상하고 스트레칭하고. 그거를 한 1년 조금 넘게 하면서 뭐라고 해야 하나... 성취감? 자기 스스로 만드는 성취감, 그런 게 있었어요. 그리고 확언이라는 거는 아무래도 나 자신도 미워하고 사랑하지 않다 보니까 나는 괜찮은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고 나는 나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이런 식으로 약간 내 내면을 채우기 위해서 하는 거였어요. 그런 것들을 하면서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어요.
회사 입사하고 바빠서 좀 약해졌다가, 또다시 사회생활에서 괴로움이 올라오는 거예요. 다시 돌아가서 찾아보고 때로는 명상도 하고, 때로는 거울 보고 나한테 말을 걸기도 하고, 일기를 쓰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계속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까 다 말이 다르거든요. 불교에서는 “그냥 되는 대로 흘러가게 놔두고 마음을 비우고 살아라” 이런 식으로 말하고, 양자물리학에서는 “에너지 주파수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내가 자꾸 기억이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계속 그럴 만한 상황을 타게 된다, 그러니까 내 인생은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바꿀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상충해서 좀 어려워하다가 요새는 스스로 합의점을 찾았어요.
(어떻게 합의점을 찾았나요?) 옛날에는 부정적인 쪽으로 나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남이랑 비교했다면,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랑 많이 겪으면서 일단 첫 번째는 나를 놨어요. 비교하지 말자! 근데 비교하는 게 당연한데? 비교하는 세상이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인정을 하자! 예를 들어서 누가 영어를 엄청 잘해요. 그럼 쟤는 막 집이 이래서 그렇고 외국에서 오래 살았고 거기서 학교 다녔으니까 저렇게 하지 막 이런 말이 올라온단 말이에요. 상사든 다른 사람이든 누군가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했을 때 굉장히 모멸감과 좌절감이 들면서 쟤는 저러니까 저러지, 나는 이래서 이런 건데! 약간 합리화시키려고 한단 말이에요. 그런 마음을 놨어요.
두 번째로는 그냥 인정했어요. 내가 그렇다는 거를. 그런 생각이 올라온다는 거를. 그렇게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그런 생각이 올라와도 감정이 크게 동요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러니까 나한테 올라온 감정을 내 자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또 이런 감정이 올라오네 하고 약간 분리해서...
부정적인 과거 기억이 갑자기 불쑥 올라오면 내가 아직도 이런 기억을 하고 있구나! 지금 이게 올라왔네! 그다음에는 부정적인 부분에 빠져드는 게 아니라, 어 그러네~ 한 다음에 근데 생각해 보니까 이렇게 겪어왔는데도 난 지금 이렇게 살고 있네! 대단하다! 하면서 스스로한테 그런 말을 해주는 거예요. 처음에는 오글거려서 못했거든요. 그러고 보니까 내가 그런 것도 겪었네. 근데 지금 이렇게 살다니 대단하다 하면서... 그렇게 하다 보니까 내면이 약간 다져지는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부터 비교했던 잘 사는 동료들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게 되고, 처음에는 내가 선입견이랑 편견이 있어서 “너희가 뭐 힘들었겠냐” 이렇게 생각했던 것도 “와~ 환경이랑 배경만 다를 뿐이지 사람들 고민하고 사는 거 똑같구나.” 그리고 어렵다는 게 사실 감정적인 거 하나만 뽑을 수는 없잖아요.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누구나 다 똑같이 돈 걱정하고 누구나 똑같이 사랑에 관련된 고민을 하고, 또 사람에 관련된 고민을 하고 가족 사정이라든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누구보다 부족함 없이 자랐던 사람도 오히려 그게 독이 돼서 자기 자신을 너무 채찍질해서 오히려 자기를 미워하게 된 케이스들이 있는 거예요.
이게 약간 순서대로 이어진 것 같지만 사실 허들처럼 하나씩 하나씩 모여서 어느 순간 이렇게... 아, 그렇구나! 아, 그렇구나! 이렇게.
오히려 내가 생각을 달리하고 이렇게 살았을 때 괴로움이 훨씬 줄어들었고, 내가 막던 한계도 그냥 내가 한계를 쓴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부터 그거에 대해서 점점 더 멀어지고. 이렇게 마음먹기로 한 순간부터 괜찮아졌던 거 같아요.
어쨌든 10년, 11년 이렇게 돌아봤을 때 한 8~9년은 굉장히 힘들었고, 한 2년 반 정도 그중에서 1년 조금 넘게는 미라클 모닝 했었고, 그중에서 6개월에서 한 1년 정도는 이런 마음공부 같은 거. 책도 사서 읽고 유튜브도 많이 보고, 구글링해서 해외 자료도 한번 찾아보고. 그리고 혼자서 실천도 해보고 일기도 써보고 그랬어요. 일기는 옛날에 미라클 모닝할 때 강박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쓰고 싶을 때 써요. 내가 뭔가 하고자 하는 게 있고, 뭔가 나를 응원하고 싶은 소재가 생길 때마다 일기를 써요. 그러면서 이제 좀 내면이 단단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다른 평범하게 자란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저는 제가 멘탈이 되게 약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저를 굉장히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이제는 내 마음을 내가 이해하고 채워준다는 느낌이 드니까 오히려 남들한테도 진심으로 대할 수 있더라고요. 어떤 조언을 하거나 얘길 들어줄 때도 듣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예전에는 내가 겉도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이랑은 나는 너무 다른 삶을 살아서 어울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다면 이제 그거를 푸는 거죠.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구나. 내가 오히려 나를 이렇게 먼저 내부적으로 채워가니까 그런 생각이 좀 지워지면서 그들도 마음을 열고 나한테 계속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사회생활에 대해서... 인간관계가 좀 무서웠었거든요. 처음에는 겁 없이 했었지만, 겪어왔던 과정이 누적될수록 좀 더 자신이 없어지고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주눅 들고 했어요. 그게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못하지만 거의 다 극복했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 보니까 한 2년 반, 29살 때부터 점차 점차 괜찮아지기 시작한 것 같고, 지금이 제일 좋은 상태인 거 같아요. 이런 생각을 가지기까지는 지금 말했던 과정이 있었고, 사실은 내가 노력해서 이렇게 된 것 같지만 어떠어떠한 계기로 미라클 모닝 시작했고, 어떠어떠한 계기로 다시 뭔가 다 연결고리처럼 계기가 있었어요.
Q. 누군가에게는 쭌님의 이야기가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퇴소 후 20대가 되었을 하담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A. 우리가 사는 거는 지금 이 순간뿐이고 과거에 어떤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현재도 힘들고, 현재가 힘들면 미래도 힘들어요. 근데 과거의 기억이 아예 편안하지 못해요. 그런 게 올라오면 그냥... 그래~ 하고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거고, 또 나는 내 현재 할 일을 해야... 왜냐면 인간 삶은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잖아요. 언제 죽을지 모르잖아요.
어찌 됐든 내가 사는 건 지금뿐이니까 그냥 잘살아 보자!
나는 어차피 똑같이 이 우주의 산물로 존재하는 그런 거고, 그냥 물리적인 형태로 이 지구에 있는 인간의 삶을 체험하는 거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값진 경험일 것 같기도 하고. 유한한 시간이니까... 그 시간 동안 어떤 슬픈 감정에만 치우쳐 살기에는 너무 아깝잖아요. 그래서 너무 과거 기억에만 머물러서 성인이 되고서도 남들과 다르다는 거에 너무 중점을 두고 집중해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남이랑 다른 거는 당연한 거고, 그리고 괴로운 거는 남이 괴로운 게 아니라, 내가 나를 괴롭게 하는 거기 때문에.
저는 20대에 많이 놀지를 못하고, 즐기지 못했어요. 그래서 20대인 친구들이, 막 놀기만 하라는 건 아니지만, 너무 스트레스받고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냥 좀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지금 당장 들었을 때는 어떻게 내가 이런데 즐겁냐 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갑자기 확 바뀔 수 있는 마법 같은 그런 건 없거든요.
제가 멘탈이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넷에서 글을 봤어요. 멘탈이 강한 사람은 멘탈이 강해서 어떤 감각도 없는 게 아니라, 많이 무너져도 회복력이 빠른 게 멘탈이 강하다고 하더라구요. 생각해 보니까 내가 좀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약간 장난이나 농담 이런 거 안 좋아하고 부정 늪에 한없이 밀려 들어가고 거기에 있었다면 난 벌써 죽었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또다시 뭔가 하려고 하는 거 보면 멘탈이 강한 편이었구나. 근데 약하다고 생각하고 깎아내린 거는 내 자신이었구나. 또 한 번 느끼게 된 거예요.
그런 거 들으면서 과거에 나를 너무 혐오하고 미워했다면, 지금은 “그럼에도 진짜 잘 살았구나.” 이런 식으로 마인드가... 그게 오히려 원동력이 돼서 현재에 더 마음을 놓으면서 이렇게 된 김에 열심히 해보자 약간 이런 생각이 들어요.
결론! 자기 사랑부터 시작해야 해.
내가 현재만 산다는 걸 인식하고, 시간이 언제까지 영원한 게 아니라는 걸 인식해야 하나하나 다 소중하고... 최근 것만 얘기해도 혼자 여행 다니고, 시그널(퇴소인 모임)에서 뮤지컬 보고 나서 또 보고 싶어서 혼자 보고. 책 읽는 것도 하담에서 많이 읽었지만, 그 뒤로는 읽지 않았어요. 근데 재미 붙이니까 또 막 읽게 되고, 안 듣던 클래식도 들어보고. 자전거도 이렇게 자주 탈 줄 몰랐어요. 강을 보면 반짝반짝하면서 크잖아요. 이렇게 달리면서 바람맞으면서 강에 비치는 하늘이... 이렇게 따라가서 보면 완전 뻥 뚫려 있어서 그게 약간 스트레스가 해소되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하나씩 안 해보던 거를 하다 보니까 재미를 붙이게 되고. 생활도 조금씩 달라지고, 생각하고 마음을 바꾸니까 뭔가 갇혀 있던 게 자꾸 다른 것들을 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어떤 하나에 몰두해 있으면 바뀐 걸 잘 못 보거든요.
어떻게 보면 다른 친구들은 예전부터 이렇게 살 때 쟤네는 좋겠다고만 생각했지 내가 할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요. 나는 이래서 안 되고, 나는 돈 없어서 안 되고, 퇴근하면 너무 피곤해서 안 되고, 이런 식으로 계속 자기 제한을 했던 거예요. 진짜 한도 끝도 없어요. 그럼 계속 똑같이 그러고 사는 거예요.
그렇게 (나를) 제한하면 아무것도 없어요. 나를 가두는 것은 나밖에 없어요. 이걸 깨닫고 나니까 나를 사랑해줘야 내 마음을 푸는 주인도 나고. 그렇게 하니까 마음이 열려서 오히려 더 잘 지내요. 작은 거에 더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불평하며 부정적으로 오래 살아왔기 때문에 확 바뀔 수는 없고, 긍정적인 것만 느낄 수가 없어요. 대신 비율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쪽에 이제 많이 이동했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 보니까 두려움도 좀 사라지고. 완전히 사라지지 못하겠지만 왜냐하면 인간은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어진 동물이기 때문에 안 그러면 사이코패스거든요. (웃음) 마음을 내는 것도 좋아지고. 생각하는 거나 그런 것도 좀 괜찮아지고... (2편에서 계속)
<사진설명> 쏟아지는 폭포를 즐기는 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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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모임 후기 등을 통해 하담 이후의 삶을 살피며 유대와 연대의 끈을 이어가는 한편, 쉼터 너머를 고민하는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하담을 떠난 쭌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며 20대를 보냈다. 뜨문뜨문 이어가던 만남에서 그녀는 자신의 성취만큼이나 이뤄내지 못한 실패와 불운에도 참으로 솔직했다.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다가도 어느샌가 다시 일어나 새로 시작하기를 반복하던 그녀가 서른이 될 즈음 자신을 사랑하기로 마음먹고, 자신의 삶을 응원하기로 선택하였다. 그리고는 그 결심을 단단하게 지켜내고 있다. 일, 가족, 인간관계, 경제 문제 등으로 인한 크고 작은 어려움과 혼란을 겪어오던 그녀가 선택한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니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녀는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과거에 얽매여 현재를 살아내기가 힘들었던 경험은 많은 하담인들이 공감할 것이라며 자신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랐다.
대화의 내용이 많아져 총 2편으로 나눠 싣게 되었다. 1편에서는 자신을 사랑하기로 마음먹기까지의 이야기를 2편에서는 그녀에게 하담과 어머니의 의미가 어떠한지를 중심으로 나누었다. 인터뷰 때 놓친 퇴소인을 위한 지원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는 추가 질문으로 하였고 문자로 받은 답을 첨가했다.
Q. 퇴소한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퇴소 후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A. 외부와 내부로 나눠볼 수 있어요. 제가 말하는 외부는 그냥 타인이고, 내부는 가족 관계에 대한... 외부에 신경을 많이 쓰기 시작할 때부터 괴로워졌어요. 성인이 된 이후로 사회에 나갔을 때 아무래도 사람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돈 그리고 학력 위주이다 보니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거에도 나 혼자 약간 위축되는...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사회생활을 할수록 그런 게 누적이 되니까 이게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맞지 않는 사람인 거 같다, 약간 이런... 이런 상황에서 외부에서 겪은 게 결국은 내부의 문제로 되거든요. 예를 들어서 나도 저렇게 평범한 가족이 있었다면, 평범한 부모님이 있었다면, 나도 쟤네처럼 돈이 있는 가족이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해서 자꾸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첫 번째로는 가족을 원망하고, 두 번째로는 나를 원망해요. 나를 미워해요. 나는 왜 이럴까... 그리고 내 신세를 비하한다 할까? 그러면서 이제 부정의 늪으로...
20살 초반까지는 이런 걸 잘 몰랐어요. 제가 좀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거를 찾고자 해서... 증권 포털 사이트 같은 게 있어요, 그러면 그냥 무작정 거기에 글 올라온 것들 다 읽어보고, 작성자한테 막 쪽지 보내 보고, 내가 또 글을 올리고 하면서 “나는 대학교도 안 나왔고, 사회 초년생인데 이걸 배우고 싶다. 일하면 열심히 일할 자신 있다.” 하면서 첫 직장을 얻었어요. 초반에는 그렇게 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이렇게 두드리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도전적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되게 무모한 거고, 겁이 없었던 것 같거든요.
그런 식으로 겪다가 나이를 먹으면서 직장도 바뀌고,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도 변하면서, 또래들이 다 대학교 졸업한 이후인 2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 아, 세상은 녹록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갔어요.
한 20대 중반부터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많이 만나게 되면서 어떻게 보면 사람을 수치화시킨다고 해야 하나? 점수를 매긴다고 해야 하나? 그 사람의 배경 그런 거 위주로 판단을 하니까. 그렇게 하다 보니까 이제 계속 남들이랑 나를 비교하고. 그래서 가족들을 탓하게 되고, 내 신세를 막... 왜 이러냐고... 그러면서 생각이 계속 과거로 가니까 그거를 보호 삼아 혹은 핑계 삼아서 나를 자꾸 합리화하려고 하는 거예요.
“너네는 그래 잘 살아서 좋겠다. 그런데 나는 과거에 이랬어!” 처음에는 비교해서 괴로워하다가 나중에는 나를 막 합리화하는 거예요. “나는 이랬기 때문에 이런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들이랑은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지니까 거기서 오는 어려움이 컸었어요.
외부에서도 그런 식으로 불편하게 생활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도 뭔가 좀 분위기가 안 좋으니까, 나는 편하게 얘기를 하거나 위로받거나 공감받을 그런 존재가 없다고 생각하니까. 다른 (하담)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내가 이러이러하다고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할 사람이 사회에 많지 않을 테니까요. 거기서 오는 외로움이 컸어요. 나는 아무한테도 의지할 수 없고... 이런 거에 대한 생각이 커지니까 점점 악화됐다고 할까요?
(어떻게 악화되었는데요?) 그냥 기분에 높낮이가 너무 심한데, 저는 그나마 장난치고 농담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잖아요. 그래서 밖에서는 잘 지내요. 그러다가 집에 가면 우울해서... 우울하고 기분이 안 좋은데도 억지로 괜찮은 척하고. 이게 계속 반복되는... 나중에 한꺼번에 합쳐지니까 그냥 진짜로 아무것도 하기도 싫고, 그냥 진짜 죽고만 싶다, 이런 생각까지...
사실 이런 어려움에 바탕이 된 게 아무래도 경제적인 것들이죠. 처음에는 부모님을 원망했다면, 나중에는 이런 거죠. 차라리 가족이 없었으면 혼자 벌어서 혼자 잘 먹고 살 텐데. 오히려 가족이 짐이 되니까 내가 힘들게 번 돈을 다 생활비로 쓰고 이렇게 해야 하니까 그거에 대한 약간 허탈함? 그러다 보니까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께 지원받는 애들도 있지만, 보통은 자기가 일을 해서 이제 월세방을 구한다든지 이렇게 해서 독립을 하잖아요. 나는 그럴 기회를 계속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모을 수가 없으니까. 계속 제자리를 돌다 보니까 나이는 먹는데 기억은 과거에 머물러 있고. 몸만 이렇게 나이 든 느낌? 근데 몇 년 전이랑 지금이랑 봤을 때 달라지는 게 없는 상황... 이런 걸 느끼면 현타가 오죠. 이 흐름이 거의 뭐 한 작년, 재작년까지는 있었어요. 작년까지도 계속. 사실 여기서 자유로워지는 건 정말 힘들잖아요. 그래도 어떤 면에서는 조금은 많이 (자유로워졌다)... 계속 고민하면서.
Q. 쭌님만의 길을 찾으려 애쓰셨던 것 같아요. 그 과정이 궁금하네요.
A. (이전에는 상황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마음이 변해야 상황이 변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음을 좀 고쳐먹기로 한 게 아시겠지만, 마음공부 이런 걸 찾아서 막 했던 게 제가 작년부터인데... 그걸 왜 했냐면 제가 아까 말했던 것처럼 20대 중반이 지나고 나니까 사람들이랑 이제 레벨 차이가 나는 걸 느끼고... 출발 선상이 다르다고 그래야 하나? 그래서 애들은 뭔가 배울 거 다 배우고 나와서 이제 얻은 거기 때문에 좀 더 특화된 그런 게 있었어요. 그러면 나는 지금 와서 다시 학업을 할 수는 없고, 뭔가 다른 걸 해야 할 텐데 아무 의욕이 안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시작한 게 미라클 모닝이었어요. 아침에 그날 계획일기 이런 거 쓰고, 확언하고, 짧지만 명상하고 스트레칭하고. 그거를 한 1년 조금 넘게 하면서 뭐라고 해야 하나... 성취감? 자기 스스로 만드는 성취감, 그런 게 있었어요. 그리고 확언이라는 거는 아무래도 나 자신도 미워하고 사랑하지 않다 보니까 나는 괜찮은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고 나는 나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이런 식으로 약간 내 내면을 채우기 위해서 하는 거였어요. 그런 것들을 하면서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어요.
회사 입사하고 바빠서 좀 약해졌다가, 또다시 사회생활에서 괴로움이 올라오는 거예요. 다시 돌아가서 찾아보고 때로는 명상도 하고, 때로는 거울 보고 나한테 말을 걸기도 하고, 일기를 쓰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계속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까 다 말이 다르거든요. 불교에서는 “그냥 되는 대로 흘러가게 놔두고 마음을 비우고 살아라” 이런 식으로 말하고, 양자물리학에서는 “에너지 주파수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내가 자꾸 기억이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계속 그럴 만한 상황을 타게 된다, 그러니까 내 인생은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기 때문에 바꿀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상충해서 좀 어려워하다가 요새는 스스로 합의점을 찾았어요.
(어떻게 합의점을 찾았나요?) 옛날에는 부정적인 쪽으로 나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남이랑 비교했다면,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랑 많이 겪으면서 일단 첫 번째는 나를 놨어요. 비교하지 말자! 근데 비교하는 게 당연한데? 비교하는 세상이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인정을 하자! 예를 들어서 누가 영어를 엄청 잘해요. 그럼 쟤는 막 집이 이래서 그렇고 외국에서 오래 살았고 거기서 학교 다녔으니까 저렇게 하지 막 이런 말이 올라온단 말이에요. 상사든 다른 사람이든 누군가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했을 때 굉장히 모멸감과 좌절감이 들면서 쟤는 저러니까 저러지, 나는 이래서 이런 건데! 약간 합리화시키려고 한단 말이에요. 그런 마음을 놨어요.
두 번째로는 그냥 인정했어요. 내가 그렇다는 거를. 그런 생각이 올라온다는 거를. 그렇게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그런 생각이 올라와도 감정이 크게 동요가 되지 않더라고요. 그러니까 나한테 올라온 감정을 내 자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또 이런 감정이 올라오네 하고 약간 분리해서...
부정적인 과거 기억이 갑자기 불쑥 올라오면 내가 아직도 이런 기억을 하고 있구나! 지금 이게 올라왔네! 그다음에는 부정적인 부분에 빠져드는 게 아니라, 어 그러네~ 한 다음에 근데 생각해 보니까 이렇게 겪어왔는데도 난 지금 이렇게 살고 있네! 대단하다! 하면서 스스로한테 그런 말을 해주는 거예요. 처음에는 오글거려서 못했거든요. 그러고 보니까 내가 그런 것도 겪었네. 근데 지금 이렇게 살다니 대단하다 하면서... 그렇게 하다 보니까 내면이 약간 다져지는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부터 비교했던 잘 사는 동료들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게 되고, 처음에는 내가 선입견이랑 편견이 있어서 “너희가 뭐 힘들었겠냐” 이렇게 생각했던 것도 “와~ 환경이랑 배경만 다를 뿐이지 사람들 고민하고 사는 거 똑같구나.” 그리고 어렵다는 게 사실 감정적인 거 하나만 뽑을 수는 없잖아요.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누구나 다 똑같이 돈 걱정하고 누구나 똑같이 사랑에 관련된 고민을 하고, 또 사람에 관련된 고민을 하고 가족 사정이라든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누구보다 부족함 없이 자랐던 사람도 오히려 그게 독이 돼서 자기 자신을 너무 채찍질해서 오히려 자기를 미워하게 된 케이스들이 있는 거예요.
이게 약간 순서대로 이어진 것 같지만 사실 허들처럼 하나씩 하나씩 모여서 어느 순간 이렇게... 아, 그렇구나! 아, 그렇구나! 이렇게.
오히려 내가 생각을 달리하고 이렇게 살았을 때 괴로움이 훨씬 줄어들었고, 내가 막던 한계도 그냥 내가 한계를 쓴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부터 그거에 대해서 점점 더 멀어지고. 이렇게 마음먹기로 한 순간부터 괜찮아졌던 거 같아요.
어쨌든 10년, 11년 이렇게 돌아봤을 때 한 8~9년은 굉장히 힘들었고, 한 2년 반 정도 그중에서 1년 조금 넘게는 미라클 모닝 했었고, 그중에서 6개월에서 한 1년 정도는 이런 마음공부 같은 거. 책도 사서 읽고 유튜브도 많이 보고, 구글링해서 해외 자료도 한번 찾아보고. 그리고 혼자서 실천도 해보고 일기도 써보고 그랬어요. 일기는 옛날에 미라클 모닝할 때 강박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쓰고 싶을 때 써요. 내가 뭔가 하고자 하는 게 있고, 뭔가 나를 응원하고 싶은 소재가 생길 때마다 일기를 써요. 그러면서 이제 좀 내면이 단단해진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다른 평범하게 자란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저는 제가 멘탈이 되게 약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저를 굉장히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이제는 내 마음을 내가 이해하고 채워준다는 느낌이 드니까 오히려 남들한테도 진심으로 대할 수 있더라고요. 어떤 조언을 하거나 얘길 들어줄 때도 듣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예전에는 내가 겉도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이랑은 나는 너무 다른 삶을 살아서 어울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다면 이제 그거를 푸는 거죠.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구나. 내가 오히려 나를 이렇게 먼저 내부적으로 채워가니까 그런 생각이 좀 지워지면서 그들도 마음을 열고 나한테 계속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사회생활에 대해서... 인간관계가 좀 무서웠었거든요. 처음에는 겁 없이 했었지만, 겪어왔던 과정이 누적될수록 좀 더 자신이 없어지고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주눅 들고 했어요. 그게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못하지만 거의 다 극복했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 보니까 한 2년 반, 29살 때부터 점차 점차 괜찮아지기 시작한 것 같고, 지금이 제일 좋은 상태인 거 같아요. 이런 생각을 가지기까지는 지금 말했던 과정이 있었고, 사실은 내가 노력해서 이렇게 된 것 같지만 어떠어떠한 계기로 미라클 모닝 시작했고, 어떠어떠한 계기로 다시 뭔가 다 연결고리처럼 계기가 있었어요.
Q. 누군가에게는 쭌님의 이야기가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퇴소 후 20대가 되었을 하담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A. 우리가 사는 거는 지금 이 순간뿐이고 과거에 어떤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현재도 힘들고, 현재가 힘들면 미래도 힘들어요. 근데 과거의 기억이 아예 편안하지 못해요. 그런 게 올라오면 그냥... 그래~ 하고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거고, 또 나는 내 현재 할 일을 해야... 왜냐면 인간 삶은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잖아요. 언제 죽을지 모르잖아요.
어찌 됐든 내가 사는 건 지금뿐이니까 그냥 잘살아 보자!
나는 어차피 똑같이 이 우주의 산물로 존재하는 그런 거고, 그냥 물리적인 형태로 이 지구에 있는 인간의 삶을 체험하는 거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값진 경험일 것 같기도 하고. 유한한 시간이니까... 그 시간 동안 어떤 슬픈 감정에만 치우쳐 살기에는 너무 아깝잖아요. 그래서 너무 과거 기억에만 머물러서 성인이 되고서도 남들과 다르다는 거에 너무 중점을 두고 집중해서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남이랑 다른 거는 당연한 거고, 그리고 괴로운 거는 남이 괴로운 게 아니라, 내가 나를 괴롭게 하는 거기 때문에.
저는 20대에 많이 놀지를 못하고, 즐기지 못했어요. 그래서 20대인 친구들이, 막 놀기만 하라는 건 아니지만, 너무 스트레스받고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냥 좀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지금 당장 들었을 때는 어떻게 내가 이런데 즐겁냐 할 수 있지만, 처음부터 갑자기 확 바뀔 수 있는 마법 같은 그런 건 없거든요.
제가 멘탈이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넷에서 글을 봤어요. 멘탈이 강한 사람은 멘탈이 강해서 어떤 감각도 없는 게 아니라, 많이 무너져도 회복력이 빠른 게 멘탈이 강하다고 하더라구요. 생각해 보니까 내가 좀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약간 장난이나 농담 이런 거 안 좋아하고 부정 늪에 한없이 밀려 들어가고 거기에 있었다면 난 벌써 죽었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또다시 뭔가 하려고 하는 거 보면 멘탈이 강한 편이었구나. 근데 약하다고 생각하고 깎아내린 거는 내 자신이었구나. 또 한 번 느끼게 된 거예요.
그런 거 들으면서 과거에 나를 너무 혐오하고 미워했다면, 지금은 “그럼에도 진짜 잘 살았구나.” 이런 식으로 마인드가... 그게 오히려 원동력이 돼서 현재에 더 마음을 놓으면서 이렇게 된 김에 열심히 해보자 약간 이런 생각이 들어요.
결론! 자기 사랑부터 시작해야 해.
내가 현재만 산다는 걸 인식하고, 시간이 언제까지 영원한 게 아니라는 걸 인식해야 하나하나 다 소중하고... 최근 것만 얘기해도 혼자 여행 다니고, 시그널(퇴소인 모임)에서 뮤지컬 보고 나서 또 보고 싶어서 혼자 보고. 책 읽는 것도 하담에서 많이 읽었지만, 그 뒤로는 읽지 않았어요. 근데 재미 붙이니까 또 막 읽게 되고, 안 듣던 클래식도 들어보고. 자전거도 이렇게 자주 탈 줄 몰랐어요. 강을 보면 반짝반짝하면서 크잖아요. 이렇게 달리면서 바람맞으면서 강에 비치는 하늘이... 이렇게 따라가서 보면 완전 뻥 뚫려 있어서 그게 약간 스트레스가 해소되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하나씩 안 해보던 거를 하다 보니까 재미를 붙이게 되고. 생활도 조금씩 달라지고, 생각하고 마음을 바꾸니까 뭔가 갇혀 있던 게 자꾸 다른 것들을 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어떤 하나에 몰두해 있으면 바뀐 걸 잘 못 보거든요.
어떻게 보면 다른 친구들은 예전부터 이렇게 살 때 쟤네는 좋겠다고만 생각했지 내가 할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요. 나는 이래서 안 되고, 나는 돈 없어서 안 되고, 퇴근하면 너무 피곤해서 안 되고, 이런 식으로 계속 자기 제한을 했던 거예요. 진짜 한도 끝도 없어요. 그럼 계속 똑같이 그러고 사는 거예요.
그렇게 (나를) 제한하면 아무것도 없어요. 나를 가두는 것은 나밖에 없어요. 이걸 깨닫고 나니까 나를 사랑해줘야 내 마음을 푸는 주인도 나고. 그렇게 하니까 마음이 열려서 오히려 더 잘 지내요. 작은 거에 더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불평하며 부정적으로 오래 살아왔기 때문에 확 바뀔 수는 없고, 긍정적인 것만 느낄 수가 없어요. 대신 비율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쪽에 이제 많이 이동했다고 해야 하나. 그러다 보니까 두려움도 좀 사라지고. 완전히 사라지지 못하겠지만 왜냐하면 인간은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어진 동물이기 때문에 안 그러면 사이코패스거든요. (웃음) 마음을 내는 것도 좋아지고. 생각하는 거나 그런 것도 좀 괜찮아지고...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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