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다 소모임 3월 이야기 -'내 남편과 결혼해줘']

상담소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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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끝자락에 본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기대 없이도 실망이 클 수 있구나,라는 느낌을 준 드라마였어요. 

원작 웹소설을 웹툰화하고 다시 드라마로 만들어낸 나름 화제가 된 드라마인데요, 

세 매체를 모두 본 회원분이 드라마가 가장 실망스럽다고 하시더라고요. 

모두의 나누기 끝에 결론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드라마가 되었네요…

왜 이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주절주절 좀 풀어볼게요~


이런 설정 이제 그만!

여성의 적은 여성, 여성 인물들 옆에 언제나 변함없이 도움을 주는 그, 남성에 의한 구원 서사 등등 결국 열어보니 기존의 가부장제 통념을 답습한 뻔한 드라마였던 거죠. 

물론 동의 없는 신체 접촉에 관해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주인공에게 동료가 던진 한마디는 조직 내 성폭력에 대한 시선이나 통념을 깨고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예시로 깊은 인상을 주었지만, 문제는 그러하기에 이 드라마가 더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언뜻 보면 수동적인 여성이 능동적 여성으로 변신하는 주제를 드러내어 마치 시대를 앞서가는 듯, 객체인 여성을 주체로 세우는 듯, 성인지 감수성을 장착한 듯, 듯 듯 듯하지만, 대놓고 외모지상주의에, 고아에게 갖는 편견에, 복수심과 재벌 연인 말고는 뭣도 없는 주인공 그래서 또다시 주체가 되지 못하는 그녀, 무엇보다 공포인 것은 부성을 교묘하게 젊은 연인으로 이동시켜 끝끝내 주인공의 완전한 독립을 허락지 않는, 결국 부성 이데올로기를 강화하여 여성의 로맨스에 착각을 마구마구 불러일으키는 식상한 막장 드라마였습니다. 


많이 아쉬운 작품이었지만, 성인지감수성교육 강사인 회원 나미가 새로 오셔서 함께 나눈 이야기만큼은 풍성했답니다.   

다음 모임에는 2020년 제작된 격정 출산 누아르 드라마 ‘산후조리원’으로 수다를 좀 떨어보려하니 출산, 비출산 상관없이 모두모두 놀러오세요^^ 

                                           -페미다 소모임 새내기 도마-

  • 4월 모임 : 4/23(화) 오후 6시, 고양여성민우회 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