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여성선언] 어두울수록 빛나는 우리의 연대로 성평등을 향해 전진합시다!(3.8)

사무국
20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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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수록 빛나는 우리의 연대로

성평등을 향해 전진합시다!

 

다시 3.8 세계여성의 날입니다. 지난 1년간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각자의 삶에서 고군분투해온 페미니스트 시민 여러분. 그 하나하나의 깨지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모아 연대의 행진으로 나아가고자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2024년 한국사회는 여전히 여성에게 불평등하고, 불안정하기만 합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남성과 비교하여 18.9%p 낮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는 전체 여성 임금노동자의 46.0%로 남성에 비해 15.4%p 높습니다(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27년째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으며, 돌봄과 가사 노동은 여전히 여성의 몫입니다. 여성은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거나, 공원에서 강간살해 당하기도 하는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근절하고 성평등 실현을 위해 국가와 정치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의 안전과 평등한 일상에 책임을 다해야 할 국가는, 정치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 정부의 반(反)여성, 반(反)성평등 정책 기조에 따라 정부 정책에서 ‘여성’, ‘성평등’ 지우기가 가속화되었습니다. 노동, 복지, 교육, 평화 등 전 분야에 걸쳐 퇴행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노조와 시민사회, 언론에 대한 폭거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 중입니다. 결국 국가가 시민들의 인권과 일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편, 80%가 남성 의원으로 구성된 국회는 지난 4년 동안 여성·성평등 입법을 외면하고, 성평등 민주주의를 위한 담론을 왜곡하고 훼손하며 제 역할을 방기해왔습니다.

제22대 국회를 구성하는 총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여성 주권자들은 일상에 만연한 성차별·성폭력을 깨부수기 위해 일터에서, 학교에서, 광장에서,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 정치권과 정부를 향해 끊임없이 외쳐왔습니다. 그러나 매 선거 때마다 정치권은 여성을 정치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젠더 이슈를 혐오정치의 수단으로 이용하며 여성 주권자를 배제하고 차별하는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이들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은 새롭다’고 외치면서도 성평등도, 새로움도, 미래도 없는 말들로 기존 체제와 자신의 이익만을 유지, 강화하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우리 여성 주권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광장에 모여 우리의 요구를 함께 외칩니다.

하나, 모든 사람의 평등한 시민적 삶을 보장해야 합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해소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가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다양한 가족/공동체를 포괄하는 법/정책 마련 등 한국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원 모두가 기본권을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하나, 모두가 평등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성평등 공시제 법제화, 채용 성차별 근절 정책 등 노동 시장의 성별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현행법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일하며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하나, 젠더폭력 없는 존엄한 일상과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강간죄가 ‘동의’여부를 기반으로 구성되도록 법을 개정하고, 가정폭력이 ‘가정보호’가 아닌 ‘피해자의 인권’ 중심으로 다루어지도록 법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성산업 축소를 위한 법 집행력을 강화하고, 사이버공간 및 친밀한 관계 내에서 다양하게 발생하는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일본군위안부 및 미군위안부 피해생존자들의 존엄 회복과 피해 규명 등을 위한 관련 법 제정과 정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하나, 모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사회안전망과 복지제도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낙태죄’ 폐지 이후 법의 공백으로 남아 있는 여성의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유산유도제 도입, 임신중지 의료행위 건강보험 적용 등 관련 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모든 시민들이 안전한 주거와 안정적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주거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하나, 돌봄과 생태사회로 국가 비전을 수립해야 합니다. 모두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모든 시민이 돌보고 돌봄을 받을 권리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돌봄권 확보를 위한 기본 조건은 주35시간제 도입 등 장시간 노동관행과의 과감한 단절입니다. 전세계적 기후위기 속 성평등한 기후 정책을 수립하여 생태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이행해야 합니다. ‘힘을’ 통한 평화가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정책으로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3.8 세계여성의 날의 기원이 된 1908년 3월 8일, 러트거스 광장에 모였던 여성들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오늘 광장에 모인 우리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더 많이 모여 정치가 마땅히 두려워해야 할 주권자의 힘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 힘으로 여성과 소수자를 배제하고 외면해온 남성 기득권 정치를 타파하고 성평등정치로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어디서나 세상을 바꾸기 위해 싸워왔습니다. 세상이 어두울수록 우리의 연대는 더욱 빛납니다. 우리는 지치지 않고, 멈추지 않고 더욱 굳건히 성평등 민주주의를 향해 전진할 것입니다.

 

모이자, 광장으로!

바꾸자, 여성주권자의 힘으로!

가자, 성평등 민주주의로!

 

2024년 3월 8일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9회 한국여성대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