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체육시간에 발야구를 자주 했었다. 반에서 키순으로 줄을 서면 당연히 맨 앞에 서는 째깐이에 빼빼 마른 내가 공을 차는 순서가 되면 수비를 하러 저만치 나가있던 남학생들은 저벅저벅 내 앞으로 다가온다. 내가 공을 차면, 아니 밀면 손 쉽게 받아낸다. 같은 일이 세 번 반복되고 호루라기가 울린다. 아웃.
그 즈음에 나는 모든 운동이 싫어졌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그리고 직장인이 되고 나서 또 몇년, 운동이라는 건 외계에서나 존재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내가 진짜 싫어하는 건 따로 있었다. 내 어설프고 서툰 몸짓, 능숙하지 못하고 잘하지 못하는 나, 실패하고 창피한 나의 모습이었다. 땀이 나고 숨이 차고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나는 나를 숨겼다.
그랬던 난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이번 주 스케줄러다. 월수금에는 체육관에서 배드민턴 레슨을 받고 화요일은 퇴근하고 회사 옆에 있는 수영장에서 자유수영을 하고 잠수 연습하기, 목요일은 고공행진 풋살을 뛰고 토요일에는 아침에 텃밭에서 김을 매고 오후에는 프리다이빙을 하러 잠실로 가야 한다. 일요일에는 보통 쉬지만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패스 연습이라도 해야한다...! 패스를 너무 못하니까! 오메 근데 이러다 빨리 죽는건 아니겠지...?! 어렸을 땐 땀이 나고 숨이 차고 몸이 아파서라도 운동을 안했는데, 이제는 땀이 나고 목으로 심장이 튀어나오도록 숨이 차도 공을 차다 상대방 발에 종아리가 차여도 '이 정도면 까일만 한데..?'라며 안심하면서 뛴다.
물론 운동신경이 쥐뿔도 없는 나는 여전히 잘해내지 못한다. 셔틀콕은 바닥에 냅따 꽂아버리기 일쑤고 공을 차면 열에 여덟은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 수영은 레일 서너번만 왕복해도 죽을 것 같다. 이퀄라이징도 안되고 1분 30초 이상 숨을 참지 못해 물 밖으로 나오기 바쁘다. 운동만 그런 것도 아니고 올해 감자 농사도 망쳤다. 감자 속에 바람이 들고 제 때 수확을 못해서 많이 썩어 버렸다. 에라이.
(감자 얘기로 넘어가면 안돼. 여기에는 풋살 후기를 써야지.)
5주차에는 드리블에 초점을 맞춘 훈련을 했다. 발가락 3,4,5번으로 공을 차면서 앞으로 가는 드리블을 하고 (이때 발목을 사선으로 좀 꺽어지는게 정상!) 인사이드 드리블을 새로 배웠다. 발의 앞쪽 옆면으로 대각선 방향으로 차는 건데 스텝이 중요했다. 왼발을 디딤발로 하고 오른발 안쪽으로 찬 다음 오른발을 디담발로 바꾸고 왼발로 드리블을 바꿔서 차야하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코치님 말씀대로 공을 많이 차거나 멀리 보내다기 보다 몸의 동작을 크게 해서 상대방을 홀리는게(?) 더 관건인듯 했다.
그리고 저번에 이어서 볼감각 연습을 했는데 저번보다 훨씬 더 많이 뛰게 시키시는 게, 뭔가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는 듯해서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두근두근 타임이었다. 공 위로 발을 살짝 뛰면서 올리며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가 하는 볼감각 업데이트 버전을 하고 양발로 볼을 감싸들이 왔다 갔다 하며 앞으로 가기도 하고 뒤로 가기도 했다. 다시 드리블 연습을 할 때는 양발을 사용하지 않고 한 발로만 인사이드 드리블을 하다가 아웃사이드 드리블을 하면서 골대 앞으로 간 뒤 슈팅을 했다. 슈팅 할 때는 발끝 들기를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발목에 힘이 들어가서 뻥뻥 차진다! (별표 밑줄 쫙) 발의 앞으로 차기가 힘들면 인사이드로 발의 안 쪽으로 차도 된다고 하셨음! 아래 그림으로 참고만 하셩유

내가 적은대로 내 몸이 따라 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몰랐던 나의 숨겨진 재능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대박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내가 공을 차는게 아니라 튀어나가는 공을 따라가기 바쁘고 손과 팔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왼발이 이랬을 때 오른발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상체를 숙이라고 해서 상체를 숙이면 무릎이 펴져 있고 팔을 올리면 이번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그래도 너무 즐겁다. 하, 참! 홀린 듯이 공을 따라 뛰고 있고 골대는 저쪽인데 이쪽으로 냅따 차버린다. 성공해내지 못해도 잘하지 못해도 즐거우니까. 성공과 즐거움이 꼭 같이 붙어 다니는 게 아니란 걸 이제는 안다. 모두가 과정과 성장 중에 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작은 성취에도 박수 쳐주시고 네 맘이 곧 내 맘인듯 알아 주시는 횐님들이 있어서 마음껏 실수하고 실패하고 있다. 그러면 언젠간 골 하나, 패스 한 번은 제대로 되지 않을까? 코치님, 설이, 돌고래, 나썬, 한서, 미진, 로켓단, 방울, 써니님과의 5주차 훈련 끝~
ps. 설이님 항상 사진 잘 찍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이님 덕분에 인생샷이 계속 갱신되고 있어요ㅎㅎㅎ
글쓴이: 새롬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발야구를 자주 했었다. 반에서 키순으로 줄을 서면 당연히 맨 앞에 서는 째깐이에 빼빼 마른 내가 공을 차는 순서가 되면 수비를 하러 저만치 나가있던 남학생들은 저벅저벅 내 앞으로 다가온다. 내가 공을 차면, 아니 밀면 손 쉽게 받아낸다. 같은 일이 세 번 반복되고 호루라기가 울린다. 아웃.
그 즈음에 나는 모든 운동이 싫어졌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그리고 직장인이 되고 나서 또 몇년, 운동이라는 건 외계에서나 존재하는 단어였다. 하지만 내가 진짜 싫어하는 건 따로 있었다. 내 어설프고 서툰 몸짓, 능숙하지 못하고 잘하지 못하는 나, 실패하고 창피한 나의 모습이었다. 땀이 나고 숨이 차고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나는 나를 숨겼다.
그랬던 난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이번 주 스케줄러다. 월수금에는 체육관에서 배드민턴 레슨을 받고 화요일은 퇴근하고 회사 옆에 있는 수영장에서 자유수영을 하고 잠수 연습하기, 목요일은 고공행진 풋살을 뛰고 토요일에는 아침에 텃밭에서 김을 매고 오후에는 프리다이빙을 하러 잠실로 가야 한다. 일요일에는 보통 쉬지만 근처 학교 운동장에서 패스 연습이라도 해야한다...! 패스를 너무 못하니까! 오메 근데 이러다 빨리 죽는건 아니겠지...?! 어렸을 땐 땀이 나고 숨이 차고 몸이 아파서라도 운동을 안했는데, 이제는 땀이 나고 목으로 심장이 튀어나오도록 숨이 차도 공을 차다 상대방 발에 종아리가 차여도 '이 정도면 까일만 한데..?'라며 안심하면서 뛴다.
물론 운동신경이 쥐뿔도 없는 나는 여전히 잘해내지 못한다. 셔틀콕은 바닥에 냅따 꽂아버리기 일쑤고 공을 차면 열에 여덟은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 수영은 레일 서너번만 왕복해도 죽을 것 같다. 이퀄라이징도 안되고 1분 30초 이상 숨을 참지 못해 물 밖으로 나오기 바쁘다. 운동만 그런 것도 아니고 올해 감자 농사도 망쳤다. 감자 속에 바람이 들고 제 때 수확을 못해서 많이 썩어 버렸다. 에라이.
(감자 얘기로 넘어가면 안돼. 여기에는 풋살 후기를 써야지.)
5주차에는 드리블에 초점을 맞춘 훈련을 했다. 발가락 3,4,5번으로 공을 차면서 앞으로 가는 드리블을 하고 (이때 발목을 사선으로 좀 꺽어지는게 정상!) 인사이드 드리블을 새로 배웠다. 발의 앞쪽 옆면으로 대각선 방향으로 차는 건데 스텝이 중요했다. 왼발을 디딤발로 하고 오른발 안쪽으로 찬 다음 오른발을 디담발로 바꾸고 왼발로 드리블을 바꿔서 차야하기 때문에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코치님 말씀대로 공을 많이 차거나 멀리 보내다기 보다 몸의 동작을 크게 해서 상대방을 홀리는게(?) 더 관건인듯 했다.
그리고 저번에 이어서 볼감각 연습을 했는데 저번보다 훨씬 더 많이 뛰게 시키시는 게, 뭔가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는 듯해서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두근두근 타임이었다. 공 위로 발을 살짝 뛰면서 올리며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가 하는 볼감각 업데이트 버전을 하고 양발로 볼을 감싸들이 왔다 갔다 하며 앞으로 가기도 하고 뒤로 가기도 했다. 다시 드리블 연습을 할 때는 양발을 사용하지 않고 한 발로만 인사이드 드리블을 하다가 아웃사이드 드리블을 하면서 골대 앞으로 간 뒤 슈팅을 했다. 슈팅 할 때는 발끝 들기를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발목에 힘이 들어가서 뻥뻥 차진다! (별표 밑줄 쫙) 발의 앞으로 차기가 힘들면 인사이드로 발의 안 쪽으로 차도 된다고 하셨음! 아래 그림으로 참고만 하셩유
내가 적은대로 내 몸이 따라 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몰랐던 나의 숨겨진 재능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대박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내가 공을 차는게 아니라 튀어나가는 공을 따라가기 바쁘고 손과 팔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왼발이 이랬을 때 오른발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상체를 숙이라고 해서 상체를 숙이면 무릎이 펴져 있고 팔을 올리면 이번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그래도 너무 즐겁다. 하, 참! 홀린 듯이 공을 따라 뛰고 있고 골대는 저쪽인데 이쪽으로 냅따 차버린다. 성공해내지 못해도 잘하지 못해도 즐거우니까. 성공과 즐거움이 꼭 같이 붙어 다니는 게 아니란 걸 이제는 안다. 모두가 과정과 성장 중에 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작은 성취에도 박수 쳐주시고 네 맘이 곧 내 맘인듯 알아 주시는 횐님들이 있어서 마음껏 실수하고 실패하고 있다. 그러면 언젠간 골 하나, 패스 한 번은 제대로 되지 않을까? 코치님, 설이, 돌고래, 나썬, 한서, 미진, 로켓단, 방울, 써니님과의 5주차 훈련 끝~
ps. 설이님 항상 사진 잘 찍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설이님 덕분에 인생샷이 계속 갱신되고 있어요ㅎㅎㅎ
글쓴이: 새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