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여름날, 반가운 페미다의 얼굴들을 마주하니 더위도 잊은 채 모두 수다 삼매경에 빠져든다. 이대로 소소한 안부만 나누다 가도 좋겠다 싶지만, 나름 소기의 목적으로 민우회에 모였기에 예능 ‘몽글상담소’의 몽글몽글한 시청담을 몽실몽실 풀어놓기 시작한다.
몽글몽글 상담소는 비장애인의 연애 리얼리티가 주류를 이루는 미디어 속에 조심스레 발을 디딘 발달장애인의 연애를 다룬 프로그램이다.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가 진행을 맡고 네 명의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자신의 반쪽을 찾아 나선다. 속 불편해 음식도 먹지 못하는 상대는 안중에 없이 자신의 자장면만 열심히 먹어대는 친구부터 음료수 주문은 잊은 채 삼십분째 자기소개와 질문 폭격을 퍼부어 대는 친구까지, 그들의 연애는 한시도 지루할 틈 없이 우당탕탕 거린다.
장애인이니까 연애가 힘들다? 장애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비장애인에게도 연애는 힘들고 서툴긴 마찬가지다. 단지 비장애인이라는 특권으로 인해 연애할 기회가 월등히 주어졌을 뿐.. 한편으로 몽글상담소를 찾은 출연진들의 연애가 더 솔직하고 진정성 있어 보이기까지 하다. 상대방을 향한 현재의 감정에 충실한 그래서 ‘좋으면 좋다’ 곧바로 표현해버리는 그 솔직함은, 필요 가결한 에너지를 소모해대며 일명 밀당 연애를 이어가는 비장애인들의 소모적인 눈치 싸움을 자꾸만 돌아보게 한다.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에 긴 시간을 공들이는 비장애인이나 “저 화장했는데 잘 어울려요?”라고 상대방에게 곧바로 물어버리는 지현이나 ‘나 너한테 잘 보이고 싶어.’라는 속마음은 매한가지일 텐데 말이다.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문득문득 발달장애인을 향한 편견과 마주치게 되는 것 또한 이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다. 상대방에게 반해 두근대는 데이트 후일담을 전하는 지현에게 “직업도 안 물어보고 뭘 물어보고 온 거냐?” 농담처럼 타박하는 가족들, 연애를 해봤다는 출연자에게 서두도 없이 대뜸, “만나서 뭐 했어? 손잡았어? 뽀뽀해 봤어?”라는 비장애 성인이었다면 맥락 없이는 묻지 않았을 질문, 초등에게나 했을 법한 질문을 해대는 진행자, 이런 모습들을 통해 얽매인 관점들, 많은 형식과 규칙들이 비장애인 속에 얼마나 뿌리 깊이 박혀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몽글상담소가 방영됐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고 한다.
‘발달 장애인을 좀 더 알아가게 된 따뜻한 프로그램이었다’와 ‘넓은 스펙트럼 속 발달장애인들의 이미지를 자칫 고정화시킬 수 있다’라는 우려(물론 우영우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지만..).
실제로 몽글상담소를 찾은 출연자들은 일상적 상호작용이 수월한 장애인들이기에 그보다 더 깊고 다층적인 장애 특성을 지닌 발달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의 고초를 단순화할 우려도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힐링 받았고, 출연자의 언어 속에서 나름의 해답도 제시한 프로그램이었지 않나 싶다.
“밖으로 나오니까 행복해졌어요.”
배우를 업으로 하고 있는 지원의 말이다.
지현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던 부모가 결국 딸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세상 밖으로 내놓는 순간부터 지현에게 다양한 성장이 찾아왔고, 시를 써 세상 밖으로 나온 도아는 고소공포로 떠는 지원을 다독이는 든든한 연인이 돼주었으며, 준혁은 산수를 못한다고 고백하는 지현을 세상 속에 채워준다. 그렇게 세상의 기준에서 조금 비껴서 있던 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비난 대신 서로를 채우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이들의 세상이 페미니스트가 그토록 추구해왔던 세상이 아닐까,라는 따뜻한 상상의 대비를 해본다. 무엇보다 이들이 세상 밖으로 끊임없이 나오길, 그리고 그들이 나온 세상이 그들에게 안전한 터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발달장애 출연진과의 첫 만남에서 진행자 이효리가 이런 말을 전한다.
“처음에 우리도 긴장했거든”
어쩌면 이 말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만나게 될 때 대부분 품게 되는 염려일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너무도 소극적이며 불친절하다. 접점도 작고 정보도 적다. 사회는 장애에 대한 설명을 사회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할 의무가 있다. 막연함이 해석될 때 긴장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사라진 긴장의 자리에 익숙함이 남게 된다. 익숙함은 안전과도 연결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장애에 대한 익숙함보다는 불투명한 긴장감이 팽배해 보인다. 그러하기에 이들의 이야기도 편안하게만 다가오지 않는 듯하다. 누구든 낯선 것을 펼칠 때는 힘들고 서툴다. 그리고 펼쳐진 낯선 것을 바라보는 이들에겐 두려움과 거부감이 앞선다. 몽글상담소를 연출한 고혜린 PD는 발달장애를 가진 남동생을 보고 이 작품을 기획했다고 한다. 가족조차도 한 발 떼기 조심스러운 이야기, 그처럼 우리 사회는 장애에 관해 익숙하지 못하고. 익숙함이 없는 사회는 안전하지 못하다. 그러하니 계속해서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 예능계에 조심히 발을 디딘 발달장애인의 이야기가 익숙한 우리들의 이야기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질타보다는 응원을 맘껏 보내고 싶다.
PS. 고백 건데 시청 내내 발달장애인이라는 개념은 잊은 채 그들의 풋풋한 연애에 심장 쿵쾅대며 시청했다는~ “다음에 만날 때… 고백 같은 거 해도 될까요?”
꺄악~~ 준혁아! 네가 내 사랑 세포를 깨워 부렸당!!
-간만에 설렘 주의보 뜬 페미다의 도마-
다음 모임: 10월 21일(수) 오전10시~오후2시, 10월 22일(목) 오전 10시, 고양 백석 CGV 영화관
제14회 고양여성영화제 <최소한의 선의>, 영상제작 교육 통해 제작된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을 보고 후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10월 23일 금요일 오후 6시 고양여성민우회교육장에서
무더운 여름날, 반가운 페미다의 얼굴들을 마주하니 더위도 잊은 채 모두 수다 삼매경에 빠져든다. 이대로 소소한 안부만 나누다 가도 좋겠다 싶지만, 나름 소기의 목적으로 민우회에 모였기에 예능 ‘몽글상담소’의 몽글몽글한 시청담을 몽실몽실 풀어놓기 시작한다.
몽글몽글 상담소는 비장애인의 연애 리얼리티가 주류를 이루는 미디어 속에 조심스레 발을 디딘 발달장애인의 연애를 다룬 프로그램이다.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가 진행을 맡고 네 명의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자신의 반쪽을 찾아 나선다. 속 불편해 음식도 먹지 못하는 상대는 안중에 없이 자신의 자장면만 열심히 먹어대는 친구부터 음료수 주문은 잊은 채 삼십분째 자기소개와 질문 폭격을 퍼부어 대는 친구까지, 그들의 연애는 한시도 지루할 틈 없이 우당탕탕 거린다.
장애인이니까 연애가 힘들다? 장애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비장애인에게도 연애는 힘들고 서툴긴 마찬가지다. 단지 비장애인이라는 특권으로 인해 연애할 기회가 월등히 주어졌을 뿐.. 한편으로 몽글상담소를 찾은 출연진들의 연애가 더 솔직하고 진정성 있어 보이기까지 하다. 상대방을 향한 현재의 감정에 충실한 그래서 ‘좋으면 좋다’ 곧바로 표현해버리는 그 솔직함은, 필요 가결한 에너지를 소모해대며 일명 밀당 연애를 이어가는 비장애인들의 소모적인 눈치 싸움을 자꾸만 돌아보게 한다.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에 긴 시간을 공들이는 비장애인이나 “저 화장했는데 잘 어울려요?”라고 상대방에게 곧바로 물어버리는 지현이나 ‘나 너한테 잘 보이고 싶어.’라는 속마음은 매한가지일 텐데 말이다.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문득문득 발달장애인을 향한 편견과 마주치게 되는 것 또한 이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다. 상대방에게 반해 두근대는 데이트 후일담을 전하는 지현에게 “직업도 안 물어보고 뭘 물어보고 온 거냐?” 농담처럼 타박하는 가족들, 연애를 해봤다는 출연자에게 서두도 없이 대뜸, “만나서 뭐 했어? 손잡았어? 뽀뽀해 봤어?”라는 비장애 성인이었다면 맥락 없이는 묻지 않았을 질문, 초등에게나 했을 법한 질문을 해대는 진행자, 이런 모습들을 통해 얽매인 관점들, 많은 형식과 규칙들이 비장애인 속에 얼마나 뿌리 깊이 박혀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몽글상담소가 방영됐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고 한다.
‘발달 장애인을 좀 더 알아가게 된 따뜻한 프로그램이었다’와 ‘넓은 스펙트럼 속 발달장애인들의 이미지를 자칫 고정화시킬 수 있다’라는 우려(물론 우영우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지만..).
실제로 몽글상담소를 찾은 출연자들은 일상적 상호작용이 수월한 장애인들이기에 그보다 더 깊고 다층적인 장애 특성을 지닌 발달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의 고초를 단순화할 우려도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힐링 받았고, 출연자의 언어 속에서 나름의 해답도 제시한 프로그램이었지 않나 싶다.
“밖으로 나오니까 행복해졌어요.”
배우를 업으로 하고 있는 지원의 말이다.
지현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던 부모가 결국 딸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세상 밖으로 내놓는 순간부터 지현에게 다양한 성장이 찾아왔고, 시를 써 세상 밖으로 나온 도아는 고소공포로 떠는 지원을 다독이는 든든한 연인이 돼주었으며, 준혁은 산수를 못한다고 고백하는 지현을 세상 속에 채워준다. 그렇게 세상의 기준에서 조금 비껴서 있던 이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비난 대신 서로를 채우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이들의 세상이 페미니스트가 그토록 추구해왔던 세상이 아닐까,라는 따뜻한 상상의 대비를 해본다. 무엇보다 이들이 세상 밖으로 끊임없이 나오길, 그리고 그들이 나온 세상이 그들에게 안전한 터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발달장애 출연진과의 첫 만남에서 진행자 이효리가 이런 말을 전한다.
“처음에 우리도 긴장했거든”
어쩌면 이 말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만나게 될 때 대부분 품게 되는 염려일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너무도 소극적이며 불친절하다. 접점도 작고 정보도 적다. 사회는 장애에 대한 설명을 사회 구성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할 의무가 있다. 막연함이 해석될 때 긴장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사라진 긴장의 자리에 익숙함이 남게 된다. 익숙함은 안전과도 연결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장애에 대한 익숙함보다는 불투명한 긴장감이 팽배해 보인다. 그러하기에 이들의 이야기도 편안하게만 다가오지 않는 듯하다. 누구든 낯선 것을 펼칠 때는 힘들고 서툴다. 그리고 펼쳐진 낯선 것을 바라보는 이들에겐 두려움과 거부감이 앞선다. 몽글상담소를 연출한 고혜린 PD는 발달장애를 가진 남동생을 보고 이 작품을 기획했다고 한다. 가족조차도 한 발 떼기 조심스러운 이야기, 그처럼 우리 사회는 장애에 관해 익숙하지 못하고. 익숙함이 없는 사회는 안전하지 못하다. 그러하니 계속해서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 예능계에 조심히 발을 디딘 발달장애인의 이야기가 익숙한 우리들의 이야기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질타보다는 응원을 맘껏 보내고 싶다.
PS. 고백 건데 시청 내내 발달장애인이라는 개념은 잊은 채 그들의 풋풋한 연애에 심장 쿵쾅대며 시청했다는~ “다음에 만날 때… 고백 같은 거 해도 될까요?”
꺄악~~ 준혁아! 네가 내 사랑 세포를 깨워 부렸당!!
-간만에 설렘 주의보 뜬 페미다의 도마-
다음 모임: 10월 21일(수) 오전10시~오후2시, 10월 22일(목) 오전 10시, 고양 백석 CGV 영화관
제14회 고양여성영화제 <최소한의 선의>, 영상제작 교육 통해 제작된 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을 보고 후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10월 23일 금요일 오후 6시 고양여성민우회교육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