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가을은 왜 아직 여름이지 싶게 오래 덥더니 갑자기 겨울이 그 자리를 꿰차 앉았습니다. 그 변덕스러운 날씨 사이에도 함께누리 가을 풍물한마당이 열린 10월 28일은 가을 날씨의 절정이었습니다. 참 운이 좋았습니다.
가을 풍뭉한마당을 마치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해가 가을 풍물한마당 전과 후로 나뉜다.” 과장된 말 같지만 저 또한 그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가을 풍물한마당이 끝나니 올해 가장 큰 일을 해낸 듯 후련했고, 내년 공연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분명 중요한 생업이 있고, 챙겨야 할 아이들도 있고, 한 개인을 둘러싸고 각자가 해내야 할 일들이 산재해 있는데도 말이지요.
작년에도 그랬습니다. 가을 풍물한마당이 끝나고 바로 다음 해의 가을 풍물한마당을 준비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다음 가을 풍물한마당 때 치고 싶은 악기를 정하자” 했습니다. 악기 하나를 정하고,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가을에 공연을 하자고.
장구를 잘 치는 사람이 장구를 치고 북을 잘 치는 사람이 북을 치면 공연의 완성도가 높지 않을까, 저는 잠깐 그리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장구를 잘 치는 사람이 소고를 치고, 아직 가락도 다 외지 못한 사람이 장구를 치고, 누군가는 난생 처음 꽹과리를 손에 들었습니다.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었고, 어리벙벙한 후배들은 부담감이었다가 책임감이었다가 만족감을 순서대로 맛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장구를 잘 치는 사람이 장구를 치고 북을 잘 치는 사람이 북을 치는 삶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렇게 일을 대하고 사람을 대하고, 그것이 효율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함께누리 선배들은 말했습니다. 길게 봐야 한다고, 성장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잘하는 사람 중심으로 판을 짜지는 않는다고.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끝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고 부족함이 보입니다. 허나 올해 가을 풍물한마당에서 우리는 충분히 즐거웠고 충분히 멋졌습니다. 그날 하루가 아니라, 우리는 1년을 마음 다해 임했으니까요.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와, 풍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왔을 뿐인데… 이런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으니, 제가 참 운이 좋았습니다.

글쓴이: 함께누리 바름이. 두 딸의 엄마이자 편집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 가을은 왜 아직 여름이지 싶게 오래 덥더니 갑자기 겨울이 그 자리를 꿰차 앉았습니다. 그 변덕스러운 날씨 사이에도 함께누리 가을 풍물한마당이 열린 10월 28일은 가을 날씨의 절정이었습니다. 참 운이 좋았습니다.
가을 풍뭉한마당을 마치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해가 가을 풍물한마당 전과 후로 나뉜다.” 과장된 말 같지만 저 또한 그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가을 풍물한마당이 끝나니 올해 가장 큰 일을 해낸 듯 후련했고, 내년 공연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분명 중요한 생업이 있고, 챙겨야 할 아이들도 있고, 한 개인을 둘러싸고 각자가 해내야 할 일들이 산재해 있는데도 말이지요.
작년에도 그랬습니다. 가을 풍물한마당이 끝나고 바로 다음 해의 가을 풍물한마당을 준비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다음 가을 풍물한마당 때 치고 싶은 악기를 정하자” 했습니다. 악기 하나를 정하고,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가을에 공연을 하자고.
장구를 잘 치는 사람이 장구를 치고 북을 잘 치는 사람이 북을 치면 공연의 완성도가 높지 않을까, 저는 잠깐 그리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장구를 잘 치는 사람이 소고를 치고, 아직 가락도 다 외지 못한 사람이 장구를 치고, 누군가는 난생 처음 꽹과리를 손에 들었습니다.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었고, 어리벙벙한 후배들은 부담감이었다가 책임감이었다가 만족감을 순서대로 맛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장구를 잘 치는 사람이 장구를 치고 북을 잘 치는 사람이 북을 치는 삶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렇게 일을 대하고 사람을 대하고, 그것이 효율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함께누리 선배들은 말했습니다. 길게 봐야 한다고, 성장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잘하는 사람 중심으로 판을 짜지는 않는다고.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끝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고 부족함이 보입니다. 허나 올해 가을 풍물한마당에서 우리는 충분히 즐거웠고 충분히 멋졌습니다. 그날 하루가 아니라, 우리는 1년을 마음 다해 임했으니까요.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와, 풍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왔을 뿐인데… 이런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으니, 제가 참 운이 좋았습니다.
글쓴이: 함께누리 바름이. 두 딸의 엄마이자 편집자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