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이슈] 목소리 삭제-가상토론 / 장르: SF black come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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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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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이슈」는 민우회 소식지 <살림과 나눔>에서 젠더와 관련된 이슈를 담는 꼭지입니다. 

2022 여름호 소식지에 젠더이슈 꼭지에 실린, 

시민들의 목소리를 배제한, 대안 없는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을 규탄하는 글인  '목소리 삭제-가상토론'을 공유합니다. 



 

[목소리 삭제-가상토론 / 장르: SF black comedy]

 

#. 모 방송국 스튜디오

*진행자: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제로 5명의 패널 모시고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국포당 의원, 불어당과 정심당 의원 나오셨고요, 요즘 이분 방송에서 자주 뵙지요.

금쪽한방병원에 오의원님, 마지막으로 새로 임명된 여가부장관 자리해주셨습니다.

*장 관: (뜬금없이) 여가부 폐지해야 합니다.

*불어당: 토론장에 경험 있는 전장관이 나와야지 현장관이 나와 있는 게 말이 됩니까?

*국포당: 이거 SF예요. 그렇게 장르 파악도 못하니까 불어당이 참패를 하는 겁니다.

*불어당: 참패라니! 단 0.7% 차이였습니다. 국민의 뜻을 잊지 말고 겸손하세요.

*장 관: 부처에서 하는 일을 조금씩 떼어다가 만든 게 여가부예요. 여가부 폐지해야 합니다.

*(방청)객1: (속말)코미디가 따로 없군.

*정심당: 본인이 끌어갈 부처의 생성 역사조차 이해하지 못하신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어떤 부처의 일을 떼어 모은 게 아니라 각 부처에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부재로 일어난 모든 문제를 더 세심히 살펴보기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한데 정작 부처들

뒤치다꺼리하느라 여성문제는 본론도 못 들어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국포당: 한국은 이미 여권신장 되었고 특임부인 여가부는 그 역사적 소명을 다했습니다.

*객 1: (속말)여권신장? 뭔 소리? 동기놈 고가점수 마이너스 받았는데 나보다 연봉 더 높아.

*불어당: 이 이슈를 조직개편으로 보지 않고 성평등 완성 운운하며 젠더이슈로 연결해 정치에

이용하려는 당이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국포당: (발끈)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겁니까? 우리당은 오직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당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국 for 당 아닙니까.

*정심당: 그럼 당 for 국이 돼야지요. 성문기초영어나 다시 보세요.

*국포당: 그럼 정심당은 빵집 이름입니까?

*불어당: 수준하고는?

*국포당: 수준이라니! 불어당. 훅 불어버리기 전에 입 조심하세요.

*진행자: 열기가 뜨거워 잠시 방청객 의견 듣고 가겠습니다.

*객 2: 저는 미혼부입니다. 가족관계등록법에 출생신고 권리가 엄마에게만 있어 엄마가 신고

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의료 등 기본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법무부

등 각 부처에 이를 문제 제기했고 이 과정에 법무부와 보건복지부가 나서..

*국포당: (말 자르고)발 벗고 나서서 출생신고를 간소화하는 사랑이 법이 생겼죠.

이래서 법은 법무부에서 복지는 보건복지부에서 해야 하는 겁니다.

 

[객2, 다급히 말을 이어가는데 ‘삐~’ 마이크 잡음에 목소리 묻히고]

*객 2: 나서지 않았다고요! 어느 부처도! 유일하게 들어주고 물어주고 방법을 찾아 도움 준 부처가 바로 여가부였습니다. 앞으로도 저와 제 딸에게 여가부는 필요합니다.

*진행자: 죄송합니다. 마이크에 문제가 생겨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네요.

시간 관계상 다시 패널토론 이어가겠습니다. 오의원님도 한 말씀해주시죠.

*오의원: 자료를 좀 조사해봤는데요, 먼저 각 부처 종사인원을 살펴보니 문체부 3,100명,

복지부 2,600명, 여가부 277명이었고요. 작년 정부 예산 중 0,24%만 할당되었고

83,6%가 가족과 청소년, 노인 등을 위해 나머지 6.4%가 여성정책에 쓰였습니다.

*정심당: 보십시오. 파이도 제대로 안 주면서 욕받이나 되는 부처입니다. 그러니 강화해야죠.

*오의원: 물론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지요. 역으로 역할이 미비하다면 현재 기능이

갖춰져 있는 곳으로 흡수해서 그 역할을 더 강화하는 것 또한 방법이라 생각하고요.

*객 3: (속말)전문가 여성도 나와서 폐지 찬성하는데 여자들 반대한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야.

*진행자: 혹시 장관께서는 폐지 후 생각하시는 대안이 있으십니까?

*장 관: 복지는 보건복지부로 여성보호는 법무부로 가족과 저출산 문제는 인구가족부를 따로

신설해 확장 강화시키겠습니다. 여가부 폐지해야 합니다.

*객 1: 앵무새야? 못 참겠다. (급히 마이크 들고) 한마디만요. (마이크 소음, ‘삐~~“)

성폭력피해자 의료관리번호도 모르는 복지부에 여성복지 맡기고 2차 피해 가하는

사법기관에 여성범죄 맡기고 그것도 모자라 인구가족부 만들어 싱싱한 자궁지도 또

만들려고 합니까? 정말 모르시겠습니까? 젠더 감수성 없이는 이전도 신설도 국민들

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나마 비빌 원탁 자체가 없어지는데 테이블

잘게 쪼개서 이곳저곳 갖다 놓으면 냄비 하나 올려놓을 수 있겠습니까!

*진행자: 방청객께서 한마디 하신 것 같은데요. 오늘 마이크 상태가 너무 안 좋아 한마디도

듣지 못했네요. 매끄럽지 못한 진행 사과드리며 오늘 토론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 에필로그 / 방송 30분 전

*연 출: 오의원한테 통계자료는 보냈지?

*조연출: 네, 그런데 워낙 바쁘셔서 캐스팅 잘 한 걸까요? 이쪽 전문가도 아니고..

*연 출: 장사 한두 번 해봐. 여기 정치인 중에 여가부 관심 있는 인간 일도 없어. 오의원은

여성으로 대표성 띠고 앉아있으면 되고 우린 시청률만 챙기면 되고. 오케이?

*스 텝: (급히 다가와서) 부장님. 방청객 마이크 상태가 다 안 좋은데요.

*연 출: 너 방청객이 왜 방청객인 줄 알아?

*스 텝: (조심스레 맞춰본다) 방청 왔으니까??

*연 출: (한심한 눈빛으로) 객이니까. 객 목소리가 뭐가 중요해!

(모든 스텝들에게) 자! 슛 준비 들어갑니다.


The end.



김미성(도마)_고양상담소 활동가

의심 많은 예수의 열두번째 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