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출범 100일을 지켜본 고양지역 시민사회의 입장

사무국
20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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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출범 100일을 지켜본 고양지역 시민사회의 입장

 시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이동환 시장의 말과 행동의 일치를 보고 싶다

 

안팎의 정세가 심상치 않은 때에 준비 안 된 대통령의 허약한 리더십이 나라의 짐이 되고 있다.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면서도 내놓는 정책과 비전이라고는 이미 오래전에 검증이 끝난 구시대의 유물들뿐이고, 앞날의 기대감에 가슴 설레게 하는 정책들은 눈 비비고 찾아보아도 없다. 자신의 직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 같은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걱정과 한숨만 늘어갈 뿐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현 대통령과 궤를 같이하는 이동환 시장이 당선되었을 때, 고양지역 시민사회의 우려는 작지 않았다. 서울과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상식 밖의 일들이 이곳 고양시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7월 1일 8대 고양시장, 9대 고양시의회가 발족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취임사를 통해 ‘고양 성공시대, 시민 행복시대’를 향해 ‘오직 고양시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선언했다. 개발 중심의 설익은 도시 미래상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시민들은 ‘시민과 함께 하겠다’는 시장의 거듭된 언명에서 한 가닥 기대와 희망을 품었다.


그로부터 100일, 고양시장 인수위 활동을 통해, 고양시 각 부서의 정책 변화를 통해, 고양시 각 부서와 기관에 전달된 시장의 2023년 예산 편성지침을 통해 이동환 시장의 시정 방향이 얼추 드러나고 있다. 다소 거칠게 정리하면, 시민 참여와 협치는 대폭 축소되고 행정서비스 형 관치와 민간자본 중심의 개발 정책, 면밀한 검토 없는 전임자 정책 지우기가 득세하고 있다. 오직 시민만 바라보며 일하겠다는 시장의 거듭된 발언이 무슨 뜻이었는지 어리둥절케 하는 흐름이다.

 

민선 8기 시 집행부의 사실상 첫해 예산인 2023년도 예산편성이 아직 진행 중이라서 전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확인된 몇몇 추세만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 도시재생 정책 중단 : 전국의 모범사례로 꼽혀온 고양시의 도시재생 정책에 철퇴를 가하고 있다. 국비 지원 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후속 사업을 지원하고 있던 5개 현장지원센터의 전면 운영중단과 사업 축소, 기초센터의 기능 축소 움직임 등이 그것이다. 다 떠나서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집값하락 시대에 도시재생과 리모델링 정책을 후퇴시키며 재개발, 재건축 중심의 정책을 펴는 것이 과연 유효할지 의문이다.

▪ 공공임대주택 축소 : 사업공모까지 나갔던 능곡의 고양형 공공임대주택(국비 지원)의 건축을 철회하고 사업을 반납했으며, 성사혁신지구・장항지구・창릉지구・일산도시재생지구 등지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축소해줄 것을 관계기관에 건의 또는 협의하고 있다. 참고로, 고양시의 무주택자 비율은 44%이며, 고양시민의 약 90%가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원한다.

▪ 주민자치 사업 축소 : 풀뿌리 지방자치의 밑바닥 기초조직으로 이제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주민자치회의 활동을 축소하려 하고 있다. 자치지원 전담공무원제 폐지, 조례에 규정된 주민세(개인분) 환원 유보에 더하여, 44개 동 주민자치회의 2023년 자치사업비를 일률적으로 3,500만원(주민총회, 마을신문, 마을축제 포함)으로 책정하고 있다. 2022년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로, 자율적인 사업은 거의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 자치공동체 활동 지원 축소 : 자치공동체지원센터에 2023년도 예산을 2022년 대비 40% 축소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운영비가 예산의 약 50%임을 감안하면, 사업은 사실상 하지 말라는 말이다. 센터의 사업비는 주민 공모 공동체사업비, 공동체 활동 지원비, 주민자치 활동 지원비 등으로 구성되는데, 사업비의 축소는 곧 마을공동체 사업의 대폭 축소로 귀결된다.

▪ 채용된 청소년재단 및 문화재단 직원 출근 유보 조치 : 공모로 채용된 청소년재단과 문화재단의 직원 20여 명의 출근을 지연시켜 업무의 지장을 초래함은 물론 불필요한 쟁송까지 일으키고 있다.

▪ 자사고 등 특목고 추진, 대안학교 지원 유보 : 특목고를 더 설립하면 교육 환경이 좋아질까?

▪ 평생학습관/장애인복지드림센터 착공 연기 : 오랜 협의 끝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고 설계도 끝나고 국비 포함 예산도 확보한 고양시 평생학습관/장애인센터의 착공을 연기시켰다.

▪ 평화의료 클러스터 조성 지연 : 국립암센터 등과 협의가 끝나 일산테크노밸리 내에 추진되던 평화의료 클러스터에 제동을 걸었다. 정밀바이오 의료센터로 변경 추진하겠다는 계획인데, 그렇게 하면 바이오의료 기업들이 쇄도할까?

▪ 통일부 통일정보자료센터 부지 재검토 : 부지매입 계약까지 완료하고 설계용역까지 착수한 통일부 산하 정보센터의 부지 재검토를 지시하여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 고양시 신청사 건립 재검토 : 계획 확정 후 실시설계 중이던 고양시 신청사 건립에 제동을 걸었다. 처음 내놓은 민자유치를 통한 민관합동개발안은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났고, 다시 내놓은 선 부분건립 이전 후 추가 검토안은 허점투성이다. 그러는 사이 직접, 간접의 경제적, 비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쌓여가고 더 늦어질 경우 행정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는데, 그 손해는 결국 누구에게 돌아갈까?

▪ 경제자유구역 추진 올인 :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효과도 제한적일 게 분명해 보이는 경제자유구역 추진에 올인하여 오히려 고양시민의 숙원사업인 지역자립경제기반 조성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자체도 난망한 일이거니와 외자기업이나 국내복귀기업 유치도 쉽지 않고, 국내기업에 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없다. 각종 규제로 지난 수십 년간 고양시민이 입어온 피해의 보상을 통한 자립경제기반 조성 방안으로는 오히려 경기북부특별자치도와 이를 통한 정당한 특례 요구, 그리고 지역 특성에 맞는 경쟁력 있는 산업의 집중육성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열린 자세와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자칫하다가는 헤어나기 힘든 수렁에 빠질 수 있고, 그 피해와 절망은 고스란히 고양시민에게 돌아온다.

 

시 정부가 바뀌었으니 정책도 바뀔 수 있다. 도시계획을 전공한 새 시장에게 거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정책이 박수를 받는 건 어디까지나 그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할 때다. 싫든 좋든 우리의 출발점은 축적된 과거가 빚어낸 오늘이다. 오늘의 고양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이들이 내놓는 설익은 정책이나 전임 시장 흔적 지우기에서 비롯된 정책들은 그래서 위험하다. 짤막하게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 고양시 최대의 자산은 시민이다. 도시기반도, 산업기반도 몹시 취약한 고양시에서 가장 확실한 자산은 거대 베드타운인 이곳 고양시에 지금 살고 있는 108만 고양시민이다. 고양시의 모든 정책은 108만 고양시민의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에너지를 최대로 끌어낼 수 있을 때 빛을 발한다.

 

둘째, 전임자의 정책 중에도 좋은 정책들이 적지 않다. 부족하나마 그런 노력들이 경주되면서 이 척박한 도시를 그런대로 살기 괜찮은 곳으로 만들어왔다. 고양시에 계속 살겠다는 사람들이 무려 85%에 이른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피아 구분 말고 잘 찾아서 잘 발전시켜보시라.

 

셋째, 30여 년에 걸쳐 형성된 거대 베드타운의 빗장을 풀어내 자립경제도시로 만들어가는 것은 실로 지난한 과제다. 다행히도 지난 연간에 계획되거나 조성된 철도망과 산업부지 및 시설들이 그 단초를 마련해주고 있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실사구시의 자세로 시민들의 다중지성을 잘 모아간다면 그 길도 열릴 것이라 믿는다.

 

이동환 시장은 취임 100일 기념사를 통해 ‘미래를 바꾸는 힘! 고양’을 민선 8기 시정 슬로건으로 발표하면서 ‘108만 고양특례시민이 고양의 미래를 바꾸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앞에서 열거했듯이 민선 8기 초기 정책 중에는 거꾸로 시민들의 힘을 빼는 정책들이 적지 않다. 이동환 시장이 이끄는 고양시가 고심 끝에 내건 슬로건대로, 빈부와 남녀와 노소를 떠나 108만 고양시민의 에너지를 끌어내 새로운 고양시를 만들어가는 데 힘과 지혜를 발휘하기를 촉구한다. 더 늦을 경우, 시장이 말하는 ‘시민’이 누구인지, 그 실체는 있는지 엄중한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2022년 10월 21일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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